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드디어 기나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으셨네요. 하지만 우리 인생은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이 마침표 뒤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는 나오지 않고 또 다른 챕터가 시작될 것입니다. 누구에게는 그것이 대학 생활이 될 수 있고, 누구에게는 재도전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 길을 개척하겠죠. 중요한 것은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늘 칼럼은 현재 낙담하고 상심하고 있으신 분들에게 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수필을 통해 방향을 찾아보실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난 지금 수능 망해서 슬픈데 니 자랑하는거 아니냐, 너는 공부 잘하니까 그렇지 나랑은 다르다 등으로 받아들이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20년 동안 짧게나마 살아본 결과 대책없는 위로와 괜찮다는 말을 통해 순간의 달콤함을 느끼며 버틸 수는 있지만 누군가는 쓴 소리와 충고를 해줘야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고 기분 나쁘시다면 제 욕을 하며 끄셔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추스르고 다시 한 번 나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읽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올려봅니다. 

수능 목표 이상으로 치신 분들 정말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목표 이하로 나왔다고 본인의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우린 아직 젊으니까요! 이만 물러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논술이나 면접, 정시 지원까지 다들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12월달에 정시 면접과 재수를 시작했을 때의 경험을 들고 돌아오겠습니다. 다시 한 번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은 비밀댓글 기능을 열어두겠습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힘든 고민이나 어려움들 질문하셔도 좋습니다. 11월 21일 자정에 올라오는 것까지 댓글 달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실패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뭔가를 잘못해서 벌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겪어왔다. 처음으로 시험을 망쳤을 때부터 시작해서 발표를 하다가 떨어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게임을 하다가 캐릭터가 죽었을 때, 대회에 나갔다가 떨어졌을 때, 시합을 하다가 마지막 슛을 넣지 못했을 때, 대학교 입시나 취업에서 탈락했을 때, 하다 못해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을 표현했지만 받아주지 않았을 때까지, 우리는 수많은 실패를 했다. 그때마다 듣는 말은 ‘실패하면 안 돼’, ‘성공해야지’, ‘다음부턴 이런 일 있으면 안 돼’이며, 이로 인해 좌절하게 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실패를 좋지 않은 것, 부정적인 것, 겪기 싫은 일 등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실패를 항상 피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실패는 사람들의 생각처럼 나쁘기만 한 것일까?

 나 또한 살면서 많은 실패들을 했다. 내 삶에서 첫번째 실패라고 할 수 있는 일은 중학교 3학년, 16살 때 일어났다. 이 일이 있기 전의 나는 많이 오만했다. 과학을 좋아해서 다양한 영재반 등에 지원했는데 모두 합격했었고, 전국 대회 같은 것을 나가도 거의 다 수상했다. 이 때문에 자신감이 아닌 오만함이 들어섰다. 관성처럼 영재고에 지원했고, 24:1의 경쟁률을 뚫고 서류와 시험을 거쳐 1.5배수가 남는 마지막 3차 합숙 면접까지 도달했다. 당연히 붙을 것이라는 오만함에 빠져서 준비를 소홀히 했으며, 그 결과 면접을 완벽히 망치면서 떨어졌다. 운이 없어서, 잘하는 것을 물어보지 않아서 떨어졌다며 현실을 애써 부정하고 지역의 과학고에 지원했는데 역시 마지막 3차 면접에서 탈락했다. 아직도 합격자 명단에 내 수험번호가 없을 때의 충격이 생생하다. 그만큼 충격을 많이 받은 것은 물론이고, 이 영향으로 길을 찾지 못하고 많이 방황했었다.

 이 실패를 통한 방황 끝에 많은 것을 깨달았으며, 이를 통해 내 삶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우선 실패를 하더라도 세상이 무너지거나 그로 인해 ‘나’라는 사람이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가족은 변함없이 나를 아껴줬고, 진학한 일반고도 충분히 좋은 학교였고, 좋은 사람들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실패를 한다고 해서 ‘정혁’이라는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으로 실패를 통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던 삶에 변화가 있었다. 이때부터 관성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공부를 함으로써 나중에 하고 싶은 것은 뭐고 살고 싶은 삶은 뭐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고민 끝에 환자에게 좋은 의사로 기억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실패를 했다고 무너져 있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넘어졌다고 끝난 것이 아니라 훌훌 털고 일어나 내가 왜 넘어졌는지 파악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달려나가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에서 얻은 꿈을 바탕으로 길을 걸어가던 와중, 또 한 번의 큰 실패를 겪었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의대를 가고자 했고, 이에 따라 정시를 목표로 열심히 수능 공부를 했다. 6월과 9월 평가원 모두 의대를 갈 만한 성적이 나와서 수능을 향해 달려갔다. 희망찬 미래를 꿈꿨으나, 수능에서 수학 과목에서만 엄청나게 많이 틀려서 의대는 꿈도 못 꾸는 성적을 받게 되었다. 만약 내가 이전에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여기서 좌절하고 무너질 수 있었지만, 나는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패를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 물론 좌절했고 슬펐지만 이대로 간다면 같은 결과가 나오고 내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딛고 일어나서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내가 하고 싶은 과목의 공부에만 치중했다는 점과 수학을 제대로 문제를 분석하고 적절한 절차에 따라 푸는 것이 아니라 빨리 푸는 것에만 치중해서 기본을 놓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다시 1년 간의 도전 끝에 달콤한 열매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 끝에 나온 결론은 성공을 위해서는 실패가 필수적이며, 실패는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미래의 양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을 평면 위에 있는 선형의 그래프라고 생각해보면 성공은 그래프의 고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점’이라는 것은 주변보다 높다는 의미인데, 이를 다르게 생각해보면 고점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낮은 부분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은 증가와 감소가 반복되는 그래프와 같다. 증가하는 그래프 이전에는 반드시 감소하다가 증가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즉, 성공을 위해서는 실패를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래프가 감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증가하도록 하기 위해서, 즉 실패를 실패로만 끝내지 않고 성공으로 이어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실패를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 실패를 일반적인 통념처럼 안 좋은 것, 피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했을 때 겪는다면 성공을 위한 발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어떻게 해야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인생이란 수많은 갈래가 있는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멈추면 안 된다'라는 강박에 사로잡혀서 자신을 혹사하며 정처없이 걷기보다는 실패를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고 목적지를 가지고 길을 걸어가라는 신호로 받아들여 보면 어떨까? 실패를 통한 멈춤의 미학을 깨닫는 순간 당신이 바라보는 삶은 꽤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