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칼럼은 요청이 많았던 의대 정시 면접에 대한 칼럼을 짧게나마 적어보려고 합니다. 우선 의대 정시 전형 중에서 면접이 있는 학교는 가톨릭대, 울산대, 인제대, 성균관대, 고려대, 서울대 / 아주대, 연세대, 가톨릭관동대 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앞의 6개 학교는 총점에 영향이 없고 PF 형식으로 기준 미달이면 탈락하는 면접입니다. 뒤의 3개 학교는 각각 5%, 9.9%, 10%로 면접 비중이 있는데요, 이중에서도 오늘은 제가 직접 면접을 친 아주대학교 의대의 면접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타 의대 정시 면접에 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해서 섣불리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시작하기 전에 사과드릴 점이 있습니다ㅠㅠ 아주대 의대 면접이 1월 13일이라 다 그정도쯤이라고 생각했는데 가톨릭대, 울산대, 인제대, 성균관대는 오늘이었네요. 비록 학교마다 내용이 다 달라서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우선 아주대학교는 수능 95%, 면접 5%인데요, 그래서 면접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사실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고요.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는 말이 있죠. 지금부터 나올 제 사례를 적는 이유는 불과 5%, 1000점 중에 50점 밖에 안 되는 점수이지만 면접을 잘 치룬다면 충분히 역전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을 전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표준점수보다 백분위가 유리해서 가천대와 순천향대 의대가 매우 안정으로 나왔기 때문에 가군에 상향으로 써볼만 한 곳들을 검토하다가 아주대학교에 지원했습니다. (올해 군이 바뀌어서 지금은 학교들이 다르지만 저 때는 서울대, 경희대, 중앙대, 아주대 정도가 가군 수도권 의대였습니다.) 메가스터디 정시 합격 예측으로도 빨간색 아니면 노란색이 나왔고, 진X사 정시 합격 예측으로도 3칸 정도가 나온, 잘하면 추가 합격을 바래볼 수 있는 정도였죠. 실제로 지원 후에 실제 지원자 점수에서도 총 80여 명의 지원자 중에서 점수를 입력한 35명 중 10등 중후반으로 추가 합격도 힘들어 보이는 수능 점수였습니다. 그래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면접을 치러 갔는데요, 보통 5~7분 내외라고 했던 면접을 종료 종이 울릴 때까지 10분 조금 넘게 치르고 나왔고, 그냥 무난하게 쳤다는 생각만 있었습니다. 아주대학교가 발표되기 전에 이미 가천대가 발표돼서 당연히 가천대에 가겠지 라는 생각이었고, 아주대학교 결과 발표 날에 과외 가기 전에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떼우면서 휴대폰으로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놀랍게도 결과는 최초 합격, 심지어 4등 장학이었습니다. 저보다 수능 점수가 좋던 학생들 10여명을 면접 점수로 제친 것이었죠. 저 말고도 정시 장학을 받은 동기들도 다 면접을 꽤 오랜 시간동안 치렀고, 원래 등수로는 장학을 받을 정도의 등수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면접을 잘 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서 지난 2년 간의 아주대학교 정시 면접 기출 문제들을 적어보겠습니다. (저희 학교는 제시문 기반 면접으로, 대기하고 있다가 면접 5분 전에 제시문을 보고, 방 안에 들어가서 계신 3분의 교수님들과 문답을 하는 방식입니다.)

2020 의학과 정시 면접 기출문제 (제가 친 면접이 아니라서 문제만 기입하겠습니다.)

고등학교 선생님 A는 평소 정직과 정의를 신봉하고 있다. 맡은 과목에서 학생들의 수행평가를 꼼꼼히 검토하여 학생이 직접 하지 않고 부모나 과외 선생님이 도와준 것이 밝혀지면 감점 처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에 같은 고등학교 선생님 B는 학생이 제출한 수행평가 과제물의 완성도로만 평가를 한다.

