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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즐거운 편지

이름 : 이강  스크랩
등록일 :
2022-12-25 14: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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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4,942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선생님들께 보내는 여덟 번째 즐거운 편지, 18기 목표달성 장학생 이강입니다.
 
 이번 달은 조금 늦게 찾아뵙게 되었네요. 수능 이후 고3 선생님들이 많이 안 읽으실 것 같지만 몇몇 선생님들은 남아서 읽어주셨으면 좋겠다는 게 제 소망입니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나아가 중학교 3학년 선생님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보편적인' 칼럼을 쓰는 게 항상 제 꿈이었답니다. 아무튼 12월의 여덟 번째 즐거운 편지의 주제는 '어떻게 방학을 보낼 것인가?'입니다. 

 목차

1. 공부의 측면

1.1. 전공 준비를 하자

1.2. 책을 읽자

1.3. 글을 쓰자

1.4. 생각을 하자

2. 삶의 측면

2.1. 교양 프로그램을 접하자

2.2. 외국어 공부를 하자

2.3. 새로운 것을 해 보자

2.4. 무용한 일도 해 보자


 1. 공부의 측면
 
 수능이 끝난 선생님들, 잘 쉬고 계신가요? 저는 당연히 수능이 끝났으면 당분간은 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입시 면접도 어느 정도 마무리될 시점이고, 12년간 한 목표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셨기 때문이지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당시 고등학교 3학년 선배님들에게 1학년 전체가 수능 응원 영상을 찍은 적이 있었답니다. 그때 저희 영상의 테마가 옥상달빛의 <달리기>였어요.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제가 대학교 1학년을 마쳐가면서 지금 고등학교의 선생님들께 이 노래를 다시 들려드리려니 여러 감정이 드네요. 아무튼 지겨울 만큼 노셔야 한다는 것은 제 변함없는 생각입니다. 대학에서는 신경 쓸 일이 많고, 방학이 방학이 아닌 느낌이 들거든요. 적어도 인생의 무게 없이 놀 수 있는 순간은 고3 때의 겨울방학이 마지막입니다. 다만 이제 대학에 와서 적응하기 위해 어느 정도 준비해야 하는 것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2022년 초로 돌아간다면, 저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을 선생님들께도 해 드리려고 합니다.

 1.1. 전공 준비를 하자

 대학교에 오면 특별한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자존감을 미리 올려두시고 오셔야 합니다. 요즘 책을 읽어도 머리에 들어오는 게 없다며 불평하는 친구가 시험에서는 저보다 잘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매일 수업에 지각하는 친구가 발표 시간에는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급 어휘들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인문대학 소속이기 때문에 수업에서 토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토론을 하다 보면 정말 신기한 생각을 하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아주 특출나서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정말 처음 나오는 생각들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부러운 것은 누구든 할 수 있는 생각을 설득력 있게, 타당한 논리를 가지고 풀어나가는 선생님들입니다. 가끔 토론이나 발표를 들으며 '분명히 나와 같은 인간이고, 지금까지 19년을 살아온 것은 똑같은데 어떻게 저 분은 저렇게 생각을 하고, 나는 이것을 그렇게 조리있게 말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심지어 고등학교 때 이미 교수님이 쓰신 대학원 책을 읽고 오신 분도 있었습니다. 이런 선생님들 틈에서는 아무리 고등학교 때 대학교 준비를 많이 했어도, 대학교에서 시간을 아껴가며 공부했어도,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대학교는 '지역구'가 아니고 '전국구'이면서, 대한민국에는 이른바 '천재'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드는 생각은 대학에 들어가기 전 미리미리 전공 준비를 조금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공 준비라고 해서 거창할 것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전공 준비는 위에 언급했듯이 교수님이 쓰신 대학원생 대상의 책을 읽고, 관련 분야의 논문을 읽으면서 그것을 모두 이해하라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저 전공하시고자 하는 분야의 개론서나 교양서 정도를 읽어보고, 흐름을 파악하거나 자신이 흥미있는 부분을 찾아보시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저를 예로 들면, 저는 고등학생 때 <영미문학의 길잡이>라는 영문학 개론서를 조금 읽었고, 그 중 19세기 미국 문학에 관심이 생겨서 그것을 공부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문학과 사회의 연관, 사회에서 문학이 끼칠 수 있는 영향을 고민해 보자는 것이 저의 생각이었죠.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대학교에서 과제를 수행할 때에도 저의 '시각'이 생기더군요. 이 '시각' 만들기는 대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고등학생 시절에 꼭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시각'을 활용할 수 있는 첫 번째 발걸음이 자신의 전공에서 있을 것이기에, 전공 준비는 대학교 입학 전에는 한번씩 어설프게라도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그 '시각'을 만드는 또다른 방법을 이 칼럼에서 고민하고자 합니다.

