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드디어 수능이 끝났죠. 모두들 수능 치느라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꼭 원하시는 바를 이루셨으면 좋겠어요. 당분간 푹 쉬면서 재충전하는 기회를 가지셨으면 합니다.

이제 이 게시판을 주로 사용하는 분들도 바뀌겠네요. 아마 예비 고3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아직 수능을 제대로 쳐보시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이겠지요. 11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려면 대략적으로라도 계획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에는, 플래너를 처음 사용하시거나 사용하는 데 서투른 분들 위주로 플래너 작성 관련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플래너 관련 글을 다 쓰고 보니, 공부 스타일이 어느 정도 잡혀 있는 분들보다는 아직 제대로 플래너를 써보지 않은 예비 고1. 예비 고2 분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참고하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플래너 사용 추천 대상자들

  주변을 보면 플래너 쓰시는 분들도 많지만 안 쓰고도 잘 하시는 분들도 정말 많아요. 그래서 ‘무조건 플래너 써야 한다!’파는 아닌데, 다음 두 가지에 해당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추천드리고 싶어요. 입시 전형 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생각하고 있거나 생각이 많다거나.

  먼저 학생부 종합 전형을 생각하시는 경우. 정말 챙길 게 많아요. 공부하랴 수행평가하랴 학교에서 하라는 것만 해도 바쁜데 학종을 위해서는 내가 더 일을 만들어서 해내야 하니까요. 할 일이 정말 많다 보니 자칫하면 공부나 비교과 하나는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 챙긴다고 해도, 마감일 직전까지 까먹고 있다가 급하게 해서 퀄리티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구요. 저도 플래너를 고등학교 들어오기 전까지 사용할 생각도 안 해보다가 너무 할 게 많아서 일정정리용으로 쓰기 시작한 케이스입니다.

  생각이 많은 경우에도 추천드리는 게,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을 정리해주는 효과가 있어요. 저도 생각이 많은 편인데, 그러다보니 공부하다가도 ‘아, 다음에는 수학 해야 하는데’, ‘이번주까지는 그 문제집 다 끝내야 하는데 오늘 얼마나 해야 하지?’, 이런 다음 공부에 대한 생 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지기도 하더라구요. 플래너로 계획을 세워두면 일단 이런 걱정하는 것도 막을 수 있고, 중간에 불쑥 엉뚱한 생각이 들어도 플래너에 대충 적어두고 까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2. 자신의 한계를 알자

  플래너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이 중요해요. 효율적으로 계획을 세우려면 내가 어느정도까지 공부할 수 있구나 하는 걸 알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시간이 된다면, 본격적으로 학기가 시작하기 전 방학 때 계획을 조금 무리하게 잡아두고 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예를 들어 하루에 (비문학, 문학, 문법, 수1, 수2, 미적분, 생1, 화1) 인강 8개 듣기, (수1, 수2, 미적분, 화1, 생1) 자이스토리 한 단원 다 풀고 오답, 영어 모의고사 1개 풀이 및 오답, 이런 식으로 계획을 잡아두고요. 당연히 하루에 다 못 하는 분량입니다. 며칠 동안 무리하게 해내다 보면 자신의 한계에 대한 감이 잡혀요. ‘아 난 하루에 인강 3개 이상 들으면 집중이 안 되는구나.’, ‘난 문제는 빨리 푸는데 확실히 오답에 시간을 많이 소요하네.’ 이런 식으로요.

3. 계획을 세워보자

  자신의 한계를 알았다면 이제는 계획을 세울 시간입니다. 제일 중요한 건 계획을 어떻게 세우냐입니다. 플래너 써봤자 효율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면 그건 그냥 잡동사니에 불과해요. 저마다 계획 세우는 스타일은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는 일주일치 계획을 한 번에 세우고, 최대한 빡빡하게 잡는 타입이었어요. 예시로 1학년 겨울 보충 때 제 플래너를 보면 ‘수1 워크북 다ㅋ’이런 식으로 못 할 걸 예감하면서도 적어놨습니다. 전 해내야 할 일이 많을수록 계획 맞춰 움직인다고 잡생각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조급해지니 멍 때리거나 노는 시간도 줄어들었거든요. 또 하도 빡빡하게 잡아놓다 보니 ‘지금 하나라도 다 못 하면 남은 거 내일 다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그랬구요. 그리고 이건 제 경험이지만, 이렇게 계속 자신의 한계에 가깝게 계획을 소화하다보면 습관이 되고 익숙해져서 더 많은 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기억을 바탕으로 복원한 사진)