학생 C는 D가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선생님 B는 물론 선생님 A까지 속일 수 있는 방법으로 부모와 과외 선생님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C는 자신이 직접 밤을 새워 수행평가를 하고 있을 시간에 D는 내신공부를 하면서도 외부의 도움을 받아 더 좋은 수행점수를 받는 것이 무척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1) 지원자는 선생님 A와 B 중 누구에게 더 공감이 되는지 말하고, 이유를 설명하시오.

2) 지원자는 학생 C와 D 중 누구에게 더 공감이 되는지 말하고, 이유를 설명하시오.

3) C는 D의 행동을 증명할 결정적 증거를 가지고 있다. 지원자가 C라면 D의 행동을 익명으로 A에게 보고하여 감점을 받게 하겠는가? 그 이유는? 

2021 의학과 정시 면접 기출문제 (2021은 질문이 1번을 제외하고 학생들마다 조금씩 달라서 제 면접 과정을 문답식으로 쭉 적어봤습니다.)

제시문1. 1920년 경 영국의 한 사립 초등학교에서 시행된 전 세계 최초의 학력 평가 및 입학 시험에 대한 설명 5줄 정도 서술. 현재 전 세계, 특히 한국에서 시행되는 시험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점 서술.

제시문2. 커져가는 한국의 학벌주의에 대한 불만 여론 제시됨. 구체적으로 학벌주의에 대한 불만 여론을 조사한 한국의 한 통계 자료 제시.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의 학력 격차에 대한 불만 여론, 대학교 이름에 따른 사회적 시선에 대한 불만 여론, 이로 인해 높아져가는 사교육 비용 등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음. 이처럼 심각해져가는 학벌주의와 학력 격차에 대한 내용 서술.

0) 간단한 인사 및 긴장 푸는 담화

총 3분의 교수님들이 계셨는데 가운데 남자 교수님은 냉철한 인상, 양 옆 여자 교수님들은 웃으시며 긴장 풀어주심. 이때 긴장했는지 나도 모르고 손을 떨고 있었는데 너무 떨지 말고 편하게 이야기하다 가라는 등의 이야기를 나눔.

1) 지원자는 현재의 입시 제도 하에서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노력’과 ‘환경’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하는지 말하고, 이유를 설명하시오.

 둘 다 중요한 가치지만, 저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더라도 개인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힘든 환경이라도 개인의 노력이 있다면 원하는 것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본인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노력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져도 될까요? (10~20초 정도 생각한 후) 제 좌우명은 ‘하고 싶은 일에는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에는 변명이 보인다.’입니다. 저는 남들에 비해서는 조금 늦다고 생각될 수 있는 나이인 19살에 환자들에게 참된 의사로 기억될 수 있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대에 입학해서 공부를 해야 했는데, 고등학교 2학년까지의 제 노력은 꿈을 이루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좌절하거나 변명을 찾지 않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때부터 학교 수업과 수능 준비를 병행하면서 의대에 들어오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첫 해의 실패에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제 꿈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학원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기도 했고, 서울과 비교적 먼 곳에 살아서(이때 개인 정보를 말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 때문에 얼어서 5초간 정적, 교수님들께서 그 정도는 괜찮다며 계속 얘기해보라고 하셔서 다시 이어감.) 네, 어쨌든 저 자신의 판단과 환경의 영향으로 기숙 학원이나 대치동의 유명한 학원에 가기보다는, 인터넷 강의를 이용해서 자습을 하며 목표를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혼자서 공부를 하던 도중, 추가적인 도움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껴서 일주일에 하루 정도 왕복 4~5시간의 거리를 대중 교통으로 이동하면서 강의를 듣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제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부분들을 스스로 채워나가면서 변명이 아닌 방법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저는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가족과 주위의 도움이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고, 저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인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살아온 삶을 돌아본 결과 저는 환경과 노력 둘 다 중요한 가치이지만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들어보니 본인의 노력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이 있으신 것 같다. (웃음) 들어오기 전에 제시문을 읽었을 것이다. 거기 보면 줄을 세우는 형식의 시험과 학벌주의에 대한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나 있다. 이러한 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 본인의 생각을 말해달라.