 1.2. 책을 읽자

 앞에서 전공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자신만의 '시각'을 만드는 것의 시작은 책을 읽는 것입니다. 대학교에서는 책을 아주 많이 읽어야 합니다. 책뿐만 아니라 논문도 여러 편 읽어야 하지요. 양질의 리포트를 쓰기 위해서는 한 편에 참고자료 10개 정도는 인용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독서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필요한 순간이 닥쳤을 때, 급하게 읽다 보면 머리로 내용 이해도 잘 안 될 때가 많아요. 그러다 보면 겉핥기 식으로 읽게 됩니다. 내용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읽지 않고, 겉으로 사실 관계만 인용하는 것은 공부하는 데에 있어서 너무 큰 '비용'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고,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는지 칼럼 하나를 더 자세하게 써 볼 예정입니다. 다만, 그 칼럼을 쓰기 이전에 중요한 뼈대 정도는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첫째, 한 작가를 잡아보세요. 저는 문학을 중심으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모든 작가들에게 공통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촘스키가 사회를 보는 방식, 그것에 얼마나 동감하고 비판할 점은 어디인지,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복은 계속된다> 정도로는 깊게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정말 촘스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도 읽어야 하고... 하여튼 한 작가를 뚫어보기 위해서는 한 책으로는 부족합니다. 저는 중학생 때 김영하 작가를 읽어보려다 실패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한 번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김영하 작가가 처음으로 주목받았던 소설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책을 빌렸습니다. 그때의 저는 90년대 말을 휘감고 있는 세기말의 퇴폐적이고 허무한 분위기, 등장인물들의 시시하지만 무엇인가를 통달한 듯한 무심한 말투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김영하 작가의 데뷔작인 <거울에 대한 명상>을 읽기 위해 단편집을 빌렸고, 그 단편집을 다 읽었으며, 다른 단편집을 또 빌리고... 그래서 김영하 작가의 소설로 친구들과 농담을 할 수 있기까지 이르렀습니다. 한 작가에게 빠지면 그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작가의 세계관을 체화하게 됩니다. 처음 자신의 시각을 만들어 갈 때는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차용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다른 사람의 '세계', 즉 그 사람의 해석의 지평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맹점이 있지요. 그래서 한 작가에 몰두해서 읽는 것이 초기에는 필요하지만, 나중에는 그 작가가 만들어 준 세계를 깨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 또한 필요합니다.

 둘째, 그 작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세요. 한 작가에 몰두하여 그 사람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아니, 자신의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미 만들어 본 사람의 시각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요. 그렇지만 그 작가의 '세계'가 자신의 세계 전부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그것은 본인의 세계가 아닌, 그 사람의 세계니까요. 김영하 작가의 <작별 인사>를 읽으며, 저는 인공지능 시대가 찾아오면 인간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인간 자신을 확립해 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때 김영하 작가의 시각은 도움이 많이 되었지요. 하지만 모든 해석에 동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결국 '인간성' 예찬으로 끝맺는 소설의 결말을 보며, 인간성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지를 더 고민했었습니다. 작가의 생각 중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받아들이고, 또 어느 정도 거리를 둘 부분을 찾기도 하면서 한 작가에만 몰두하는 단계를 벗어나 다른 작가를 찾아야 합니다. 저는 요즘은 그 '허무'한 분위기가 어디에서 근원하는지를 찾아 김승옥 작가를 더 읽어보게 된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이 생각해 온 것을 벗어나는 읽기도 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인간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실존주의'적 태도가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철학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그 생각도 이미 있는 구조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구조주의'의 태도도 맞다고 생각하며 방황하는 중이랍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의 세계를 벗어나 다른 사람의 세계를 접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촘스키를 읽어봤으면 샤피로도 읽어보고, 마르크스의 해석과 함께 하이에크의 해석도 접해 볼 필요가 있으며, 아인슈타인의 생각도 옳지만 보어의 생각은 어떤지 탐색해 보는, 그런 변증법적인 태도를 독서에서 찾으셨으면 합니다.

