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 이어집니다. 입시썰 1편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1편부터 차례대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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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원서 접수 마감이었던 경희대학교의 마지막 경쟁률 공개 시각인 12시에 경희대학교 생물학과의 경쟁률을 보고 저는 바로 경희대에 원서를 작성해야겠다는 마음을 접었습니다. 최종 경쟁률이 아니라, 마지막 경쟁률 공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30:1 에 가까워졌기 때문이죠. 올해 역대급 경쟁률을 찍겠다는 생각에, 바로 경희대학교를 버리고 급하게 건국대학교의 학과들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건국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는 제 생활기록부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건국대학교에 있는 생명과학 관련 학과를 열심히 검색하고 원래 쓰려고 했던 동물자원과학과, 생물공학과, 융합생명공학과 이 3개 사이에서 마지막까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제 생활기록부와 가장 전공적합성이 맞아보이는 융합생명공학과로 돌렸습니다. 동물자원과학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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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경희대학교 생물학과의 최종 경쟁률은 무려 40:1 이라는 상당한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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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원서를 이렇게 공격적으로 작성했던 시기에 제가 썼던 일기를 참고해보니, 상당히 오글거리는 글을 작성했더라고요. 정말 부끄럽지만.. 여기에도 올려볼게요. 아래는 제 일기 내용을 일부 발췌한 글입니다.

'내가 진학하는 대학의 학과가 내가 커서 무엇을 할지, 미래에 어떤 삶을 살아나갈지 결정한다. 수시 높게 쓰고, 다 떨어지면 정시로 내가 배우고 싶은 내용 배울 수 있는 학과에 들어가자. 정시로 대학을 간다면, 더 이상 생명과학은 바라보고 싶지 않다.'

제 9월 일기에 적혀있는 내용의 일부를 한 글자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옮겼습니다.. 친구들한테도 이맘때쯤 '나는 수시 떨어지면 무조건 교통 관련 학과 들어갈 거다'라고 열심히 떠들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들이 버스 몰거냐면서 놀리기는 했어요,, (버스 기사를 비하하는 의미가 아니라, 생명과학 열심히 공부해놓고 왜 그쪽으로 가냐는 의미였습니다.)

이후 정시 공부에 집중하고 있던 10월, 내신 상승 곡선과 풍부한 비교과를 믿고 여러 군데에 넣은 원서 중 첫 번째 대학의 발표가 있는 10월 22일이 되었습니다. 그 날은 제가 다니던 기숙사 고등학교에서 수능 전 마지막으로 제공해주는 귀가 날이었습니다. 22일에 귀가해서 일요일에 다시 학교에 들어가면 다음 귀가는 수능 다음 날, 그러니까 기숙사에 있는 모든 짐을 전부 빼는 날이 되는 것이죠.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22일은 수능 전 마지막 귀가 날일 뿐만 아니라, 제가 수시 원서를 작성한 대학 중 하나인 디지스트의 합격 발표가 있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수시와 정시 두 전형 모두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에, 수능 공부에만 몰입할 수는 없었던 저는 9월 중순에 학종으로 여러 대학에 원서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1차 합격 결과가 나오는 대학은 디지스트였습니다. 하필 귀가 날 2시에 발표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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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합격 발표 전 무조건 네이버 운세 한 번 봐야 한다며(??????) 오늘의 운세 검색했더니..

귀가날인데 '밖으로 나가게 되면 게임 오버'라는 말에 친구들이 아주 발광을 하더라고요

넌 이미 떨어졌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평소 운세 같은 건 아예 믿지 않는 성격이지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답니다..

귀가하던 도중 합격자 발표 예정시간인 2시가 되었습니다. 사실 아침부터 DGIST의 합격자 명단 조기 발표를 기원하며 여러 번 디지스트 입학처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했는데, 2시 정시발표 해버리더라고요ㅎㅎ..

합격 결과가 너무 궁금했던 저는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노트북을 꺼내 열어보게 되는데,,

운세와는 달리 다행히 합격했습니다. 버스 안에서 혼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우선 1차 전형에서 820명 제낀거죠. 가장 큰 관문을 통과해서 기분이 상당히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건 4:1 경쟁률의 면접. 면접만 뚫으면 최종합격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제 첫 번째 대입 면접은 11월 4일 오전 10시에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항상 어떤 일이든 첫 단추를 끼우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면 11월 4일 오전 10시는 나중에 커서 돌아본다면 아마 제 인생에 있어 중요한 순간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제 첫 번째 대입 면접이었고 평생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 테니까요.

10월 22일 귀가 날 DGIST 발표 후 집에서 쉬다 와서 10월 25일 다시 정상수업 시작, 10월 26일부터 교내에서 진행하는 면접 방과후를 1주일 간 수강하였습니다.

