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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미리 체험해보기

이름 : 손여경  스크랩
등록일 :
2022-10-15 21: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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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59,189
안녕하세요. 손여경 멘토입니다. 
어느덧 수능이 한 달 뒤로 다가왔습니다. 이 시기에 새로운 공부법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더 큰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작년 수능이 끝난 날 써놓은 일기의 내용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현역 수능 날보다 재수할 때의 수능 날에 덜 긴장되었던 이유는 '이미 겪어본 것'이라는 것에서 나오는 안정감, 익숙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칼럼을 통해 수능 날의 기분을 미리 느껴보신다면, 수능날 긴장되는 것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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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8일
드디어 내가 두 번째 수능을 보는구나. 어제 너무 떨려서 못 자면 어쩌지 고민했었는데 상당히 잘 잤다. 누워서 10분도 안 있었던 것 같다. 커피를 안 마셔서 그랬나? 새벽 5시쯤 밖에서 부모님이 도시락 준비하는 소리가 들려서 눈이 떠졌다. 이제 겨울이 되고 있는지 차 타고 가면서 본 하늘이 되게 어두웠다. 시험장이 꽤 거리가 있는 편이라 엄마 아빠랑 6시 30분 정도에 출발했다. 가면서 창밖 보면서 최대한 아무런 생각도 안 하려고 노력했다. 아침이라 차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시험장 들어가니까 나뿐이었다. 시험 전에 보려고 준비해 온 것들을 다 봤는데도 시간이 조금 남았다. 화장실도 갔다 오고, 재수하는 다른 친구랑 시험장이 겹쳐서 그 친구랑 인사도 잠깐 했다. 복도에서 아는 사람을 생각보다 많이 봐서 긴장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다. 1교시 때 미친 듯이 떨리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별로 안 떨렸다. 시험 시작.
화작 풀고 나서 시간 보니까 평소랑 비슷한 정도로 시간이 걸린 것 같아서 괜찮다고 생각했고, 문학도 헷갈리는 것 없이 넘어가서 괜찮았는데... 비문학 첫 지문 읽자마자 멘붕이었다. 읽었는데 문제가 하나도 안 풀렸다.
내가 국어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시험이 어려울 수 있으니까 당황하지 말자고 수없이 마인드컨트롤했던 게 무색하게 심장이 빨리 뛰고 당황스러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문학이랑 화작을 빨리 풀어놔서 시간이 여유로웠다는 거...? 일단 당장은 다시 집중하는 게 어려울 것 같아서 '내가 어려우면 남들도 어렵다'라고 생각하면서 문학이랑 화작 마킹을 먼저 했다. 그 뒤로 보기 문제는 일단 넘기고 풀 수 있는 것만이라도 다 풀어보자는 마인드로 시간 끝날 때까지 매달렸다.
국어 시험이 끝나고 나만 어려워했던 것 같은 분위기라 큰일 났다 싶었고 우울했다. 집에 가고 싶었다. 수학은 그냥 해탈한 심정으로 실수나 하지 말자 하면서 풀었다. 근데 8번인가 암튼 3점짜리가 갑자기 안 풀려서 당황스러웠다. 연습한 것처럼 일단 넘기고 마지막에 다시 보니까 다행히 문제를 잘못 읽었던 거라 잘 풀렸다. 또 12번 정도 풀고 있는데 감독관님께서 내 컴싸 색이 연하다고 바꿔주신다고 말을 거셔서 흐름이 조금 깨져서 당황했다. 수학 볼 때도 위기의 순간이 많았었네...
점심때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국어 어려웠던 게 나뿐만이 아니란 걸 알고 멘탈이 조금 회복됐다.
입맛이 없기도 했고 영어 맑은 정신으로 보려고 도시락은 거의 다 남겼다. 점심시간에 자꾸 국어랑 수학 생각이 났는데 국어 비문학이 계속 생각나고, 수학도 시간에 딱 맞춰서 풀어서.... 이전 시험은 잊고 다음 시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왔는데 그게 쉬운 게 절대 아니었다. 
영어는 이번에 듣기가 쉬워서 듣기 하면서 꽤 많이 독해 문제 풀고 느낌이 괜찮다 싶었는데 40번 헷갈렸고 4문제 남았는데 사간이 15분밖에 안 남았다.
그래도 앞 두 과목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여기까지 지나니까 너무나도 피곤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떨렸어도 계속 긴장 상태에 있었고 집중 유지하고 하다 보니까 그랬나 보다.
초콜릿 많이 가져가나 생각했는데 가져간 거 다 먹었다. 이제 한국사 시험이었는데 10분 만에 다 풀었다. 9평 때 한국사 등급이 처참해서 공부를 좀 했더니 빨리 풀렸다. 남은 20분 동안 시험지 여백에 생명 백지 복습을 해야지 했는데 계속 국어랑 수학 생각이 막 났다... 진짜 겸허한 마음으로 망했더라도 좋은 인생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탐구까지 최선을 다하고 가자 이렇게 계속 자기암시를 했는데 솔직히 우울해지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최대한 멘탈 잡으려고 노력했다.
