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유은강입니다.

이제 예비고3 인 분들은 슬슬 정시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것입니다. 재수 이상을 바라보는 분들은 아직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 칼럼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는 예비고 3 인 분들이 보면 좋을 듯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앞으로의 1년은 시간이 너무나 길기 때문에 재수 이상인 분들은 좀 더 늦게 시작해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비고 3 인 분들은 아마 처음부터 정시의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국가에서 고 3 을 위해 만든 입시 전형은 아무래도 수시가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당연히 수시로 대학에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내신이 따라주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수능을 공부했던 것이고, 정시는 일종의 패자부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정시를 선택했다기보다는 선택당한 것에 가깝다는 것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기억이 미화되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시를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고 있습니다.

분명히 힘들고 지겨운 과정이겠지만, 그 수험 생활에서 나름의 재미를 찾고 인생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게 되어 얻어가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확실히 나름대로의 인생의 구덩이를 겪고 나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깊어지고 넓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저는 고생도 그렇게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식견도 얕지만, 제 주변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과정만으로도 얻는 것이 있는데, 여기에 결과까지 좋게 나와준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예비고 3 인 분들이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1월 달부터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수능 공부가 시간에 비해 공부할 양이 적다고는 하지만, 공부가 가장 잘 되는 시기는 결국 1, 2월 방학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 공부를 하면 시작이라는 설렘과 아직 무뎌지지 않은 열정이 공부에 있어 엄청난 효율을 가져옵니다. 저는 공부를 제일 안했던 6, 7, 8, 9월을 합친 시기보다 1, 2월 시기에 더 많은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지금 가지고 있는 열정과 끈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때가 묻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보다 정신력이 강한 분들은 여름에도 열심히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겠죠.

그래서 제가 추천하는 공부 시작일은 1월 2일 월요일입니다. 아마 지금쯤 주문한 교재들이 슬슬 오고 있을 것이고, 마음을 다잡고 있을 것입니다. 1월 1일 숭고한 마음으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월요일부터 공부를 시작하면 좋습니다.

사실 제가 2년 전에 공부를 시작한 날이 1월 2일이라 더 정감이 가기도 합니다. 그때 저는 휴대폰도 없애고, 노트북의 제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강 사이트를 제외한 사이트를 차단하고, 독서실을 끊었습니다. 

매일 6시에 일어나고, 진짜 순수하게 밥 먹을 때만 빼고 공부를 하다 12시에 잠에 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순수하게 공부만 한 시기는 이때 1월이 유일합니다. 이때 이후로는 저도 사람이다 보니 점차 딴 짓을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정시의 길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면, 1월 한 달만이라도 이렇게 순수하게 공부만 하는 시기를 가져보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1, 2 달 정도를 열심히 공부하면, 수능 당일날까지 이어지는 핵심 개념들을 거의 전부 공부할 수 있고 실력이 정말 빨리 늘게 됩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며 지쳐 공부를 열심히 못하게 될 때, 이때를 이상향으로 떠올리면 최소한의 공부 시간을 가져올 수 있어 앞으로의 공부를 이어나가는 중요한 원동력이 됩니다.

저는 아직도 공부를 할 때면 그때 그 순수한 시기가 떠오르고는 합니다. 아마 평생 무언가를 열심히 하려 할 때면 그때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겠죠. 

이번 1월 만큼은 정말 공부 살면서 제일 열심히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공부를 해야할까 감이 안 오는 분들도 있을텐데, 저는 그냥 무조건 강사 커리큘럼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검증된 것이기도 하고, 남들도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에도 도움이 됩니다.

강사 커리큘럼을 따라가는데 시간이 남는다 하는 분들도 꽤나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은 수학 문제집을 사서 추가로 풀면 됩니다. 다만 너무 내신 느낌이 나는 문제집은 피해야겠죠.

어쨌거나 공부는 혼자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저는 다만 약간의 팁을 드릴 뿐입니다. 자신만의 방법이 따로 있다면 더 좋겠죠. 앞으로의 먼 길을, 가는 방법보다 중요한 것은 열심히 가는 것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그냥 열심히만 해도 됩니다.

저는 백석의 시를 많이 좋아합니다. 앞으로 국어를 공부하다 보면 그의 시를 많이 만나게 될 텐데,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는 '흰 바람벽이 있어' 입니다. 한 번 읽어보면 좋습니다.

제가 공부했던 좁은 방은 삼면이 흰 벽으로 막혀 있고 몹시 추운 곳이었는데, 정말 그 벽에 부모님과 형, 제가 좋아했던 사람들이 보이며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것들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 수험 생활에서 가장 잘 와닿았던 시이기도 했습니다. 혼자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며, 너무나 지치고 힘들 때마다 나는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살아가도록 태어났다고, 담담히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여러분도 각자 자신의 마음에 다가오는 문학이 있을 것입니다. 원래 좋아했던 분들 뿐만이 아니라 국어 공부를 하면 다양한 시와 문학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만의 문학을 찾을 수 있겠죠. 

어떤 방식으로든 1년을 버틸 수 있도록, 잘 해보길 바랍니다. 항상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