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느덧 7월이 절반 넘게 지났습니다. 착실히 공부했다면 이 시기 정도가 되면 각 과목마다 문제를 풀어본 경험이 두둑히 쌓였을 것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있을 문제 풀이 경험을 실전용으로 깔끔히 정리할 수 있는 ‘행동강령노트’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행동강령노트란?

 제가 인강으로 들었던 한 화학 선생님 수업 방식의 핵심을 요약하면 ‘어떤 정보, 어떤 생각, 어떤 행동’입니다. 즉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문제의 특정 정보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미리 정해놓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공부법에 동의를 했기 때문에 시험장에서 문제를 읽거나 풀이를 할 때 내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미리 정해놓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원래 화학을 포함한 과탐에만 사용했던 이 공부법을 국어, 수학까지도 확장해서 적용해서 노트에 담아 적어놨습니다. 행동강령노트는 이름에서 쉽게 추측할 수 있듯, 시험장에서 나의 행동 강령을 정리한 노트입니다.

행동강령노트의 목적 및 의의

1) 빠르게 해결책 후보를 떠올리고 적절한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틀린 문제의 답지를 보면 분명 공부한 내용이고 아는 내용인데 시험 때 떠올리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맞은 문제 중에서도 사전의 체계적인 풀이법 정리 없이 시험장에서 생각나는 방향대로 풀다보니 필요 이상의 시간을 쓴 문제가 있습니다. 행동강령노트를 작성하고 숙지하면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2) 학습 효율이 높아집니다. 

 기출문제 및 n제를 반복해서 푸는 이유는 문제를 계속 푸는 과정에서 문제 풀이 틀이 익숙해 지기 때문입니다. 행동강령노트를 작성하면 아무 생각없이 양치기를 할 때보다 더 이른 시기에 문제 틀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3) 점수 변동 폭이 줄어듭니다. 

 경험상 행동강령노트는 ‘못 푸는 문제’를 풀 수 있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풀 수 있는 문제’를 틀리는 빈도를 줄일 수는 있습니다. 보통 망한 시험이라고 하면 본인의 실력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시험을 의미합니다. 본인의 실력보다 점수가 낮게 나왔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풀 수 있는 문제를 틀렸기 때문입니다. 행동강령노트를 통해 문제 풀이 틀을 공고히 하고 실수를 고쳐나간다면 풀 수 있는 문제를 틀릴 확률이 줄어들 것입니다. 순간적인 발상보다는 정리해 놓은 풀이 방안을 바탕으로 시험을 응시한다고 보면 됩니다.

행동강령노트의 내용

작년에 작성했던 노트를 다시 읽어보니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문제 정보나 상황에 따른 풀이와, 실수가 잦은 상황에서의 마음가짐입니다. 너무 추상적이기 때문에 몇 가지 예시를 보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1. 문제 정보나 상황에 따른 풀이

 제가 부정적분, 정적분 단원을 어려워해서 정리한 내용입니다. 첫 풀이부터 약간 어긋나는 경향이 있어서 부정적분 함수 추론 문제에 관해 수능 수학 내에서 떠올릴 수 있는 첫 번째 풀이를 모두 기억해 두고 시험장에 들어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마 화학2 내용이라 칼럼을 읽는 분들 중 공감하시는 분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행동강령노트의 취지에 가장 잘 맞는 부분이라서 가져와 봤습니다. 같은 단원에서 출제되는 문제라도, 문제에서 주어지는 조건에 따라 풀이 방향은 달라집니다. 따라서 수능 범위 내에서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경우의 수를 분류해서 어떻게 풀이를 진행해야 하는지 정리해 놓았습니다. 

 행동강령노트는 국어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앞선 예시처럼 문제 유형에 따라 노트를 작성하는 것도 좋고, 이번 예시처럼 시험장에서 마주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기록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이 예시에서는 비문학 지문에서 몇 번을 읽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지 기록해 두었습니다.

2. 실수가 잦은 상황에서의 마음가짐

 행동강령노트는 실수를 줄이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실수에 대해 행동강령노트를 작성하는 것은 단순히 오답을 낸 문제를 공부한다는 개념을 넘어 좀 더 추상적인 범주에서 해결책을 찾는 과정입니다. 첫 번째 예시는 제가 자꾸 문제를 제대로 안 읽고 틀리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를 전부 읽고 풀자'라고 생각하면서 적었습니다.

 원래 수학 실수가 잦은 편이었는데, 부단히 노력한 결과 수학 실수도 줄어들었습니다. 위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분수 앞에 마이너스 부호가 있을 때 이게 어디 붙은 건지 헷갈려서 틀리는 등 정말 어이없는 실수도 많았습니다. 수학 실수가 어디서 나오는지 스스로 분석한 결과, 중구난방 여러 군데에서 나오긴 하지만 특별히 자주 나오는 상황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고치기 위해서 그런 상황들을 인식해 두고, 그 상황이 오면 의식적으로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미리 생각해둔 '실수 방지 장치'를 작동시켰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풀이가 긴 난이도가 있는 문제일 때 다 풀어 놓고 마지막에 긴장 풀어져서 계산 실수를 한다던가, 문제에서 구하라고 하는 대상을 제대로 못 보고 답을 써서 틀리는 실수를 많이 했습니다. 그렇기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행동강령노트에 적어놓고 난이도가 있는 수학 문제를 풀 때 주의했습니다.

 이상하게 저는 남들보다 문법 문제를 풀 때 실수가 정말 많이 나왔습니다. 2번 선지를 맞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사실 2번은 답이 아니고 4번 선지가 답인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따라서 문법 문제가 나오면 앞 선지가 확실하더라도 나머지를 다 보자고 다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하나 더 예시가 있는데요.

 국어 시간에 실수로 문제를 틀릴 때 저의 사고 과정은 거의 대부분 위와 같았습니다. 분명 풀 수 있는 문제인데 틀리는 것이 싫어서 꼭 기억하려고 노트에 적어 놓았습니다. 이후에 시험장에서 위와 같은 상황이 되면 습관대로 무심코 넘어가려다가도 노트에 적은 내용대로 실천했습니다.

 행동강령노트는 어쩌면 나의 풀이, 나의 사고에 대한 피드백을 암기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학습법에 있어서 '암기'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수험생 입장에서 이 정도의 준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태해 지기 쉬운 시기입니다. 다들 조금 더 힘내고 철저히 준비해서 수능 때 원하는 결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