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여러분께 보내는 네 번째 즐거운 편지, 18기 목표달성 장학생 이강입니다.

 오늘은 이전에 작성하고 있던 공부법 칼럼과는 다른 주제로 찾아뵙게 되었는데요. 이번 주제는 정성평가의 대표 주자,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입니다. 이번 칼럼은 제가 목표달성 장학생 선발 지원 때 썼던 수기를 참조하고 오시면, 약간의 이해를 더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1번 항목의 고유 분류법에 대해 미리 알고 오시면 더 쉬울 것입니다.) 우선, 세특을 작성하기 전에 가져야 할 기본 자세부터 알아봅시다.

0. 기본 자세

 제 초기 구상표에는 기본 자세가 0번으로 되어있는데, 0번답지 않은 스케일을 자랑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일단 학교를 정해놔야 합니다. 그 학교의 특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거칠게 나누자면, 어느 정도 '새로움'을 원하는 학교와 '나아감'을 원하는 학교가 있을 것입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전제 조건이 약간 다릅니다. '새로움'의 학교는 '충분히' 논리적이라면 새로운 주장도 받아주는 곳이고, '나아감'의 학교는 과거에 증명된 것을 바탕으로 학생 개개인의 나아감을 측정하는 곳입니다. 저는 '새로움'에 관한 항목을 주로 작성할 것이지만 '나아감'을 원하는 학교에 지원하신다면, '(주의)'라고 표시된 항목은 약간 조심스럽게 다뤄주세요! 학교가 원하는 인재가 되는 것이 우선이고, 그 인재상 안에서 자신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는 세특을 작성해야 합니다. '새로움'과 '나아감'은 학교 면접 문제를 보면 잘 알 수 있고, 아니면 인재상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잘 찾아보세요!

 (주의) 두 번째, 대입에서의 '스펙'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전형적으로, 교과서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입니다.' 제가 직접 구두로 말씀드렸다면 이 부분에서 초등학생들이 교과서 읽듯이 표현했을 것 같은데, 글로 한정되어서 안타깝네요. 일단, 교과서적인 표현이 어느 정도 맞습니다. 대학은 '그렇게' 화려한 스펙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생기부가 간소화되기도 하였고, 솔직히 고등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저는 화려하지 않은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표현을 많이 고민해 봤는데, 여러 표현 중 당선(?)된 것은 '도도하게'였습니다. 어느 정도의 '자신감'은 필요합니다. 자만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활동을 생기부에 작성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비록 화려하지 않더라도, 본인의 '능력'이 드러난다면 조금 더 나은 활동일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능력'이 소위 말하는 재능 등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세요. 이 '능력'은 '탐구력', '창의력' 등과 같은 학습 도구들을 의미합니다.)

 세 번째, '일단 뭐라도 해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학교 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 중, 자신이 정말 잘할 수 있겠다 싶은 활동은 '가리지 말고' 하세요. 주제가 자신과 맞지 않아도 무조건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관심사와 연관시킬 수 있는 활동은 해 보세요. 연결될 것 같지 않아도 연결됩니다. 특히 교과 활동에서는 이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영어영문학과라 해도 수학 교과목은 해야 할 것입니다. 교과 활동은 하나도 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교과 활동은 학생의 '기본 사항'입니다.

 네 번째,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를 기억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23학년도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현 고3)은 자소서를 써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2024학년도 대입 준비생(현 고2)부터 자소서가 없어진다고 하던데, 면접은 없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면접을 위해서라도 비슷하게 고려하세요. 제가 들어왔을 때 자소서 1번 항목은 학업 관련, 2번 항목은 인성 질문이었습니다. 자소서는 생기부를 기반으로 작성되고, 사실은 자소서 활동의 근거 자료가 생기부이기 때문에 생기부를 신경써서 관리한 후 자소서를 작성해 보세요. (자소서는 아마 다음 달 관련 칼럼을 작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무조건 읽으세요, 읽으세요. 지금 구상 계획서에도 두 번 써져 있습니다. '읽어라, 읽어라.' 결국 대학에 오면 읽는 것이 생활입니다. (리포트도 읽은 것을 바탕으로 쓰면 더 알차지는 마법을 겪을 수 있습니다.) 주로 단행본이나 논문 등을 읽는 것이 중요하고, 또 그게 나중에 큰 거름이 됩니다. 관련 부분을 발췌해서 읽더라도 꼭 '읽어서' 산출물을 제작하세요. 어문 계열 지망생으로서, 소설을 관련해서 작성할 때는 '절대' 동영상에서 본 것만을 바탕으로 하시면 안 된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세 번째와 다섯 번째 같네요. 나머지는 대입 이후 제가 회고해 보며 더 나은 방향을 생각해 본 결과입니다.