 셋째, 한 분야에만 몰두하지 마세요. 어느 한 분야에만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얼마 전 진화학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께서는 '학문적 부족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학문은 정확하게 나누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문학을 공부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사회에 문학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인문대학의 주요 세 분야로 알려진 문학, 사학, 철학은 거의 한 체계로 움직입니다. <영미문학의 길잡이>를 펼치면 비평이론에 정신분석이나 후기 구조주의적 비평 등이 등장합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심리학 이론이나 데리다의 해체 철학 등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겠지요. (저도 아직 잘 알지 못하는 분야입니다만...) 인문대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단과대학의 여러 부분은 서로 참고할 부분이 많습니다. 진화를 바탕으로 문학을 해석하는 경향도 생기고 있고요, 인간의 생명에 영향을 주는 질병들에 사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생각해 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교의 연합전공이나 연계전공도 '벤처경영학'과 같은 분야가 생기고 있지 않습니까. 바야흐로 우리는 융ㆍ복합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인문학을 공부하니까, 수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혹은 '나는 과학을 공부하니까, 인문학 소양이 필요할까?'와 같은 질문들은 현재와 같은 '통섭'의 시대에는 긍정적으로 답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넷째, 고전을 읽어보세요. 이것은 그냥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고등교육'을 받기 위한 기초 소양을 쌓는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입니다. 어렵더라도 일단 잡아보세요. 영문학을 공부한다면 유명한 작가 한 명, 생물학을 공부한다면 <종의 기원>, 정치철학에 관심이 많다면 롤스의 <정의론>, 이런 것들이요. 무엇인가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 전공하려고 하는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책 한 권 정도 읽고 들어가면 자존감이 많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이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것입니다. '모래주머니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지요. 어려운 책도 읽을 수 있었는데, 교양 서적을 읽는 것은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그리고 어려운 '세계'를 접하면 접할수록 자신의 세계가 그리고 주위에 보이는 세상이 조금 더 풍요로워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다고 해도 말이지요.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이 있지요. 우리는 그 마음을 가꾸는 농부들인 것입니다. 농사는 빨리 결정되지 않습니다. 잡초도 자주 뽑아주면서 김매기도 해야 하고, 하루라도 달라지면 많은 것이 달라지는 것이 농사입니다. 아마 우리가 책을 읽고 자신의 시각을 '가꿔나가는' 것도 농사의 일종이 아닐까요? 이제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어떻게 읽어야 할지는 차차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독서 외에도 '시각'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는 것으로도 많은 것을 일구어 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1.3. 글을 쓰자

 대학교에 들어오면 정말로 쓸 것이 많습니다. 한 학기에 리포트를 쓰지 않는 주가 없을 정도일 수도 있고, 일 주일에 리포트 두 편을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리포트 뿐만 아니라 장학금을 받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써야 할 수도 있고, 저는 하고 있지 않지만 대외활동으로 서포터즈나 기자단을 하시는 선생님들은 글을 많이 써야 할 것입니다. 또, 학보사에서 일하실 수도 있고, 공모전을 내야 할 수도 있으며, 지금 이것을 읽고 계시는 선생님들 중 몇몇 분께서는 저처럼 메가스터디에 칼럼을 써야 하실 수도 있으시겠지요. '어떻게 쓸 것인가'는 '어떻게 읽을 것인가'와 같이 공부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떻게 쓸 것인가'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많이 익숙하실 것 같은 분류법으로 나누어 보지요. '주제', '구성', '문체'입니다.

 '주제'는 선생님들의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마음이 가는 주제로 써도 쓰다보면 '이게 아닌데...' 하는 순간이 분명히 찾아옵니다. 지난 1학기에 '21세기 한국소설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으며 제가 리포트를 쓸 때, 관련 자료로 2022년에 나온 소설을 주제와 관련하여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그것을 연구한 자료가 아예 없었지요. 소설집에 실린 평론가의 평론 외에는 그것을 해석할 수 있는 지평조차 부족한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나도 쓰고 싶은 주제가 있었고, 그것을 뒷받침하기에 그 소설보다 더 좋은 예가 없었기에 그 소설을 제 나름대로 해석하여 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주제를 고를 때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마세요. '내가 이것을 할 수 있을까?' 네. 하실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정말로 선생님들의 마음 속에서 우러나왔다는 전제 아래에 말입니다. 가끔씩은 질문이 정해진 경우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그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변은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글을 전개해 나가시면 쓰기 싫은 글에서 조금이나마 써야 하는 이유를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구성'은 첫 문장을 바탕으로, 문단 단위로 전개해 나가시면 됩니다. 먼저, 개요를 작성하세요. 서론에 무슨 내용을 쓸지, 본론은 몇 문단으로, 무슨 내용을 쓸지, 결론은 어떻게 내릴지. 이런 것들을 간단하게 생각해 놓으시면 됩니다. 틈틈히 생각날 때 중요한 내용을 포스트잇에다가 써 놓아도 괜찮아요. 이번에 한국사 과목인 '한국 근대사회와 민족운동'을 공부하면서 쓴 리포트의 개요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서론 - '정사'
본론
1. 윤심덕과 '민족'
1) 동우회 순회 극단
2) 조선총독부 촉탁 가수
...
결론 - 신파와 멜로드라마