암튼 이러고 드디어 마지막 탐구 시간이었다. 교실에 히터를 틀어서 좀 답답하고 집중이 흐려지는 느낌이었다. 이때 화장실 한번 다녀올 걸 그랬다.
생명 비유전 되게 빨리 풀어서 좀 괜찮나 싶었는데 시간 15분인가 남기고 3문제 남았는데 3문제 왔다 갔다 하다가 다 제대로 못 풀어서 멘탈 털렸다. 지구과학도 헷갈리는 게 생각보다 꽤 있어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이렇게 드디어 수능이 끝났다. 이때는 끝났다는 게 실감도 안 나고 그냥 얼른 핸드폰 받고 채점 돌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폰 받자마자 빠른 채점 들어가서 국어부터 답 입력하는데 수능 1교시 때보다 이 순간이 정말 너무 떨렸다.
국어 채점 돌려보니까 생각보다 괜찮아서 진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수학도 실수했을까 봐 엄청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92점이었다. 이것도 너무 감사했고 점수 보고 기분이 되게 좋아졌고 올해 중에 가장 행복했다. 내가 원하는 게 실수 안 하는 거였는데 그게 이루어졌다는 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 수능 대박이라고 부를 만큼 평소보다 잘 본 점수는 아니었지만 평소만큼 점수가 수능에서 나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수능 시험장 나서면서 나랑 친구 둘 다 신나있었다.
내가 그래도 마음 편하게 웃으면서 즐겁게 수능 시험장을 나올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엄마, 아빠 만나서 집 오는 길에 내가 평소처럼 봤다고 하니까 두 분 다 다행이라고 수고했다고 해주셨는데 이때 기분이 되게 좋았다.
미련 없이 이번 수능이 마지막 수능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내가 원하던 '이거면 그래도 미련은 없다' 딱 이 상태라서! 진짜 1년간 수고 많았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고 잃은 것도 많았지만 그래도 또 그만큼 많은 걸 얻어가는 것 같다. 너무 수고 많았다ㅎㅎ 오늘은 푹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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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제 수능 날 일기입니다. 칼럼을 쓰면서 오랜만에 수능이 끝난 날을 생각해보게 되네요ㅎㅎ. 작년 수능을 생각해 보면 사소한 위기의 순간들이 많이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국어 비문학 지문이 잘 읽히지 않았을 때, 수학 8번이 풀리지 않아 넘겨야 했을 때, 수학 시간에 감독관님이 갑자기 말을 거셨을 때, 영어 4문제 남았는데 시간이 별로 없었을 때, 15분 동안 생명 문제를 풀었는데 제대로 푼 문제가 하나도 없을 때 등등이요. 이런 위기의 순간은 당연히 올 수 있습니다. 어쩌면 위기의 순간이 하나도 없이 평탄하게 시험을 응시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위기의 순간에 대응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수능 보기 전, 여러 가지 위기 상황을 가정해두고 대응 방법을 마련해둘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국어 지문이 읽히지 않았을 때 마킹을 먼저 한 것과 보기를 넘기고 풀 수 있는 것 먼저 풀었던 것처럼, 수학에서 8번일지라도 안 풀리니까 일단 넘겼던 것처럼요. 물론 이렇게 대응 방법을 정해두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고, 연습한 것처럼 잘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라고 생각합니다. 수능날 긴장, 당황 등의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그런 감정이 느껴지는 것에 거부감을 갖기보다는 '당연하다'라고 생각하고, 자기 암시를 계속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일기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도 시험 볼 당시에는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아 망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정말 기분 탓일 뿐이랍니다. 저도 국어 시험 정말 망친 줄 알았는데, 결과 나와보니 가장 잘 본 과목이 국어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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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마음가짐은, '나한테 어려우면 남들한테도 어렵다'입니다. 국어 시험 응시하기 전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해두긴 했는데 막상 비문학 지문이 안 읽히니까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당황스러운 감정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데, 국어 시험 끝나고 '나만 어려웠나 보다'라고 생각한 건 좋지 못한 자세였다고 생각합니다.'국어 이번에 역대급으로 어렵네' 이렇게 생각하고 다음 시험에 집중하는 게 올바른 태도일 것입니다. 이번 수능에서 어떤 과목이 어려울지 알 수는 없으나, 혹시 풀다가 어려운 과목이 있더라도 'ㅇㅇ 과목 이번에 역대급으로 어렵네' 이렇게 꼭 생각하고 남은 과목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저 역시 안 하는 게 어려웠긴 한데, 한 과목 시험이 끝나면 그 결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미 지나간 건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생각하지 않는 게 물론 어렵겠지만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라도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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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작은 팁 하나 더 드리자면, 한국사 시험이 끝난 뒤 시간이 남았다면 감독관님의 허락을 받은 뒤 화장실 한번 다녀오실 것을 추천합니다. 탐구는 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집중력을 끌어올려 응시해야 하는 과목이니, 히터 때문에 흐려진 정신을 화장실 다녀오며 다잡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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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칼럼이 수능날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까지 후회없이 보내고, 수능 시험장을 미련없이 나설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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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여경 멘토

  • ○ 전남대 수의예과 22학번
  • ○ 자연계열 / 정시전형
  • ○ 메가스터디 18기 목표달성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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