  전 일요일, 본격적으로 한 주가 시작되기 전 일요일 밤에 토요일까지의 계획을 세워놓는 편이었는데요, 자신의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 도전하다보면, 특정 일을 할 때 시간이 어느정도 소요되는지 감이 잡힙니다. 이걸 바탕으로 각 항목 옆에 예상 소요 시간, 혹은 그걸 바탕으로 언제 이 항목을 공부할지 대충 적어놨습니다. 이걸 보면서 오늘은 이 정도 할 수 있겠구나~ 짐작하고 한계에 가깝게 계획을 세워둡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운 건 아니었어요. 시간을 표시해둔 건 그 날의 계획을 효율적으로 세우기 위함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을 기준으로 계획 세우는 걸 선호하지는 않아서요. 그날 어떤 문제를 푸느냐, 어떤 파트를 공부하냐에 따라서 같은 과목이라도 걸리는 시간이 다 달라서 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우면 효율이 썩 좋지 않거든요. 이렇게 빡빡하게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자기 전 동그라미 표 되어있는 플래너를 보면 뿌듯하고 동기부여도 됐습니다.

4. 수능까지의 계획 세우기

  고1, 고2까지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라는 큰 이벤트를 중심으로 계획하면 되지만 수능을 준비하시는 분들 경우는 다르죠. 내신은 1달 기준으로 준비하면 되지만 수능은 지금부터 세더라도 최소 11달을 준비해야하니까요. 수능 공부할 때는 월별로 무엇을 하자고 대강이라도 잡아두면 편합니다. 언제까지 기출을 몇 번 봐야하는지, n제는 언제까지 풀 건지, 언제부터 모의고사를 1주 몇 회씩 풀 건지.. 이런 것들요.

  저는 1학기 내신도 챙겼어야 했어서, 1학기는 내신 위주, 그 전후로는 수능 위주로 계획을 잡았어요. 우선 고등학교 2학년 12월까지는 공부는 평소대로 하면서 기말고사와 학생부 관리 위주로 계획을 세웠고, 그 다음 해부터 본격적으로 수능 위주로 계획을 세웠어요. 계획은 엄청 크게 크게 잡았는데, 3학년 개학 전에는 '1) 2월까지는 모든 과목 기출을 한번씩 더 돌리자. 2) 2월까지는 탐구 킬러 대비 n제 위주로 더 공부하자. 3) 2월까지 1주 1모고. 4) 수학 n제 엄청 돌리자.' 이렇게 큰 목표를 잡았고, 1학기는 '1) 일단 중간 기말 위주! 2) 내신 3주 전부터는 모고 풀지 말자. 그 시간에 내신 공부. 3) 비문학 사설 3지문, 수학 n제 제외 나머지 n쩨는 내신 2주 전부터 중단.', 여름방학 때는 '1) 자소서 쓰기. 2) 기출 다시 다 돌리기. 3) n제 다 돌리기.', 2학기에는 '1) 10월부터 기출 다시. 2) 10월부터는 n제 오답 위주, 3) 10월은 1주 3모' 이런 식으로 목표를 잡았어요. 이 목표를 바탕으로 대략적인 계획을 세웠죠.

  사람마다 우선순위가 다르고, 이때 이걸 해야 한다! 라는 것도 모두 다를테니 제 예시는 참고로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4. 플래너는 도구일뿐

  마지막으로 플래너는 내 공부를 도와주는 도구일뿐이란 걸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플래너에 계획 열심히 세우고 예쁘게 꾸민다고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저는 플래너를 정말 막 썼었어요. 글씨도 엄청 날려 써서 가끔 친구들이 제 플래너를 보고 이걸 어떻게 알아보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원체 이런 거 꾸미는 걸 잘 못해서 타임 테이블 기록하는 것도 잘 안 하고, 매일 날짜 쓰고 하는 것도 귀찮아서 메가스터디 플래너 사용했었구요. 물론 예쁘게 꾸미면 보기에도 더 좋고 의욕도 나겠죠. 제 친구들 중에서도 플래너 꾸미면서 스트레스 해소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다만, 제일 중요한 건 결국 그 내용물인 계획이란 걸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플래너는 내 계획을 적어두는 메모장일뿐이에요!

제 글이 플래너 써보려고 했는데 감이 안 잡힌다,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계획 세우셔서 원하시는 바를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