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8월도 다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현재, 무슨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도움이 될까 고민을 많이 해봤습니다. 주변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 과외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이 시기에 지쳐서, 혹은 슬럼프가 찾아와서 공부에 집중이 잘 안되고, 자꾸 늘어지게 된다는 고민을 털어놓더라구요. 그래서 제 수험생활은 어땠을까? 생각해보다가 제가 슬럼프와 번아웃을 겪고, 극복해나간 과정들을 한번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1.     슬럼프에 대하여

우선 제 슬럼프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남들보다는 조금 일찍 찾아온 것 같습니다. 그땐 잘 몰랐는데, 지금 그 시기를 생각해보면 슬럼프와 우울증이 함께 왔었던 것 같아요. 제 슬럼프의 원인은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과 학업 부담, 스트레스였습니다. 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저는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까지 일반고를 다니다가, 1학년 2학기 때 외고로 전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일반고는 집 근처고, 중학교 친구들이 많이 간 학교라 따로 적응할 것도 없이 수월하게 지냈는데 집 근처도 아닌, 다른 지역의 외국어고등학교를 가게 되어 가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습니다.

모든 걱정과 부담은 “남들과의 비교”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이미 다른 애들은 다 적응해서 본인들의 자리를 찾아 잘 하고 있는데, 내가 이제 그 사이에 껴서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전학 가기 전엔 가장 컸었고, 전학을 간 이후에는 “이렇게나 대단한 친구들 사이에서 과연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뭘까, 어떻게 해야 뒤쳐지지 않을까”로 인한 것들로 인해 부담과 걱정이 컸던 것 같습니다.

꼭 저처럼 새로운 상황에 놓인 것이 아니더라도, 수험생활에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것이, 또 본인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바로 남들과의 비교라고 생각해요.

당시 낯선 환경에서 의지할 곳도 많이 없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한두번 정도야 “나 힘들다.” 이렇게 어리광 피울 수 있지만 점점 힘들다고 밖에, 부정적인 말 밖에 못하게 되어 주변 사람들까지 우울하게 만들까봐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싶했어서, 모든 일을 할 때 부담이 생기게 되었어요. 당시 공부 말고도 저를 힘들게 했던 주변 상황들이 겹치게 되면서 큰 슬럼프와 우울증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자습시간에 공부에 집중이 잘 안되고, 마음은 불안해서 눈물이 나오는데 주변에 친구들을 보면 다들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으니 그 모습을 보고 또 뒤쳐진다는 생각에 울면서 계속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학기 중이고, 이미 뒤쳐진 상황에서 더 뒤쳐질 수는 없으니 저는 쉴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점점 곪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 기숙사가 있어서 금요일에 학교 끝나고 퇴사를 해서 일요일 저녁에 입사를 했었는데, 다시 학교를 가고 끔찍한 일주일이 시작되고 또 수행평가와 여러 과제, 시험으로 인한 부담에 시달린다는 생각에 매주 수요일 밤부터 마음이 불안해지고 또 숨이 안쉬어질 정도로 답답해졌던 것 같아요. 월-금동안 학교 내에서 항상 긴장한 채로, 불안한 일주일을 보내고 주말에는 집에 가서 쓰러져서 자고, 학원만 갔다오고 주말에 해야겠다고 계획한 일들을 못끝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일요일 밤이 되면 “주말동안 나는 아무것도 안한 것 같은데, 또 애들은 얼마나 열심히 했을까?”에 대한 생각으로 이렇게 매주 살아갈 바엔 그냥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했던 것 같아요. 학교에 가서도 불면증에 시달려 매일 새벽에 잠을 못 잤고, 또 새벽이 되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는 생각에 숨이 너무 막혔어요. 그런 생활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고, 어떻게 더 버틸 수 있을까로 인한 생각으로 매일매일이 벅찼던 것 같습니다.  

원래도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대한 걱정, 스스로에 대한 의심,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 이 모든 게 합쳐져서 저런 우울들을 만들어낸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매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야 했고, 수많았던 과제와 숨막히는 경쟁 속에서 뒤쳐지지 않아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무기력하고 우울로만 하루를 보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어떻게 이 우울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 매일 고민하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이 슬럼프를 극복했는지는 뒤에 번아웃과 함께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혐오스럽지만.. 불안할 때마다 손을 �섦� 습관이 있었어서 정말 손이 많이 고생했습니닷... 