1. 유형별 세특 작성법

1.1. 교과 - 강제 유형 (수행평가)

 수기에서도 설명드렸듯이, '교과 - 강제 유형'은 수행평가입니다. 좀 더 한정시키자면, '전부 내 마음대로는 할 수 없는' 수행평가입니다. 싫어하거나 잘 못하는 과목에서도 꼭 어느 정도는 해야 하는 것입니다. 내신에 직결되기 때문에 흥미가 없다고 대충해서도 안 됩니다.

 꽤 중요한 유형으로 분류했는데, 생기부를 다시 들춰보니 대부분이 '조별 수행평가'네요. 제 '조별 수행평가'는 주로 사회 과목에 포진해 있습니다. 제 조별 수행평가 기록을 들춰보면,  1학년 통합사회 시간에는  '민주주의의 발달 과정과 문제점', '인간없는 세상은 가능한가' 등의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2학년 정치와 법 시간에는 '헌법 제정하기' 활동도 하였고, 3학년 사회ㆍ문화 시간에는 당시 쟁점이던 '미얀마 쿠데타로 보는 사회운동과 사회변동' 관련해서 과제점 등의 작성을 맡았어요.

 3년간 조별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조별활동 결과는 나의 결과와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다 생각이 같을 수가 없어요. 조별활동을 하다 보면 꼭 충돌이 생깁니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완료된 결과를 보면 나의 생각이 온전히 못 들어가는 것은 당연해요. 그러면, 양보를 어느 지점에서 했는지, 또 왜 그랬는지를 잘 기억해 두세요. 학문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자세이기도 하지만, 대입이라는 세속적인 이유에서 봤을 때에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니까요. 생기부에서도, 자기소개서 2번 항목에서도 이 '조별활동'이 끼치는 영향은 지대합니다. 저는 1학년 '민주주의의 발달 과정과 문제점'을 탐구하며 조장으로서 느꼈던 막막함, 그리고 타개책을 솔직하게 자소서 2번에 적었어요. 2학년 '헌법 제정하기' 수행평가에서는 저의 '약간 다른' 주장을 헌법에 넣는 방법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하며 '과연 국민 전체의 합의라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생각했던 것을 선생님과 이야기해 보았고, 그 내용을 생기부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이 당연한 내용을 길게 설명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에요. 첫 번째는 조별활동의 갈등은 필연적이니 조별활동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꼭 해야 하는 것이라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라는 것이죠.

1.2. 교과 - 자발 유형 ('개인' 자유주제 수행평가)

 정량적(내신 성적)인 '교과' 중에서도 가장 빛을 발하는 정성 요인이 바로 이 '교과 - 자발 유형'입니다. '개인' 자유주제 수행평가입니다. 이게 가장 빛을 발한다고 설명하는 이유는, 개인 특유의 연결성과 함께 탐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입니다.