면접 학원도 궁금했지만 기숙사 학교에 재학 중인 저에게는 선택권이 없었고, 면접 방과후를 수강했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면접 방과후 수강은 제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학원 없이도 충분히 면접을 대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물론 1주일 내내 모의면접에 시달렸고,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이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잠시 감기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모의면접 담당 선생님께서 제게 '선생님이 널 2학년 때부터 봐왔지만, 넌 항상 스스로를 괴롭힌다. 제발 그만 괴롭혀라'고 말씀하실 정도로요. 아마 겉으로 보기에도 티가 많이 났나봅니다.

제 생활기록부 내용이나 지식의 허점에 대해 선생님이 지적하실 때마다 뭔가 길 한가운데 발가벗겨진(?) 느낌이랄까.. 아무튼 좀 많이 쪽팔렸지만, 덕분에 실제 면접에서는 잘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모의면접에서 선생님이 하셨던 예상 질문이 실제 면접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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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전에 모의면접을 진행하고, 다음 날 있을 모의면접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수능 공부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실제로 플래너에 적힌 1일 순공 시간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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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 - 4시간 48분

10월 26일 - 3시간 7분

10월 27일 - 4시간 1분

10월 28일 - 1시간 13분

10월 29일 - 3시간 1분

10월 30일 - 7시간 20분

10월 31일 - 6시간 12분

11월 1일 - 3시간 14분

11월 2일 - 6시간 51분

11월 3일 - 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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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이 되고 눈이 높아져서 그런지 수시보다 정시에 더 치중해서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플래너에 적히는 1일 순공시간을 볼 때마다 이렇게 준비하는게 맞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순공시간은 지금 봐도 말이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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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수능 공부 시간을 대폭 줄일 정도로 정말 열심히 면접 준비를 했고, 대망의 면접 당일이 되었습니다. 면접은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긴장 풀어주신다고 처음에 웃으시면서 심장이 막 콩닥콩닥 뛰냐고 물어봐주셨는데 그 말 듣고 긴장 다 풀렸습니다,, 진짜,, 교수님 너무 감사합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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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질문은 생명과학2 + 고급생명과학(일반생물학) 내용으로 나왔고, 이후 자기소개서와 생활기록부 기반 면접 포함해서 총 15분 진행했습니다. 마지막 하고 싶은 말까지 하고 나니 14초 남아서 교수님이 이때 타이머 종료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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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하고 마무리하려는데 학생의 디지스트에 대한 관심이나 열정이 정말 남다른 것 같다고 말씀하시며 개인적으로 하나 더 물어보고 싶으신 게 있다고 하셔서 추가 질문까지 답변하고 나왔습니다. 크게 중요한 내용의 질문은 아니었지만, 긍정적 신호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암튼 그렇게 면접이 끝나고, 면접 후기까지 작성하고 드디어 11월 4일 길고 길었던 1주일간의 면접 대비 여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 진짜 제가 주력하는 전형인 정시에 집중하기 위해서 11월 4일 저녁부터 밀렸던 사설 모의고사와 N제를 열심히 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인 11월 5일, 추가로 2개의 대학교에서 수시 합격 발표가 있었습니다. 우선 첫번째로 고려대학교. 여기는 11월 5일 17시에 발표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11시에 조기발표를 하더라고요. 고려대 원서 넣은 반 아이들이 하나둘씩 합격 확인을 하는데, 저는 우주상향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떨어질 줄 알고 결과 나왔다는 친구들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풀던 국어 모의고사나 마저 풀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사설 모의고사 풀면서 오답노트 하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어차피 떨어질거면 빨리 확인해보라고 해서 자습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1시 40분인가? 그때 노트북 꺼내서 확인했던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IgbqEqe1Wp4?feature=share

(유튜브에 업로드한 수시 합격자 발표 확인하는 영상입니다. 유튜브에 “자습시간 고려대 수시 합격” 검색하시면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근데... 붙었더라고요. 정말 상상도 못하고 있었는데 붙어서 기분은 좋았지만, 반에 불합한 친구들이 많아서 마냥 웃을 수 만은 없었습니다. 평소같았으면 1차합 확인하고 소리 질렀을 텐데, 위에 유튜브 영상에서 보시다시피 놀라서 소리 한 번 낸 이후 주변 친구들 눈치보느라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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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붙고 나니 친구들이 매점 한 번 쏘라고 해서 반 애들 데리고 매점에 갔는데, 무려 4만원이 나오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어떻게 매점에서 치킨 두 마리 값이 나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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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제 생활기록부에 적힌 탐구 활동들의 충실성이나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다는 것을 고려대학교 서류 심사를 통해 증명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고,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더라도 정말 좋은 기억으로 평생 남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고려대학교 면접이 무려 수능 4일 전(11월 14일, 일요일)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가능성이 있는 수능에 집중하고 합격 가능성이 희박한 면접을 포기할지, 최선을 다해 면접 준비에만 집중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

저는 결국..

[얻어갈 교훈]

수시에 너무 집중하면 정시 공부할 시간 줄어든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지만, 지금은 적어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임은 확실하다. (참고로 제 인생의 좌우명이 “매사에 최선을 다하자”인데, 수시에 최선을 다했더니 정시 공부에 소홀해져버렸네요ㅜ 물론 후회는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