 이 부분은 앞서 말한 노력과 환경에 대해서 더 연장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노력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했지만, 이것은 개인의 영역이고, 환경은 사회가 개인에게 최소한으로 보장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입시 제도를 달리기 시합이라고 한다면, 노력으로 늘릴 수 있는 부분은 개개인의 달리는 속도입니다. 반면 환경은 개개인의 출발선입니다. 학교에서 배운 상식대로라면 출발선은 모두 다 같아야 겠지만, 제시문의 설문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현재 사회는 개개인의 출발선이 다릅니다. 그 결과 아무리 노력으로 자신의 달리기 실력을 향상시켜도 다른 출발선 때문에 발생하는 격차를 뒤집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제시문과 같은 불만 여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저는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사회와 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두의 출발선을 동등하게 만드는 것을 불가능하고 해서도 안 될 일이지만, 개인의 노력에 합당한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최소한의 출발선은 보장해주는 것이 사회와 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꿈이 있고 이를 이루기 위해 공부를 하고 싶어도 가족을 부양해야 하거나, 치료해야 할 질병이 있는 등의 여러 가지 경제적인 사정으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사회와 국가가 최소한의 출발선은 보장해주는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며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 학벌주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학벌주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해도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가 외모인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것처럼, 학벌도 그 사람이 그곳까지 위치하기 위해서의 노력에 대한 공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외모로만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듯이, 학벌로만 사람을 판단하거나 학벌을 너무 중요시하는 사회적 인식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일부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블라인드 면접을 더 효과적으로 개선해서 확대하거나, 학벌에 관계없이 참여해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대회나 여러 행사들을 더 많이 주최해서 기회의 장을 공평하게 마련하여 학벌에 개인의 노력과 능력이 가려지는 일들이 없어야 한다고… (여기서 문 열고 시간 너무 초과돼서 이만 종료해야 한다고 안내해줌. 이후 수고했다는 인사 나누고 퇴실.)

 지금까지의 내용이 지난 2년 간의 아주대학교 정시 면접 문제와 작년 제 답변 복기 내용인데요, 작년같은 경우는 1번 질문을 제외하고는 개인마다 질문이 조금씩 달랐던 것 같습니다. 작년 문제 같은 경우에는 당연히 노력이라 대답해야 좋아하시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정시로 들어온 동기들과 얘기해본 결과 환경이라고 대답한 친구들도 꽤 많았습니다. 또한 면접 시간도 제각각이었습니다. 5분도 안 돼서 면접이 끝난 동기도 있고, 저처럼 시간이 다 될 때까지 대답한 동기도 있고, 적당히 대답하고 나온 동기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답이나 면접을 진행한 시간보다는 어떻게 그러한 결론이 나왔는지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말할 수 있는지, 또 그 답변에서 드러나는 이 학생이 살아온 흔적들을 살펴보고 평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까지나 저 개인의 답변이고 이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는 제가 면접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감인 것 같습니다. 사실 어떤 이야기를 하던지 개개인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고,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질문들입니다. 여기서 어떤 대답을 하느냐 보다 자신의 생각에 얼마나 확신이 있고, 이러한 결론이 왜 나왔는지를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의대 정시 면접은 지식적인 측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단편적이지만 이 학생이 어떻게 살아왔고, 우리 학교가 추구하는 인성적인 측면에 부합하는가를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상 문제를 뽑아서 대답해보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생각을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칼럼은 여기까지입니다. 1월 내로 제가 재수를 시작했을 때 겨울 방학을 어떻게 보냈는 지에 대해 공부법을 한 번 준비해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입시가 끝나지 않은 분들 모두 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