  항상 교실 오른쪽 벽에 이렇게 캘린더가 걸려있어서, 거기에 수행평가나 과제가 적혀있었는데 어떤 때는 정말 캘린더가 빽빽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저걸 보면서 또 스트레스를 받았죠

2.     번아웃에 대하여

제가 기억하는 번아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와,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딱 이 시기쯤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번아웃은 “더이상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무기력”이였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찾아왔던 번아웃은 수학 과목으로 인해 찾아온 것이였습니다. 지금껏 공부하면서 한번도 노력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때 처음으로 내 노력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많은 노력을 했는데 2학기 중간,기말고사에서 계산실수로 처참한 등급을 받게 되면서 멘탈이 많이 무너졌었습니다. 그래도 좋아하고 자신있었던 과목이기도 했는데, 점점 자신감이 떨어졌고 수학 문제 한문제 한문제를 푸는게 두려워졌고 더이상 못할 것 같다는, 무기력이 찾아왔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에 찾아온 번아웃은 그냥 그야말로 “무기력”이였고, 아무런 공부도 하기 싫고 집중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매일 오늘 하루 성실히 살지 못한 나를 탓하고 반성하며 “내일부턴 진짜 열심히 살아야지” 했다가도 아침에 일어나면 모든게 하기 싫어지고, 그냥 누워만 있고 싶어져 또 늦게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또 하루를 늦게 시작해 오늘 하루를 망쳤다는 생각에 자책하는.. 그런 나날을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과외 학생들한테 물어보니 다들 이게 가장 요즘 고민이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똑같이 자책으로 물든 시기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3.     슬럼프와 번아웃을 극복해낸 방법

이제 제가 어떻게 위의 슬럼프와 번아웃을 극복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슬럼프와 번아웃 둘 다 겪으면서 두개가 약간 성격은 다르지만, 극복한 방법에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해 함께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체계적으로 계획 세우고, 이를 이행하기(시간, 하루, 주, 월 단위로)

저는 이것이 슬럼프와 번아웃을 이겨내는 데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슬럼프와 번아웃 모두 “무기력”과 함께 찾아온다고 생각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무기력하다고 무기력한 상태로 있으면 또 이게 자책으로 이어지고 더 큰 불안으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무기력을 끊는게 중요한데, “체계적인 계획”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해야 할 일들을 시간(저는 학교 자습시간에 맞춰 아침 자습, 학교 일과 중, 야간 1자습, 야간 2자습 등으로 나눴습니다), 하루, 주, 월 단위로 모두 정리해놓고 매일 자기 전, 계획을 정리하고 잠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 공부를 시작하기 전, 자기 전 정리해둔 것을 바탕으로 한번 더 플래너에 적으며 해야 할 일을 상기시키고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하나씩, 계획해뒀던 일들을 해나가며 조금씩 성취감을 얻어내며 다음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작은 목표라도, 작은 할 일이라도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하나씩 이뤄나가면 그것을 이루는 맛으로 공부도 열심히 집중해서 하게 되고, 어느새 우울과 걱정은 하나씩 멀어졌습니다.

저도 mbti가 p고 계획을 세우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는데, 서툴더라도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조금씩 정리해본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일찍 일어나기

위의 계획과도 연결되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계획을 이행하려면 우선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늦게 일어나면, 오늘 하루는 이미 망했다는 생각에 도무지 공부를 할 의지가 생기지 않더라구요. 우선 일찍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고, 하루를 시작하세요.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반은 갔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었는데, 점점 익숙해지니 그 날의 할 일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에 점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익숙해지고, 계획을 이루고 다음 할 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과 시간에도 졸리다는 생각을 크게 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고 1-2 때는 7시에 일어나 7시 40분쯤 공부를 시작했고, 밤 12시 정도까지 공부를 했습니다. 고3 때는 7시에 일어나 7시 20분쯤 공부를 시작했고, 새벽 1시 30분까지 공부를 했습니다.