 연결성은 '융합형 인재'를 최근 강조함에 따라 중요한 것인데요. 잠시 후에 2.2.에서 설명드릴 예정이지만, 너무 지나치게(직설적으로) 융합해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남들한테 '설명'할 때 추상적인 것을 피하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이때 '융합'은 참으로 '세련되게'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영어영문학과를 지망하는 이강 학생이 '확률과 통계' 시간에는 무엇을 조사하여 발표할 수 있을까요?  최근 영문학의 통계 상황을 다루는 것이 좋을까요? 물론 그것도 좋겠지만, 조금 더 자신이 '재미있게' 다룰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저는 '확률과 통계' 시간에 O.J. 심슨 사건과 관련하여 조건부 확률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그 외에도 '생명과학 I' 시간에는 전염병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말에 문학과 '결핵'의 상관성을 탐구하기도 했습니다. 또, '중국어 독해와 작문 II'시간에도 '지식인의 책무와 나아갈 길'을 중국 지식인의 서적을 바탕으로 설명하면서 중국 고전 지식을 나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사례를 길게 나열한 것은, 아무리 관련없어 보이는 것도 일단 해 보고, 연관성을 찾아보라는 것입니다. '대놓고' 연관성을 찾기보다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자신이 흥미있는 주제를 선정하여 활동하는 것이 활동 중의 마음가짐에도, 결과에도 좋을 것입니다. 이렇게 강조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자신의 전공과 연결이 되어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은 전공적합성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세계사 시간에 '스페인 내전'에 대해 발표한 것은 본래부터 관심있는 주제를 고른 것입니다. 그러나, 스페인 내전에 관심을 가진 계기를 돌아가보면 '조지 오웰'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함부로' 융합하지 마시고,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시면 그 이유는 전공과 연관되어 있을 것입니다. 제가 전 학기에 들은 영문학입문 수업에서 교수님이 강조하셨던 'Look in Thy Heart'란 구절이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자신의 마음에서 출발하는 리포트가 잘 쓸 수 있는 리포트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도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충분히 잘해낼 겁니다.

 또, '교과 - 자발 유형'의 제일 큰 장점이자 결점은 '내가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교과 - 강제 유형'에서 전술했듯이, 그곳의 결점은 자신의 의견이 결과물에 '온전히' 담기지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은 이 '교과 - 자발 유형'입니다. 도전적인 주제도 나의 관심사에만 맞다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ㆍ문화 시간에 저희 모둠은 '미얀마 민주화 운동'를 신사회운동으로 해석한 제 생각을 받아들여 모둠 보고서를 진행했습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도 좋았지만, 저는 당시에 '신사회운동'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히피 문화'에 대한 탐구를 꼭 진행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냥 고등학교 내에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였어요!) 히피 문화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장점과 비판점을 다른 친구들과의 논쟁(?)없이 풀어나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나의 의견, 나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막막하기는 하고, 자칫 편협하게 흘러갈 수도 있겠지만, '나만의'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그 느낌은 한번 맛보면 쭉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1.3. 비교과 - 자발 유형 (창의적 체험활동 등)

 마지막은 비교과 - 자발 유형입니다. 수기에서는 조금 거칠게 분류해 놓았는데, 이제 조금 길게 쓸 수 있고, 또 고민해 보니 이것은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도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하실 텐데, 사실은 기본 자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답니다. 또, 이미 '교과 - 자발 유형'에서 너무 상세히 설명해 놓아서 이론적(?)인 것은 크게 말할 것이 없는 것 같고요. 각 '활동'별로 제가 어떻게 했는지 예시와 함께 제가 생각하는 '창체활동'의 작성법을 논하고자 합니다. (봉사활동은 느낀 점을 작성할 수 없으므로 생략하겠습니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봉사를 묵묵하게 하시는 것이 사실 정답입니다.)

