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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멜로디

이름 : 노연준  스크랩
등록일 :
2022-07-30 17: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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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5,442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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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과 9월 중간에서,
끈적이는 더위에 내 몸마저 흘러내릴 듯한 계절이 지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기도, 환경도 공부하기에 힘드실 것 같아 조금이나마 힘을 드리고자 새 칼럼으로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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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칼럼에서는 슬럼프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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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7월 말에서 9월 모의고사 사이까지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지나왔기에, 이 시기에 여러분과 나누기 적절한 이야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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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이 얼마만큼의 무게로 여러분께 다가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분 각자에게 꼭 맞는 온도로 느끼실 수 있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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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슬럼프란 뭘 말하는 걸까요?
여러분은 슬럼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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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그 의미는 다르겠지만,
전 슬럼프라는 게 뭔지 정확히 알지 못 한 채로 수험 기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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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제가 매일매일 행복하기만 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치고 힘든 날들에 굳이 이름을 붙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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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 즈음, 제게도 지독한 슬럼프가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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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모의고사에서 예상치 못하게 좋은 성적을 받은 뒤 붕 떠오른 채 한 달,
7월 초 학원 여름방학이 끝나고 밀려오는 더위에 축 늘어진 채 한 달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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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7월 말, 본격적으로 실모 시즌이 시작되며 각종 모의고사들이 휘몰아치듯 제 책상에 얹어졌습니다.
하지만 두 달씩이나 공부 흐름이 끊겨버린 상황에서 결코 좋은 성적을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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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쉬운 문제에서 실수가 잦아졌고, 갑자기 달라진 문제 풀이 호흡에 당황하며 다른 문제들에서까지 오답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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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점, 85점, 80점, 7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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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지금의 내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깨달았지만,
다시 무언가를 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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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리고 공부를 해 보려고 해도, 공부하는 법을 잊은 것처럼 멍하니 버려지는 날들이 하루하루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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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푼 시험지를 채점하기 무서워 책장 한 켠에 구겨 넣은 적도 있었고,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드는 날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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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시기에 자주 앓던 신경통도 극도로 심해져 진통제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게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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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자꾸 바닥으로 가라앉는 기분. 내게 주어진 기회를 내 손으로 잘라내 버린다는 끔찍한 자기 혐오 속에서 그렇게 며칠을, 몇 주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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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제가 예전에 좋아하던 노래 프로그램의 클립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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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 의 ost인 ‘바람의 멜로디’ 라는 곡이었는데, 이 노래의 가사가 제게 무언가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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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러 달라 해도
또 잡아 봐도
또 하루가 하루가 내게 주어지고
내 눈물은
사라져 갈 어제 속에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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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사를 보자, 제가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의미가 찾아지는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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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까지 다가올 내일을 그리기보다 사라져가는 어제의 나를 붙잡고 원망해오기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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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내딛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앞을 보는 것이라는 게 당연한데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고, 이미 흐려진 발자국들을 마음에 새기려 애쓰고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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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괴로운 시간들이 나를 덮친다면, 그 시간이 자꾸만 길어져 내 곁에서 한없이 흐른다면, 그 시간의 흐름에 어제의 나도 함께 던져 버리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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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시간에는 아무것도 내려놓지 못한 채 아픈 기억들만 겹겹이 쌓아가는 바보같은 짓을 더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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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없는 점수는 그날의 시험과 함께, 어제 못 푼 문제는 어제의 나와 함께 흘러가도록 두고, 오늘의 나는 오늘의 하루를 살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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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는 시험을 아무리 못 봤어도 일정 시간 이상을 오답과 복습에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오답과 비슷한 문제들을 푼 적이 있었나 뒤적이며 후회하는 짓도 더 이상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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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내가 하기로 약속한 분량의 공부를 끝내는 것만이 제 1순위 목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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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몇 주가 흐르자, 제 마음도 시험 점수도 원래의 호흡을 되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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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지난 시험과 문제에 얽매이지 않아도, 오늘 내가 끝내는 과제가 어떤 방식으로든 나의 부족한 면을 채워 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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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부족함과 실수를 만회하는 법은 그 시간을 곱씹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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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은 흐르도록 내버려 두고, 매일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 또한 지난 시간에 대한 성찰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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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성찰이라는 말로 오늘의 내가 온전히 오늘을 살아갈 용기를 빼앗은 날들이 며칠이었는지, 그 시간들이 얼마나 무의미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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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짧고, 내일은 빠르게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지나가는 매 순간이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찾아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회들이 쏟아지는 그 소중한 찰나들을, 뒤를 돌아보는 데 사용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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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미래를 위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게 당장 다가올 9월 모의고사든, 수능이든, 아니면 먼 미래에 직장인이 된 나 자신의 모습이든..
지나간 과거를 위해 수험을 견디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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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매 순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바라보고 뛰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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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향해 뛰는 레이스 속에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것만큼 무의미한 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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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눈물은, 어제의 나는 이미 지나간 시간 속에만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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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오늘의 내가 온전히 오늘을 살아갈 용기를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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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오늘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글의 내용과 관련해서든, 다른 이야기이든 저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언제든 댓글 남겨 주시면 성의껏 답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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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가 바빠서 이전 칼럼에 답글을 거의 못 달았는데, 혹시 답변을 받지 못하신 분들은 이 글에 새로 댓글을 작성해 주시면 답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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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조심하시고,
오늘도 이 하루가 온전히 여러분 자신만을 위해 흘러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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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노연준
멘토

건국대

노연준 멘토

  • ○ 건국대 수의예과 22학번
  • ○ 자연계열 / 정시전형
  • ○ 메가스터디 18기 목표달성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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