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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어떻게 읽을까

이름 : 윤찬  스크랩
등록일 :
2021-02-28 22: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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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41,568
내일이면 3월입니다. 또 모레면 개학이네요.
주변에서 3월이면 공부하기 어렵다는 말을 꽤나 들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적응하느라 공부 못한다는 건 헛소리 아님?' 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1학년에서 2학년으로, 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시는 학생분들의 생활과 주변에 나름의 큰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특히 3월 모의고사 준비하랴 이후에 공부하랴 하시다보면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게 되실 겁니다.
그래서 3월 달에는 공부량을 크게 늘리기보단, 기존의 공부량을 유지하는 식으로 대신 밀리지 않는 식으로 계획을 잡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칼럼은 문학을 사실적으로 접근하기에 대해서, 그 중에서도 시를 어떻게 읽을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특히 어떤 텍스트를 읽는 방법을 전할지 고민하다, 추상화된 시를 읽을 때에도 어떤 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를 말씀드리고 싶어 이렇게 몇 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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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윤동주_길

문학적 텍스트에 사실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가정이 두 가지 필요합니다.
첫 번째로 어떤 상황인지 두 번째로 그 상황을 구성하는 게 무엇인지입니다.

시에서는 주로 화자의 서술로 시의 진행이 이루어지게 되고 소설에서는 화자의 서술이나 대화로 이루어지게 되죠.
따라서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 사건,  상황을 구성하는 게 뭔지 -> 인물과 배경(시간적, 공간적) 가 서술된다는 거죠.
꽤 어렵게 설명드렸지만, 사실 인물 사건 배경을 소설 구성의 3요소다! 라고 얼핏 들어보셨을 것이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는 시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를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까요?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 뭔가를 잃어버렸답니다. 대신 무엇을 어디다가 잃어버렸는지를 모른답니다. 사람이 이럴 수가 있나요? 흠.. 뭔가 하자가 있는 것 같지만 우선 나아갑시다.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간다는 게 어떤 말인지는 몰라도 우선 길(공간적 배경)에 나아갔다는 것 정도는 파악할 수 있습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 길을 설명해 주는 군요. 근데 돌이 끝없이 연달아서 생긴 돌담을 끼고서 길이 간다네요. 이전에 나왔던 공간이 2연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시의 제목이 길이기도 하고, 이런 반복되는 시어에는 집중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떤 새로운 정보가 제시되는지를 잡아야 합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 쇠문을 굳게 닫은 담, 그리고 그 담이 길 위에 그림자를 만든다고 합니다. 담도, 길도 이전에 나왔었는데 다시 등장했네요. 근데 담은 쇠문으로 닫혀있고, 그 그림자가 길 위에 드리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담과 길 사이가 문으로 굳게 닫혀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대게 문학적 표현이라고 말하는) 말이 등장하면 우선 넘어가 보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 길에 대한 정보입니다. 아침-저녁, 저녁-아침으로 통한다니까 시간의 반복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여차저차해서 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길의 속성으로 하나 더 제시되었네요.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 길을 따라 돌담이 서있다고 했죠? 근데 그걸 더듬으면서 눈물을 짓습니다. 왜 더듬고 왜 눈물을 지을 까요?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하늘은 부끄럽게도 푸르다네요. 여기서 <부끄럽다>는 건 화자의 정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입니다. 따라서 하늘은 나에게 부끄러움을 주는 대상 정도로 생각합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 이 길은 풀 한포기 없다고 하네요. 이건 생명이 자랄 수 없는 땅이라는 거고, 황폐화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길을 걷는 이유가 저 담 건너 편에 내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최소한 내가 담을 더듬으며 눈물 흘렸던 것의 이유는 되겠네요.

그렇다면 잃어버린 건 뭔지, 하늘을 부끄럽게 푸르다고 표현한 건 뭔지, 남은 의문점들이 있네요. 넘어가면서 체크해봅시다.

내가 사는 것은, 다만, /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아하. 잃어버린 걸 찾으려고 산다고 하는 군요. 문학에서 (특히 시에서, 물론 비문학에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구조/형식의 문장이 나타나면 이를 비슷한 뜻이겠거니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내가 길을 걷는 것은 내가 담 저쪽에 남아있기 때문이고 내가 사는 것은 잃어버린 것을 찾는 것이라는 것이 유사한 의미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잃어버린 것은 담 저쪽에 있는 '나'라는 인식이 가능하겠군요. 그리고 길과 담이 쇠문으로 닫혀있고 나에게 다가갈 수 없는 게 슬프다는 것까지도 이해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전에서 눈물 흘리는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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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까지만 읽어내도 시험장에서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적으로 어떤 상황이 주어진 건지 아무 것도 없는 맨바닥에서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그 단서들을 추리하면서, 외적인 요소들을  <보기>의 관점으로 적용시켜 텍스트를 읽어 보면 생각보다 문학은 그렇게 힘들지 않을 수도 있어요.

문학을 어려워 하는 학생들은 대개 문학적 표현과 함축적 시어들을 어떻게 해석할지 그리고 정답을 어떻게 골라내는 건지를 어려워할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표현과 시어들을 사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정답이 될 수 있는 것/ 정답에 가까운 것을 택하는 연습을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윤찬
멘토

연세대

윤찬 멘토

  • ○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20학번
  • ○ 인문계열 / 수시전형
  • ○ 메가스터디 목표달성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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