이때 주의하셔야 할 점은, 이것을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윤심덕뿐만 아니라 김우진의 사상 세계에 대해서도 논하고 싶었지만, 분량 상의 문제로 포기해야 했습니다. 항상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번에 정하지 마시고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개요를 작성한 다음에는 첫 문장에 문단에서 하고 싶은 말을 던져두고, 자신이 생각한 순서대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한 문단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꼭 끝내고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세요. 이런 식으로 여러 번 연습하면 좋은 글을 써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문체'는 쓰다보면 생깁니다.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각'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선생님들만 할 수 있는 말이 생길 것입니다. 설명에 더 투자해야 하는 선생님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저처럼 전개와 근거가 더 중요한 선생님들이 있으실 수도 있겠죠. 두 번 만난 친구도 저를 '신랄하다'고 표현합니다. 그에 대한 농담으로 저는 '쉬운 것을 어렵게 만들고 어려운 것을 쉽게 넘길 수 있는 것'이 저의 문체라고 표현한 바 있죠.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는 것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시각'을 빌려쓰더라도, 그것을 자신의 말투로 녹여내는 것은 여러 번의 연습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글은, '결국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는 글'입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군더더기가 없이도 늘릴 수 있을 만큼 늘린 글입니다. 선생님들이 어떻게 자신의 시각을 녹여내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지 연구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대학교 들어가서 처음 과제부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시작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겠지만, 이왕 많이 쓰게 될 것인데, 하루하루 조금씩 연습하고 들어가면 경쟁력 있는 대학생이 되실 수 있을 것입니다.

 1.4. 생각을 하자

 이건 간단하게 작성해 볼게요. 위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생각'은 정말로 여유로울 때 많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제가 수능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쓴 글의 일부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나는 생각함으로써 나에게 보상을 주고 있다. 그냥 언제나와 같았던 책상에 앉아, 여러 책을 옆에 두고 읽으며 (...) 그리고 가끔씩 정말 인터넷이 그리울 때는 인터넷 백과를 켠다. 그리고, 항상 나를 파멸시킨, 어쩌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알고리즘'적 행위를 지속한다. 신성로마제국에서 해리포터까지, 이것이 링크 몇 개로 옮겨지는 과정은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수능이 끝나고 나는 달라진 게 거의 없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더 이상 밥먹고 수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리라. 수학을 하지 않는 시간, 그 가슴 졸이던 시간에 나는, 오랜만에 촘스키를 읽고 있기도 하고, 생텍쥐페리를 읽고 있기도 하다. 뭔가를 다 태우고 남았을 때 재를 뒤집으며 노는 이 기분, 너무 좋다. 이 맛에 수능 보았지 싶다.

 그 여유로운 시간, '재를 가지고 노는' 시간에 떠오르는 생각들은 정말 별 것 아니면서도 소중한 것들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할까요. '생각'을 하자는 것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융합'된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먼저, 우리는 '융합된' 생각을 해야 합니다. 어떤 한 분야를 생각할 때, 다른 분야에서 활용할 방법이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것이지요. 저는 얼마 전에 '뇌과학'에 관련된 책을 읽었습니다. 해마에서 정보가 처리되고, 그것이 뇌에서 처리되는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냥 교양 수준에서 읽을 때는, '아, 이런 것이 있구나.'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적극적으로 자신이 배운 것과 결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이것이 인간이 '현상'된 것만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뇌에서 정보가 처리되는 과정은 철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생각을 처음 할 때는 어느 정도의 '자기검열'에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너무 이상한 생각은 아닐까 걱정이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런 '엉뚱한' 생각에서 모든 것이 시작한다고 봅니다. 책을 읽다가 이상한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책에서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은 것 말이지요. 그것을 이상한 생각이라고 던져버리지는 마세요. 그게 하나의 원석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요. 선생님들이 그 생각을 처음 하신 분일수도 있어요.
 