 우선, 저에게 있어서 자율활동은 '탐구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장입니다. 진로활동이 따로 있기에 굳이 진로와 연결될 필요도 없습니다. 저희 학교는 '독서공동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그곳에서 2학년에 읽은 책이 '선량한 차별주의자'였습니다. 그 책을 읽으며 생각한 저의 '모순적이고 강제적인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연대'라는 생각을 발전시켰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 신문에 이와 관련된 영자 기사를 투고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책을 읽으며 관심사를 넓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고, 탐구력의 확장까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3학년 때는 진로학술발표에서 평소 좋아하던 소설인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의 공무원 태도를 바탕으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설명하는 등, 굳이 저의 전공에 매몰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음은, 동아리활동입니다. 제 동아리는 재미있게도 정치외교 동아리였습니다. 정치외교랑 문학이랑 상관관계를 찾을 수 있냐고 하시면 제 나름대로 답변은 있습니다만, 여기서도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강요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정치외교 동아리다 보니까 토론도 많이 하고 여러 주제를 다룰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게 문학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문학 역시 여러 주제를 다루고, '주제론'적으로 접근하면 각 탐구자마다 관심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저는 그 관심 분야를 정치와도 연관시킨 것뿐입니다. 고등학교 후반부에 생기부 분석을 위해 돌이켜보니, 2.1.에서 말할 '키워드'와 관련해서 저의 각 학년 키워드는 전 학년의 동아리 활동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흥미로운 결과도 나오더군요. 그리고 오늘 고민하면서 알았습니다만 제 대학교 1학년 1학기의 키워드도, 고등학교 3학년의 동아리 활동에서 나왔다는 재미있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진로활동입니다. 여기서는 전공적합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십시오. 강요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은 여기서는 크게 상관하실 필요없습니다. 어차피 전공 관련만 여기에 작성할 거잖아요. 여기에는 다양한 학교 행사에서 얻었던 전공 관련 생각들을 계기로 작성해 넣으셔야 합니다. 저는 1학년 때 '학과멘토링'이나 '영어 원서 읽기 활동'에서 들었던 생각을 바탕으로 영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설명하였습니다. 2학년에는 담임 선생님께서 진로 탐구 목표를 세우고 단계별로 이를 실행하는 방법을 권유하셨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영어원서읽기 독서공동체 활동'이나 '탐구학술활동' 등의 계기를 설명했습니다. 3학년 때도 '진로 심화 탐구활동'으로 '마크 트웨인의 소설에서 보이는 미국 차별의 근원'이라는 내용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산출 결과가 꼭 있어야 합니다. 제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은 '물증'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학급 발표를 하던, 보고서를 작성하여 선생님께 내던 꼭 '물질적(material)' 결과를 만들어 내세요!

2. 세특 작성의 방법론

 수기에서 글자 수 부족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학교 활동의 각 유형별 활동법을 찾았으니 이제 작성법을 말하고자 합니다. 간단한 도식은 수기에도 나와있는(나아가 목표달성 장학생 소개 페이지에도 나와있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진짜 공부'한 활동)을 하여 (결과물)로써 보여주며 (느낀 점)을 잘 보여줌.'입니다. 세특 작성의 방법론 부분에서는 그냥 제 생기부의 특징 네 가지를 나열하며 제가 생각하는 학교 생활의 계획을 설명할 것입니다.

