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에서 이어집니다. 1편, 2편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1편부터 차례대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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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 3.8로 고려대학교에 수시 1차를 합격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내신 때문에 서류전형은 아마 문 닫고 1차 합격 한 것 같고, 면접으로 점수 뒤집기 위해 최대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고려대 면접 준비 역시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수능 공부에서 조금 힘을 뺄 수 밖에 없는 상황. 3학년 시작할 때 '나는 정시로 대학 간다'라고 굳게 마음먹었는데 고려대 1차 합격 결과를 보고 나서 제 입시의 방향성이 다소 변했습니다. 물론 결론적으로는 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지만요.

두번째 원서 발표 학교인 GIST는 저녁 6시에 발표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여기도 조기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고 확인해보았더니 지스트도 합격이었습니다.

1주일간 면접 준비만 하다가 디지스트 면접 끝나고 드디어 다시 마음 편하게 수능 공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딱 하루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바로 다음날 고려대학교 1차 합격이 뜨면서 하루 만에 다시 면접 준비 모드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정시 준비에 상당히 소홀해졌던 것 같네요. 당시에 수시 면접 준비를 하면서 과기원에 올인하고, 만약 다 떨어지면 안정이라고 생각했던 한국교통대학교 철도공학부에 정시로도 진학하게 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진지하게 걱정했었습니다. (점수가 남긴 했지만, 고려대 불합격 했을 경우 제일 가고 싶었던 학교와 학과였습니다. 여기 아니면 한양대 관광학부 정도?)

그러나,, 고려대학교 면접을 상당히 망쳤습니다. 앞으로 고려대학교 캠퍼스를 다시 갈 일은 없을 줄 알았답니다.

물론 과학기술원 면접은 나쁘지 않았어서, 말도 안되게 수능 망쳐서 교통대 못 가게 되더라도 과학기술원 가면 되겠다 싶은 생각은 어느정도 있었습니다. (과학기술원은 군외대학이었기 때문에 수시 합격임에도 불구하고 포기 후 정시로 진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능을 조금 더 부담없이 보고 왔던 것 같습니다.

수능 시험 본 느낌은 그냥 11월에 다른 학교에서 모의고사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고사실에 아는 친구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고사실에 앉아있는 학생들 중 절반이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 학생이었으니까요. 수능 선택과목 신청할 때, 아는 친구들이랑 같이 시험 보려고 이과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제2외국어 같이 신청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신청한 애들끼리 전부 같은 고사장, 심지어 같은 고사실에 배정받았습니다. 이과 제2외국어는 진짜 수능 제대로 보는 학생들만 모여있는 게 아닐까 싶지만.. 사실 이건 케바케니까 단정짓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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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성적이 모의고사 성적보다 낮다고 담임선생님께서 여러 번 강조하셨기에, 저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근데, 6월 이후 봤던 모의고사들의 성적이랑 큰 차이가 나지 않더라고요? 부담없이 봐서 그런지는 몰랐어도, 생각보다 성적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2편에서 말씀드렸다시피, 6년동안 팠던 생명과학은 더이상 거들떠도 보기 싫었습니다. 제가 배우고 싶은 내용을 배울 수 있는 학과에 정시로 충분히 진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다보니, 디지스트와 유니스트, 그리고 지스트까지 모두 합격했는데도 불구하고 세 학교 모두에 등록포기서를 쓰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친구들이 상당히 말렸습니다. 취업 보장된 과기원 포기하는게 말이 되냐고, 여길 왜 수시로 붙어놓고 포기하냐고 많은 욕을 들었지만.. 배우고 싶은 학문 배우러.. 이 세상의 모든 속박과 굴레를 벗어던지고.. 떠났답니다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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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학교들은 수시가 불합격하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제가 작성한 원서가 불합격하기를 희망하는 상황이라니.. 조금 모순적이죠. 다행히 과기원 제외 6장은 전부 최종 불합격. 지금 이렇게 칼럼으로 작성하니까 한 줄 작성하고 끝인데, 집에서는 생각보다 꽤 많이 긴장하고 살았답니다. 엄마랑 같이 불합격 글자 보고 환호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던...