 둘째로, 생각한 것들을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생각에만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생각한 것이 아닙니다. 그게 남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말'이 꼭 'speak'에만 머무르라는 법은 없지요. 기록을 해 놓으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하루에도 수만 가지 생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 중에 정말 위에서 말한 원석과 같은 생각도 있을 것입니다. 꼭 메모해 놓고, 주석처럼 책에 써 놓고 간직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지식'으로 재가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충실하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 선생님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물었을 때, 자신의 생각을 여러 문헌을 토대로 말할 수 있는 것. 그런 태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 미리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고 봅니다.

2. 삶의 측면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나중에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공부만 하는 인생은 너무 팍팍하지요. 그래서 이 절에서는 어떻게 방학 동안 풍요로운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자 합니다. 물론 여기에서도 세상을 보는 '시각'을 어떻게 키울지 생각할 것입니다. 풍요로운 삶은 결국, 자신이 살아가야 하는 것이니까요.

2.1. 교양 프로그램을 접하자

 '교양'. 뭔가 '있어보이는' 그런 말입니다. 채사장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지요. 타인과 지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기 위해 필요한 그런 지식들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교양은 남들과 대화할 때 속되어 보이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지식들을 의미합니다. 굳이 브람스를 들을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관심 있는 록 음악에 대해서 어느 정도 말하고 설명할 수 있는 그런 정도로 보면 될까요. 와인의 종류를 미묘하게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어도, 와인과 그리스 신화의 연관성이나 디오니소스 혹은 와인에 관련된 세계사적 지식을 말해 볼 수 있는 '경쟁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교양'은 앞서 말한 책들을 통해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그런 지식들입니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 IT 시대에는 책 말고도 교양을 접할 수 있는 여러 길들이 많이 열려 있습니다. 저는 크게 '오디오'와 '비디오'로 이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오디오'로 교양을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은 '팟캐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소 '구시대적'인 라디오도 소개해 드릴까 고민했는데, 요즘은 팟캐스트로 라디오도 다시 듣기가 가능하니 결국 팟캐스트로 통일할 수 있겠더군요. 팟캐스트는 여러 주제를 '대중적으로' 소개시켜 주는 좋은 수단이라고 봅니다. 팟캐스트는 밥을 먹으면서도, 잠을 청하기 전에도 배경 음악처럼, 부담없이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부모님과 내용에 관해 토론하기를 좋아합니다. 제가 듣는 팟캐스트를 모조리 추천드리고 싶지만 어느 한 분야가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친 주제를 다루어 선생님들께 많은 도움이 될 만한 팟캐스트를 추려 두 개 정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지대넓얕) - 교양 팟캐스트의 선구자라고 생각하는 콘텐츠입니다. 끝난지 5년, 좀 있으면 6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유명 팟캐스트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는 교양 부문 5위 아래로 내려가는 일이 드물죠. 역사나 경제, 정치, 사회 등과 같이 '지식'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영화'나 '노래' 같이 대중문화도 다루곤 합니다. 다양한 부분의 지식들을 망라하고 있으니 아마 관심 없는 분야를 찾는 것이 더 힘드실 것입니다. 누구든 목록을 보다보면 관심 가는 주제를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빨래'에 관한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저는 대중적인 부분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인 '대부'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많이 들었습니다(3번 정도).고등학교 때에는 가끔씩 자습 시간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도 여러 번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비트겐슈타인'에 관련된 에피소드와 '에니어그램'에 관한 에피소드도 여러 번 들었고요(2번 정도). 이 칼럼을 쓰는 오늘도 '매트릭스'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그 영화에 숨겨진 의미들을 많이 알아보는 시간도 가졌어요. 최근에 철학 수업에서 배웠던 것도 여러 가지 연관되어 떠오르는 것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고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들은 에피소드는 '살바도르 아옌데'에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5번 넘게). '혁명'이란 무엇인가, 또 혁명의 성공과 실패란 무엇인가, 혁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등 여러 질문이 나오는 에피소드 입니다. 아옌데라는 한 사람의 일생을 따라가면서 채사장 작가의 질문에 대해 생각하면서 여러 번 듣는 그런 에피소드였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내용과 구성 모두가 알찬 회차였거든요. 비극적인 결말을 미리 아는 상태에서 그 비극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런 회차였습니다. 아무튼 패널 분들이 각자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진심으로 유익한 이야기를 전해 주시고, 때로는 어이없이 웃기기도 하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그런 팟캐스트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 - '지대넓얕'이 약간 대중적인 이미지라면, '서가명강'은 조금 더 전문적인 팟캐스트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서가명강은 교수님들이 강의하시는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팟캐스트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 많은 인기를 끄는 강좌를 팟캐스트로도 소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서가명강'은 책으로도 나오고 팟캐스트로도 나온다는 점도 지적하려고 합니다. 저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가 참고 자료에 '서가명강' 시리즈 중 한 권이 있어서 접하게 되었는데 팟캐스트로도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몇 편 들어보았습니다. 많은 분야에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인기가 너무 많아 저도 듣기 힘든 강의도 더러 있기에 흥미롭게 듣기도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서 유성호 교수님의 '죽음의 과학적 이해'라는 수업은 워낙에 인기도 많고, 그것을 다룬 '서가명강' 책도 학교 도서관이나 동네 도서관에서도 항상 누군가가 빌려간 상황인 경우가 많아 접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런 경우에 팟캐스트라도 존재해서 지식의 창구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비디오'로 교양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은 '강연'과 '다큐멘터리'입니다. 소리로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오디오'와 달리 비디오는 시각 자료나 여러 총천연색 자료들이 우리의 눈앞에 펼쳐지게 되지요. '강연' 같은 경우는 EBS에서 진행하고 있는 '위대한 수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티븐 핑커 교수나 유발 하라리 교수가 나오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도 나왔지요. 이른바 '석학'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해 주는 인류의 지식들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여 고등학생 선생님들께서도 많이 접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다른 강연으로는 'TED'를 들 수 있겠네요. 이것은 영어 실력까지 늘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누릴 수 있어서 추천드립니다. '다큐멘터리'는 여행을 가지 않아도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하고, 자연의 세계에서 동물들이 어떻게 사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지식들을 TV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큐멘터리 중 추천드리는 것은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을 망라해서 우리 사회의 '공부'와 '학습'에 의문을 제기하는 'EBS 다큐프라임'의 '학교란 무엇인가'입니다. 이것은 학생으로써 고민할 질문을 많이 던져주는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다큐멘터리를 중학교 때에도, 고등학교 때에도, 심지어 대학교에 와서도 수업 시간에 보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나는 저렇게 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점차 '순응적'인 (혹은 '수능적'인) 학생이 되어가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흥미롭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게 보았던 기억이 있어서 선생님들과 공유하고 싶은 다큐멘터리이기도 합니다.