2.1. 키워드 중심의 세특

 키워드란, '그 학년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이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하나의 키워드입니다. 저한테만 해당되는 사항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학년을 끝내고 생기부를 훑어보면 그 학년이 하나의 키워드로 정의되곤 했습니다. 저의 1학년은 키워드는 딱히 없고, 차별에 대한 구상을 시작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2학년 때에는 1학년 동아리 활동에서 알게 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하여 탐구하였고, 3학년 때는 2학년 동아리 활동에서 처음 모습을 비춘 '자유에 대한 지식인의 책무'에 대한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여담으로, 대학교 1학년 1학기에는 3학년 동아리 활동에서 구축해 나간 '포스트모더니즘'의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리포트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4과목을, 와우!) 이것을 떠올린 계기는 2학년 진로활동을 담임 선생님께서 프로젝트 목표를 설정하라는 것을 보고 나름대로 생각해 낸 것입니다. 2학년이 끝나고, '그러고 보니 그렇네?'라는 식으로 개발했기에, 제 고등학교 전체를 풍미하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여러분께 추천드리는 이유는 한 학년 동안 우물을 파 물을 찾았다는 성취감을 드는 것이 고등학교 생활에서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주의점은 두 가지 정도 있습니다. 첫째는, 발전의 모습을 띄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무리 '마음 가는대로'를 강조하고는 있지만 어느 정도 전 학년의 키워드와 연관성은 있어야 합니다. 정치적 올바름과 자유의 충돌(2학년에서 3학년의 기간), 자유에 대한 생각(3학년 키워드를 위해 생략된 부분), 자유를 위해 지식인이 해야 할 일(3학년), 우리가 규정하는 것이 맞을지에 대한 의문(3학년에서 대학교에 이르는 기간)... 이런 식으로 '발전'의 선을 따라가는 최소한의 형식성은 보여야 합니다. 욕심을 부리자면, 저처럼 대학교에 와서 발전할 수 있는 방향도 나쁘지는 않은데, 이 부분은 굳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don't have to이지 must not은 아니에요. 자신이 있다면 충분히 그래도 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꼭 필요한 대전제는 강요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전 학년을 꼭 저 한 키워드에 한정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한 두개쯤은 빗나가도, 아니, 한 두개쯤만 키워드에 맞아도 됩니다. 키워드에 한정시키는 것은 제가 아까 말했던 전공적합성에 갇히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자유롭게 꿈꾸시되, 만약 하나로 정리된다면 더욱 좋겠다, 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2.2. 알고리즘 -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의 의미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는데, 한 단어로 '알고리즘'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알고리즘'은 저의 농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유튜브를 보다보면 본 영상과 관련된 영상이 뜨는 것이 반복되고, 결국 그 동영상들을 따라가면 처음 것과는 다른 주제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좋은 예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웹서핑을 할 때 그러는데요. '나무위키' 검색해 보신 적 있죠? 저는 '대부' 관련 문서를 보기 시작해서 '신성로마제국' 문서로 끝난 전대미문의 전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친구와 그 과정(?)을 설명하면서 '알고리즘'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요. 제가 이것을 여담까지 활용해서 설명하는 이유는 이 방식이 거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3학년에 학교가 수업 유연화 정책으로 진행한 교과융합 활동에서 'ESG 지표로 보는 세상'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정책시차'라는 말에 꽂힌 저는, '정책시차 - 성 소수자 정책 - 평등 교육 - 관련 문학' 등을 아울러 큰 데이터베이스를 보여주는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3학년 '심화영어독해 I' 시간에 '법 제도와 도덕률'에 관련한 지문을 바탕으로 발표할 때에도 '자유지상주의가 나아가야 할 과제'를 바탕으로 발표했습니다. 선생님들이 저의 생기부를 보면서 하신 말씀은, '영문과 말고도 사회학과, 철학과 등에도 어울리는 생기부다.'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런저런 주제를 왔다갔다하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한 주제로 매몰되는 것을 거부하고, 여러 방면의 지식을 '깊게' 쌓을 것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저의 학과를 중심으로 설명하자면, 대학은 여러분을 완성된 '셰익스피어 연구자'로 원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영문학 연구자', '문학 연구자', 나아가 '인문학 연구자'를 바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현재 대학에서 리포트를 쓸 때, 포스트모더니즘이나 실존주의를 항상 설명하곤 합니다. '문학'에만 빠져 설명하지 않습니다. 결국, 모든 학문은 이어져 있고, 더 많은 지식이 있어야 더 많이 합칠 수 있습니다.

 모든 게 여러분의 전공과 관련있을 수는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전공에 매몰되지 말고 자연스럽게, '세련되게' 녹아들게 하세요. 처음에는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누가 봐도 무리인 활동이 있습니다. 그 활동을 하게 된 근거가 명확하고, 또 자신이 할 수 있을 것을 작성하세요. 영문학에 비유하자면, '폭력적 해석'을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지난 학기에 교수님께서 '폭력적 해석'을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것을 연구자 자신이 이미 해석해 놓은 것 안에 작품을 한정시키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고등학생 여러분 역시 자신에 대해 '폭력적 해석'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는 폭력적으로 해석해도 제가 아닌 로미오에게 하는 것이지만,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을 폭력적으로 해석하는 것이잖아요.

