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틀 뒤 생일이자 한 시간 뒤 수강 신청인 태영민입니다.

새벽에 잠도 오지 않고, 무엇보다 해가 뜨고 있는 하늘과 한강 강바람, 매미 소리, 멀리 보이는 북한산이 너무 평화로워서, 수험생들도 이너 피스와 행복을 얻으면 좋겠다 해서 글을 씁니다.

수능은 결국 멘탈, 정신력 싸움이라고들 하잖아요? 물론 공부해서 치는 게 시험이니까 당연히 공부 실력이 우선이겠지만, 그 공부 실력을 기르기 위해 내 뇌를 끌고 가는 건 내 정신이잖아요.

내면의 평화와 행복 찾기, 정신 바로잡기에 대한 나름의 경험과 지론을 바탕으로 써보겠습니다.

1. 아침 공기 즐기기

전쟁터같은 등굣길도,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재잘거리는 학생들과 상쾌한 공기, 아침 새소리가 어우러져서 나름 하이틴 영화 같은 느낌을 줍니다. 남고를 다닌 전 좀 다른 장르를 느끼긴 했지만.. 비슷하긴 했어요. 너무 앞만 보면서 걷지 말고, 하늘도 쳐다보고, 공기 냄새도 맡고 하면서 너무나 평화로운 아침을 즐겨 봐요. 편의점에서 마실 걸 사가도 되고, 노래를 듣거나, 친구랑 떠들면서 가도 좋고요. 만약 학교가 아니라 독서실이나 학원을 간다 해도, 아침은 다 비슷하니까 5분 정도의 여유라도 즐깁시다.

2. 밥 고민하기

언제나 식사 메뉴를 고민하는 건 소소한 행복이 되죠. 알바를 하다가도, 공부를 하다가도, 뭐 힘든 일이 있다가도 밥 뭐 먹을지 고민하는 건 인생 속의 미니 게임입니다. 전 고3 여름부터 다닌 독서실 근처에 맥도날드가 있었는데, 한창 실모 많이 풀던 기간에는 국어 점수에 따라 메뉴를 다르게 했었어요. 잘 보면 맥너겟이나 스낵랩 추가, 못 보면 그냥 세트만 먹기... 나름 나 자신에게 주는 상과 벌이었답니다. 나름 맥도날드 전 메뉴를 먹어보겠다는 다짐으로 뚝심 있게 맥날만 갔던 추억이네요.

3. 명상

제가 자발적으로 시작한 건 아니고, 고3 시절 저희 반이 좀 시끄러웠어서, 담임선생님께서 점심시간에 명상을 시키셨어요. 컴퓨터로 명상 음악 틀고 책상 위에서 아빠다리 하고 5분 정도 명상하곤 했었네요. 사람 마음이 좀 차분해지고, 잡생각이 없어지는 시간이었어요.ㅎㅎ 생각보다 효과가 있으니, 호기심이 든다면 한 번 해보세요.

4. 견물생심

저도 고3 시절 핸드폰으로 참 고생했던 거 같아요. 조금 공부하다가도 유튜브 보고, 인강 들으면서 sns 보고, 참 별 것도 아닌 데에 시간을 많이 뺏겼어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생각한 대처법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제일 처음엔 독서실 책상 위 서랍장에 넣어놨어요. 몇 번은 효과가 있는 듯 했지만, 결국 보이지만 않을 뿐, 수십 센치 근처에 있다 보니 보게 되더라고요. 거기서 조금 더 진화한 게 전원을 꺼 놓는 거였습니다. 이건 좀 더 효과가 있었어요. 아무래도 다시 켜서 보는 건 귀찮기도 하고, 키는 과정에서 정신 차리고 다시 공부하기도 했고요. 근데, 핸드폰을 한 번 키면 꽤 오래 보게 되더라고요. 횟수는 줄었지만, 시간이 늘어난.... 결국 마지막에는 집에 핸드폰을 두고 독서실로 갔어요. 핸드폰이 없으니 생각이 줄기도 했지만, 하고 싶어도 어쩔 수 있나요. 하려면 집으로 가야 되는데. 핸드폰을 내 앞에 계속 두면서 한 번도 보지 않는 건 어렵지만, 집에서 나올 때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잖아요? 나름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러고도 태블릿으로 보긴 했지만요... 독서실에서 한식대첩이랑 여자배구 참 재밌게 봤습니다.

5. 밤 공기 즐기기

1번이랑 비슷합니다. 다만 전 아침에 노래를 들으면서 등교하지는 않았지만, 밤에는 독서실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헤드셋으로 노래를 듣는 게 작은 행복이었어요. 노래 들으며 사람 없는 밤길 걷기, 나름 낭만적이지 않나요? 전 주로 패닉이랑 자우림의 노랠 들었었는데, 그 중에서도 자우림의 <샤이닝>, <스물다섯, 스물하나>, 패닉의 <정류장>을 자주 들었었네요. 가끔 한강이나 동네 공원을 밤에 산책하는 것도 기분 전환되고 좋아요.ㅎㅎ

6. 수능 끝나고 뭐 할지 생각하기

오히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엔 행복했어요. 수능은 물론 긴장되고 떨리는 시험이지만, 수능만 끝나면 자유의 몸이 되니까요. 수능날은 지금까지 공부해온 걸 다 쏟아내는 시간이면서도, 수험 해방의 날이에요. 수능 끝나면, 운전면허도 따고, 친구들이랑 여행도 가고, 성인이 되면 술도 마셔보고, 번화가도 놀러가고.. 이런 상상을 하다보면 오히려 수능이 기다려지기도 하더라고요. 정 공부가 안 될 때에는 수능 끝나도 할 일 리스트라도 적어봅시다.ㅎㅎ

재하, 준하 같이 재종에서 공부하고 있을 제 친구들부터, 제가 현강 조교 나가는 반 학생들, 그리고 이 글을 보고 있는 대한민국 수험생들 다들 행복해지길 바라겠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