2.2. 외국어 공부를 하자

 방학 중에는 새로운 언어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일단 영어 공부를 할 시간은 충분합니다. 대학생들도 보통 방학 기간 중에 토익(TOEIC)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토익이나 텝스를 응시해 보며 자신의 영어 실력을 가늠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미리 영어 인증 시험을 봐 두시면 대학교에서 어학 관련 활동을 하실 때 많은 혜택을 받으실 수 있어요. 서울대학교 같은 경우는 입학 시험으로 텝스를 꼭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덕분에 제 고등학교 마지막 겨울 방학은 텝스를 준비하는 것으로 꽉 차 있었네요. 텝스의 난이도가 토익보다는 어려우니 토익을 먼저 보는 것을 추천드려요. 텝스는 문법이 상당히 지엽적으로 나오고, 청해에서도 문제지에 선지가 나오지 않습니다. 토익은 LC에서 선지가 문제지에 나오는데, 텝스를 준비하다가 토익을 보게 되면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해져요. 그래도 토익과 텝스를 함께 보면 서로 시너지 효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꼭 이번 방학은 아니더라도 살면서 두 시험을 모두 보는 것은 추천드려요. (토플은 아직 응시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네요. 다만 방학 중에 보기는 약간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저는 약간 욕심을 내어서 제2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요즘은 휴대폰 앱이 잘 되어 있잖아요. 인터넷에 찾아보면 제2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앱이 아주 많아요. 저는 고등학교 마지막 겨울방학에는 스페인어에 빠져서 조금씩 공부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아직도 한 단어 단계이긴 하지만요. 요즘은 독일어에도 관심이 생겨서 독일어도 공부하고 있는데, 영어와 비슷한 점들이 많아서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정말 독특한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아요. 라틴어도 있고, 에스페란토도 있지요. 아마 대학교에서 제2외국어 강좌도 교양 과목으로 꼭 들어야 할 거에요. 미리 준비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예 모르고 들어가면 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해당 언어를 배우고 오는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니까 힘드실 수도 있어요.
 외국어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첫 단추가 된다고 하죠. 언어와 문화의 관계는 어려운 부분이니까 여기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언어를 배우기 위해선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한다는 거에요. 선생님들이 자신의 능력을 가꾸어나간다는 생각으로 마음에 드는 언어 하나를 고르셨으면 좋겠어요. 남들이 하라는 언어 말고, 정말 관심이 있는 나라의 언어 말이죠. 그리고 한 단어 단계, 욕심을 부리자면 두 단어 단계까지라도 나아가면 알찬 방학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2.3. 새로운 것을 해 보자