수능 점수를 보고 나니 한양대학교 관광학부가 진학사 기준 9칸이 뜨는 상황. 제가 가고 싶었던 학과여서 원서 작성을 진지하게 고민했으나, 학교 네임드를 올리고 싶었습니다. 교차지원하면 고려대학교가 가능한 점수였고, 결과론적인 이야기기는 하지만 사실 경영학과까지도 가능한 점수였습니다. 하지만 크게 관심있는 분야는 아니었고, 교통 분야 관련 학과를 위주로 찾았습니다. 고려대학교에 비록 '교통공학과'는 없었지만, 배우는 과목들을 쭉 살펴본 결과 제 관심 분야와 가까워보이는 '지리교육과'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당시 진학사 기준 6칸이길래, 정시 원서 접수 첫 날에 바로 원서 작성했습니다. 중학교 때는 꿈이 선생님이었거든요. 지리교육과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수의사가 가장 하고 싶었습니다. 동물을 좋아했으니까요. 다만 제 성적에 비해서 수의대학교는 너무 높았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차피 버리는 다군 카드, 치킨 한 마리 덜 먹어도 되니까 모험이나 해보자 싶어서 원서비 2만원 긁고 제주대 수의대를 질렀습니다. 진학사 1칸^^

나군에는 어떤 카드를 쓸지 고민하다가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계열에 원서를 작성했습니다. 문제는 진학사 기준 4칸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제게 가군 카드 외에는 전부 다 버리는 카드였던 셈입니다.

(좌) 원서 접수 마감 직전 마지막 경쟁률 / (우) 최종 경쟁률

가군 카드는 '고려대학교 지리교육과'로 너무 확고했기에, 원서 접수 첫 날 가군 카드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경쟁률 구경. 그런데...

지난 3년간 고려대학교 지리교육과의 경쟁률 수준은 3:1 수준. 올해 갑자기 9:1로 폭발해버렸습니다. (수시 경쟁률 보다가 이거 보면 진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정시 치고는 꽤 높은 편입니다.) 아마 원서 접수 마감 직전 마지막 경쟁률이 미달이어서 다들 여기로 넣은 것 같더라고요. 하필 올해. 집에서 정말 하루종일 펑펑 울었습니다. 나군과 다군은 어차피 불합격이고,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지리교육과에는 경쟁률이나 진학사배터리 칸수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원서 접수 첫날에 무작정 넣었는데 다 제 잘못인 것 같았습니다. 그냥 점수도 남는데 경영학과 넣을걸, 마지막까지 배터리 칸수 확인하고 넣을걸 등등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지켜보는 엄마는 아무 말씀도 못 하시고, 아빠께서는 열심히 위로해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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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합격했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모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왜 운걸까......

웃긴건, 진학사 4칸이었던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계열도 합격했습니다. 물론 뒤도 안 돌아보고 포기했지만요..

네 그래서.. 갑작스러운 마무리긴 하지만 아무튼 정시로 고려대학교 지리교육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입시생활이 좀 다이나믹했어서 메가스터디 장학생으로도 뽑히고 이렇게 칼럼으로까지 남기게 되네요. 막상 지리교육과 진학하니까 생명과학이랑 동물에 대한 로망이 다시 생기기는 합니다. 앞으로의 제 인생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아무튼 3편에 걸쳐 작성한 입시 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썰 읽는 짧은 시간이 고된 입시생활에 잠시나마 쉬어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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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얻어갈 교훈]

수시 접수 끝내고 경쟁률 보고 낙담하신 분들 많으시죠..?

경쟁률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어차피 대부분은 허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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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수시 원서 접수가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고려대학교 경쟁률 실시간으로 확인했는데, 원서 접수 첫 날 지리교육과 학업우수형 경쟁률이 사범대 전체 1위 찍는 거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혹시 고려대학교에 학우나 계적으로 원서 썼는데 1차 붙어서 면접 보러 왔다가 저 알아보게 되면 인사해주세요. 혹시 지리교육과 면접 보러 온 학생이면 힘내라고 프리허그 해드릴게요ㅋㅎ 제 기운 받아가셔서 면접까지 꼭 합격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