- 사소한 행복 찾기

바쁜 가운데에서도 마음의 여유와 즐거움을 가질 수 있도록, 본인만의 사소한 행복을 찾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치열하게 공부하는 것, 물론 중요한데 본인만의 소확행!이 없으면 금방 지치고 슬럼프, 번아웃을 겪게 될 위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꼭 사소하더라도 본인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하루 해야 할 일을 끝내고 씻고 누워서 유튜브 영상 보기, 주중에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모두 기록해놓고 주말에 친구들과 가족들과 만나서 하나씩 먹기, 자전거 타기 등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의지할 수 있는 곳엔 의지하기

너무 힘들다면, 본인이 의지할 수 있는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게는 조금 의지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제가 슬럼프를 극복한 데에는 주변 분들의 도움이 정말 많았습니다. 부모님께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셔서, 주말에는 가족들과 더욱 즐거운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했고 수험기간동안 사이가 더 돈독해진 것 같습니다. 친구들에게도 고민을 서로 털어놓고 함께 힘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자주.. 그러는 것은 비추천드립니다.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현실에 대한 한탄만 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주변 선생님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걱정으로 가득 차있을 때 선생님들에게 상담을 신청해 자신감도 많이 얻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도 다잡았습니다. 혼자 힘듦과 우울과 부담을 떠안으려 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하는 것도 저는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스스로를 믿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기

길다면 긴 수험생활동안,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고, 자신을 온전히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주변 사람들이 본인을 응원하고 믿어도, 스스로를 믿지 않는다면 불안은 지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믿는 게 저는 수험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가끔은 지는 법, 내려놓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항상 경쟁에서 이기려고, 뒤쳐지지 않으려고 아득바득 스스로를 갉아먹으면서까지 했기 때문에 외적인 건강도 잃었고 내적인 건강도 잃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었는데 싶은 일들이 한가득입니다.

어쨌든 시험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남들과 비교를 안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가끔은 져도 괜찮다. 나는 충분히 최선을 다했다.” 는 마음을 항상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 할 일! 내꺼만 묵묵히 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너무 불안해질 때면, 책도 많이 읽었고 위로의 글귀가 담긴 그림도 많이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지수 작가님의 토끼툰을 보면서 많이 위로도 받고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J

제가 보면서 위로를 받았던 일러스트 몇 장을 첨부하겠습니다!

지수 작가님 인스타에서 가져온 일러스트입니다!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 

- 불면증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저처럼 불면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을 위해 몇 마디 적어보겠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는 중요한 시험이 있기 전 날에만 잠을 거의 못잤었는데 고등학생이 되면서 더 부담이 커져 매일을 불면증에 시달렸고 수행평가나 시험이 있는 날에는 10분도 못자고 얕은 잠에 들더라도 악몽으로 항상 깼습니다. 저는 불안으로 인한 불면증이였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대한 자기 전에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내일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불안, 걱정” 이런 생각을 자꾸 하다보니 마음이 불편해지고 숨이 안쉬어지고 잠도 안왔는데, 최대한 이런 생각은 접어둔 채 “내일 있을 일에 대한 행복한 생각,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잘되겠지, 잘할 거야 당연히”라는 말을 계속해서 되뇌이며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조용한 상태에선 자꾸 딴생각이 떠올랐어서,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잔잔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자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야 잡생각이 조금 없어지는 것 같더라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유 팬이라서,

아이유 – unlucky, 비밀의 화원을 많이 들었습니다!

난 나의 보폭으로 갈게 hmm 불안해 돌아보면서도 별 큰일 없이 지나온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그래 볼게 음

- 아이유 unlucky 

어제의 일들은 잊어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 완벽한 사람은 없어 실수투성이고 외로운 나를 봐

- 아이유 비밀의 화원 

 그리고 너무 잠이 오지 않을 때면, 그냥 그 상태를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저도 매번 '아 자야 하는데, 내일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또 다른 걱정으로 이어져 더 잠이 안왔습니다. 그래서 그냥 자는 것에 대해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편하게 먹은 뒤, 그 때 할 수 있는 일 (예를 들어 다 못본 인강을 가볍게 본다던가, 계획을 정리한다던가)을 하고 잠이 오면 그때 잤습니다. 

제 과정이 꼭 정답은 아니지만, “저렇게 극복한 사람도 있구나, 내가 유독 나약한 게 아니구나” 너무 자책하시지 마시고 여러분만의 방법을 찾아나가시길 바랍니다.

불안은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의 그림자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불안이 크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 여러분이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

* 참, 곧 있을 9월 모의고사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응원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