 이제 새로 사회에 발을 디디기 전의 고등학생 선생님들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접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소개드리고 싶어요. 하나는 '이미 아는 것'을 새롭게 도전해 보는 방식이고, 또다른 하나는 '정말 새로운 것'입니다.
 
 '이미 아는 것'을 새롭게 도전하는 것은 'MOOC'를 통해서 가능할 것 같아요. 저는 고등학교 마지막 겨울방학에 집에서 MOOC를 많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사이트를 직접 밝혀도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비영리 단체니까 괜찮기를 바랍니다. 'Khan Academy'라는 사이트가 있어요. 미국 학생들이 준비하는 AP와 같은 것들, 아니면 SAT와 같은 것들을 풀어볼 수 있답니다. 하다 보면 영어 실력도 늘어날 수밖에 없답니다. 여기에서 미시경제학의 기본 원리나 세계사의 선사 시대 부분을 영어로 듣고 배우면서 미국인들은 그런 과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함께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주의할 점은 인문계 과목보다는 자연계 과목이 더 많아요. 하지만 인문계 선생님들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하나씩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Precalculus' 같은 코스는 저도 들어보려고 하고 있어요. 합성함수나 역함수 같은 것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인문계 선생님들이나 자연계 선생님들이나 모두 들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말 새로운 것'은 선생님들마다 다르시겠죠. 저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코딩이 대세니까요. 요즘 유행하는 '파이썬(Python)'이 좋은 예가 되겠네요. 저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방법은 잘 모르겠어요. 그저 서점에서 책을 사서 독학을 하실 수도 있고, 좋은 사이트를 발견하실 수도 있겠죠. 저는 지난 여름방학 때 학교에서 파이썬 강좌를 열어주셔서 그것으로 공부했었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구사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효율성이 좋고, 상당히 직관적인 언어를 원하신다면 파이썬을 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위에서 소개한 '칸아카데미'에서는 '자바스크립트' 언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HTML'이나 'SQL' 같은 것도 가르치는 것 같은데 저는 아직 자바스크립트 외에는 하지 않았어요. 재미있게 과제 중심으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실 때 좋은 방법 같습니다. 

2.4. 무용한 일도 해 보자

 '무용한' 일도 해 보자는 것은 젊음을 누리자는 말을 '있어보이게' 표현한 것입니다. 정말 시간이 남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보세요. 레저를 즐기셔도 되고요. 제가 인생을 잘 즐기지는 못하는 편이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잘 못 드리겠네요. 그럼에도 하나의 항목으로 만든 이유는, 그 '무용한' 것이 정말 '무용'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은 무용하다고 볼 수도 있어요. 그러나 제가 믿는 것은 결국 그 '무용한' 것이 전인적 인간이 되기 위해서 중요하다는 것이에요. 솔직히 요즘 제가 '뇌과학'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데, 이것이 제 전공인 영어영문학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영어학의 분야 중에는 신경언어학이라는 분야가 있습니다. 뇌에서 언어가 처리되는 과정 등을 다루는 학문이지요. 뿐만 아니라 언어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생각도 달라지겠지요. 또, 제가 요즘 진화학 수업을 들으면서 '진화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동시에 영문학 강의로 '생태문학'에 관련된 강의를 들었죠. 인간중심주의의 한계를 밝히기 위해서는 인간과 동물이 결국은 어느 지점에서 달라지고, 또 어느 지점에서 같은지를 밝혀야 할 수 있을 게 아닐까요. 독서와 관련해서도 말씀드렸지만 결국 '학문적 부족주의'는 편협한 시각을 가지게 하는 발단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학문 간의 '통섭'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학교에서 전공 수업을 받고, 그 과목만을 공부하다 보면 빠질 수 있는 함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음 속에는 별 하나를 만들어 보셨으면 합니다. 적어도 다른 과목에 있어서는 교양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그것을 쌓을 수 있는 기회는 잠시 쉴 수 있는 방학에 많이 주어진다고 생각해요.