2.3. 볼륨의 거대화 - 압축형 생기부

 이 부분은 오해가 있을 수 있어서 미리 설명하자면, 한 활동을 '제대로' 하라는 것입니다. 이건 제 성격이기도 합니다. 저는 장황한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칼럼 자체는 길지만 문장 하나하나는 짧은 것을 보시면 알 것입니다.) 600바이트짜리 활동으로 1500바이트를 채우는 것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차라리 길게 쓸 수 있게 한 활동을 '제대로' 하세요. 생각도 많이 하고, 느끼는 것도 많게 하세요. 그 결과 2000바이트 정도 활동을 하면 500바이트를 빼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정말 여러분에게 필요해 보이는 것만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내용도 없는 것에서 수식어를 찾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넘쳐나는 수식어와 생각에서 필요한 것만 빼고 쳐내는 것이 낫지. 제가 항상 시험 기간마다 떠올리는 마음이 있습니다. '80점짜리 공부로 100점을 바라는 것은 큰 욕심이다. 그러니까 120점짜리 공부해서 100점을 맞자. 80점을 맞더라도, 나는 120점짜리 공부를 했으니 만족한다.' 비록 시험에서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생기부 분량에 있어서는 이런 생각으로 임하시면 알찬 생기부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2.4. (주의) 약간 '다른' 주장

 학교에 따라, 약간 '다른' 주장을 허용하는 곳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의)'라고 따로 기록하였듯이, 자칫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이 분야에 충분한 자신이 없고, 논리를 명확하게 제시할 수 없다면 '함부로' 던지시면 절대 안 됩니다. 특히, 제일 처음에 말씀드린 학교의 특성 파악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학교라면, '다른' 주장도 '던져봄직'합니다. 사회에 주된 것만을 체화하는 '수동형 인재'가 아니라, 그것을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해석할 수 있는 '비판형 인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경쟁력 있을 것입니다.

 뚜렷한 비전이나 가치관 등을 수업 시간에 드러내는 발표를 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 '향토문화대전'에 편향된 정보가 있는 것을 보고 작성자를 파악하는 등의 활동을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또, 그동안 자신이 가져왔던 비전이나 가치관의 수정 모습을 생기부에 드러내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변화할 수 있는 모습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생기부에는 완성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는 요구가 원래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1학년 때와 3학년 때 꿈이 다를 수도, 꿈꾸는 세상이 다를 수도 있는데 말이죠. 오히려 배움의 과정에서 바뀌는 과정을 소상히 드러내면, 의외로 괜찮은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1학년 때까지는 조금 저의 의견을 감추어 사회가 '요구하는' 식의 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한 과목 시간에 의견을 듬뿍 실어 발표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안 두렵더군요. 오히려 제가 더 잘 드러나는 것 같았습니다. 생기부가 경쟁력 없는 것은, 다들 똑같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약간 다른, 관심 받기 위해 다른 것이 아닌, '진짜' 다른 생기부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2.4.도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이 제가 3년간 고등학교 생활을 거쳐오며 터득한, 그리고 다시 고등학교 생활을 돌아보며 떠올린 거친 생각들을 조금 정제하여 풀어본 것입니다. 이 주제는 중간에 끊기가 쉽지 않아 길어진 감이 있습니다. 당연히 많은 학생 여러분이 다 읽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편하게 발췌할 수 있게, 리포트마냥 목차도 달아놓았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세줄 요약은 해 보겠습니다.

세줄 요약

1. 멋진 것이 아닌, 정말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활동을 '일단' 하는 것이 먼저다.

2. 묵묵하게, 자신의 탐구력을 보여주기 위해 모든 활동을 열심히 하자.

3. 내가 이 전공에 맞다고 떼쓰지 마라. 강요하지 말고 자신만의 생기부를 작성하면 된다. 생기부를 보았을 때, 이 학생이 떠오르면 그걸로 된 거다.

 요약으로는 부족할 것 같으니, 관련 부분은 꼭 발췌해서라도 읽어주세요! 굳이 제 길고 긴 칼럼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강요하지 말고, 너를 보여주기만 하면 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의 밭에 농약과 틀을 벌써부터 강요하지 마세요. 보리를 심네, 귀리를 심네, 소모적인 논쟁으로 밭을 가꾸다 보면 제초제밖에 못 뿌린 밭을 발견할 것입니다. 그저 농부의 심정으로 묵묵하게 활동을 해 나가면, 어느덧 여러분의 밭은 수많은 꽃들로 넘쳐날 것입니다.

 언제나 그랬듯, 질문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저는 다음 달에도 즐거운, 유익한 내용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섯 번째 즐거운 편지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07월 10일

진심을 담아,

이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