 꼭 공부 분야가 아니라 전체에서도 '무용한' 일을 즐기셨으면 합니다. 거창한 것 말고, 정말 의미없어 보이는 일들이요. 초등학생 때의 일기를 읽어본다거나, 어렸을 적에 본 애니메이션을 볼 수도 있고요. 심지어 정말 할 일이 없을 땐, 이제는 보기도 싫은 수능 기출 문제를 볼 수도 있겠지요. 대학 생활은 생각보다 즐겁고, 생각보다 힘듭니다. 잠시나마 '도피처'가 필요하다고 봐요. 마음 속의 도피처가 많으면 많을수록,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페이지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초등학생 때, 내가 이랬다며 웃어넘길 수도 있고,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그때는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 지금은 이해될 수도 있겠지요. 심지어 저는 지난 여름방학 때 고등학교 시절에는 어렵다고 생각했던 부분의 수학 문제를 꽤 빨리 풀어서 놀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솔직히 이제 꼭 맞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잘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모두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고,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고민되는 선생님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뒤를 돌아보세요. 어떻게든 헤쳐오고 있답니다. 제가 2021년의 끝자락에 썼던 글의 일부를 인용해 보며 마무리해 보도록 하지요.

 초등학생 때는 중학생이 무서웠다. 특히 중2는 반항의 상징, 나에게 있어서는 '무서운 형ㆍ누나들'의 시기였다. 결국 나는 중2가 되었고, 초등학생들은 나를 보면 도망갔다. 중학생 때는 고등학생이 무서웠다. 중1 때 지나가다 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형에게 걸려 질문 하나만 받고 풀려났음에도, 나는 고등학생이 무서웠다. (...) 그러다가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 고등학생이 되자 고3이 되기 싫어졌다. 고3은 인간성 말살을 대표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나는 고3에도 꿈과 낭만을 유지하며 살 줄 알았다. 나는 그닥 높은 곳에 치중하지 않았기에. 그러다 인간관계를 많이 상실하고, 나는 이상하게 물질주의, 즉, 나는 '상품'이라는 생각에 함몰되었다. 같은 조건, 더 좋은 품질(?). (...) 어쨌든 인간성을 버리고 감정도 버려가며 수능날이 왔다. (...) 그렇게 수능이 끝나고 대학 발표도 나며 고3도 지나긴 했다. 이제, 나는 그렇게 되기 싫어하던 20대가 되었다. 어른. 책임감.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당도했다.
 오늘 동네에 있는 한 고등학교 앞을 지나다가 엄마께 말씀드렸다. 옛날에 나는 고3이 존경스러웠다고, 그리고 지금은 더욱 존경스럽다고. 엄마는 왜냐고 하셨다. 나는 한 마디했다. '내가 해 봐서 아니까.'
 지금, 2022년의 겨울은 선생님들께 가장 빛나는 한때입니다. 지금 이 시기를 가장 즐기고, 또 가장 풍요롭게 꾸려나가기를 기원합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는 '즐기는' 부분에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잘 적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어떻게 선생님들이 이 시기를 '풍요롭게' 보낼 수 있는지에 관해 고민해 보았고, 그 고민의 결과를 이 편지에 담았습니다.
 
 세 줄 요약

1.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생각하자. 생각하면서 자기 '시각'을 만들고 그것을 어떻게 전공에서 활용할지를 고민해 보자.

2. 삶을 풍요롭게 만들자. 교양을 쌓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자. 무용한 일도 결국은 삶에 도움이 될 테니.

3. 지금이 가장 빛나는 때다. 즐겁고, 풍요롭게 보내보자.

 고민이 길어져 편지가 늦어진 점은 죄송합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크리스마스에 이 편지를 올리게 되었네요. 모든 선생님들께서 좋은 방학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모두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
 다음 달에도 즐거운, 유익한 내용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아홉 번째 즐거운 편지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12월 25일,
진심을 담아,
이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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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2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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