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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째 즐거운 편지

이름 : 이강  스크랩
등록일 :
2023-01-25 01:02:44
|
조회 :
23,491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선생님들께 보내는 아홉 번째 즐거운 편지, 18기 목표달성 장학생 이강입니다.


 목차

 

1. Freshman: 풋풋한 고등학교의 시작
 1.1. 모든 것이 새로울 고등학교
1.1.1. 평가 방식의 차이
 1.1.2. 난이도의 차이
1.2. 신선함이 사라질 때를 대비하여
1.2.1. 가지 않은 길
1.2.2. 껌과 주식 사이에서

 2. Junior: 아직은 어린 선생님들
 2.1. 현실과의 타협과 현실에의 도취, 그 사이 혼돈의 시기
 2.2. 선택과목에 대하여

3. Senior: 이제는 노익장, 코앞으로 다가온 '입시'

 이번 달 역시 늦게 찾아뵙게 되었네요. 독서 칼럼을 작성할까 하다가 조금 더 고민해 보기 위해 2월에 쓰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새로운 1월에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을 많이 해 보았습니다. 역시나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은 제가 선생님들에 앞서 걸어왔던 길을 다시 돌아보며, 다시 고를 수 있는 시간이 왔을 때 어떻게 했을까를 선생님들께 말씀드려 보는 것이겠지요. 지금은 거의 한 달이 지나긴 했지만, 2023년을 결정짓는 일들은 시작하지 않은 것이 많기에, 올해에 대한 기대가 많을 시간이 아닐까요. 이제부터 말씀드릴 것은 아마 하나의 시나리오에 불과할 것입니다. 저의 상황과 선생님들의 상황이 일대일대응으로 일치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고등학생에게 닥쳐오는 일들에 많은 차이가 있을까요. 사실은 그저 '공부, 공부, 공부'밖에 없으니까요. 그래도 여러 많은 고민들을 마주치고 계실 선생님들께, 이 편지를 올려봅니다.
 제가 연말마다 SNS에 세모 인사를 올려요. 2022년을 마치며, 제가 세모 인사에 썼던 주제는 'freshman'과 'sophomore'에 관해서였습니다. 그래서 한번,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3년을 각각 'freshman'과 'junior', 'senior'에 대비해서 말씀드려 보고자 합니다.

1. Freshman: 풋풋한 고등학교의 시작

 1.1. 모든 것이 새로울 고등학교

 자, 예비 고1 선생님들, 선생님들께서는 중학생들의 최고령자(?)셨다가 다시 학생들 중 가장 나이가 어려지면서 고등학교로 들어가게 되실 것입니다. 고등학교로 들어가면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 친구들의 범위('pool'이라고 해 볼까요?)가 바뀝니다. 중학교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고등학교에 가시든, 저처럼 보다 큰 지역의 사람들이 모이는 고등학교에 가든, 아니면 심지어는 전국의 중학생들이 모이는 고등학교에 가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익숙했던 친구들의 'pool'은 확실히 바뀝니다. 그리고 중학교 때의 3년간 익숙했던 친구들의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집단의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야 해요. 그래서 고등학교 초기는 중학교 초기와 비슷합니다. 초기에는 너무 많은 숙제가 주어집니다. 새로운 집단의 사람들에 익숙해져야 하고, 자신이 새로운 방식의 평가에 얼마나 적합한지도 파악해야 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위치와 내 위치의 상대적 수치를 비교해야 하지요. 그 과정에서 인간과 부딪히고, 공부와 부딪힐 수도 있을 것입니다.

 1.1.1. 평가 방식의 차이

 우선 부딪히는 것은 평가 방식의 차이에요. 중학교 때는 평가가 절대평가 방식이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2018년에 제가 졸업할 때는, 등수가 등급에 영향을 주지 않았어요. 나의 등수에 '크게' 상관할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예를 들어, 21/300을 보고도 옆의 'A'가 더 눈에 들어오는 시절이죠. 하지만 고등학교의 '등급'은 상대평가입니다. 다른 사람과 나의 상대적인 차이를 기준으로 '등급'이 갈리는. 선생님들은 이제 3년 내내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나오는 1과 9 사이의 난수들 사이에서 방황하게 되실 거에요. 상대평가는 사실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를 따지는 것보다, '남들이' 나보다 얼마나 더 잘하는지를 신경써야 하지요. 제가 농담으로 하던 말에 따르면, '내가 잘 못 보았을 때는 다른 사람이 더 못 봤길 바라게 되는' 방식이랍니다.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제도니까요. 그러나! 1학년이 되실 선생님들이니까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선생님들은 등수를 고민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등급을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학교 갈 때 등급은 중요하지요. 하지만 '만족함'을 너무 낮게 잡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5등까지가 1등급이라고 '5등'의 노력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언제나 '1등'의 노력을 한다고 생각하세요.

 이 말이 다시 오해를 낳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1등'의 노력을 하라는 것이 1등만을 바라보라는 것은 아닙니다. 위에서 약간 냉소적일 수도 있는 말투로 말했던 것을 조심하라는 것입니다. 저의 이전 칼럼들(3월 목표 칼럼이나 10월 멘탈 칼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제일 경계하라고 말씀드리는 목표는 '내가 주인이 아닌 목표'라는 것입니다. 상대적 등수는 '타인이' 주인이 되는 목표입니다. '나'는 어떻게 해도 상관없어요. '내'가 어떻게 하든 다른 사람이 나보다 잘 보았으면 나의 등수는 떨어지는 거고, 다른 사람보다 내가 잘 보았으면 나의 등수는 올라가는 것이지요. 쉬운 예를 들어보지요. 내가 40점을 맞았다고 해 봅시다. 제 친구가 30점을 맞았으면 저는 그 친구보다 등수가 높을 것이고, 친구가 50점을 받았으면 저는 그 친구보다 등수가 낮겠지요. 40점을 받았을 때 1등을 한다고 해도, 저는 이런 것을 바라고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것을 '최고'와 '최선'의 차이라고 말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Freshman'은 '최선'을 다해 '최고'가 되는 사람이에요.아직 현실에 눈을 뜨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당위성의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고로 다가가는 삶을 추구하세요. 제가 믿는 것은, '120점짜리 노력으로 80점을 받는 것이, 80점짜리 노력으로 100점을 받는 것보다는 낫다는 점'입니다. 이때 이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면 '최고'가 되었지 않았을까 만족하는 태도로 나아가지는 마세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또 그것을 최고로 하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그저 하나의 목표일 뿐입니다. '최고'가 '될 만한'이라는 것은 생각하지 마시고, 그저 '최선'을 다하다보니 '최고'가 되었다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이 'Freshman'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1.1.2. 난이도의 차이

 제가 그랬듯이, 많은 선생님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그 단어, '고등학교'의 위압감을 느끼는 건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입니다. '3월 학력평가'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지요. 문제의 방식이 중학교 때 풀었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특히 제가 가장 벽을 느꼈던 것은 '수학'이었어요. 주요 과목 중 문제를 읽어서 '독해'를 잘 해내면 풀어낼 수 있는 국어와 영어와는 달리,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지 '과정'까지 생각해야 하는 과목이니까요. 정말 딱 보자마자 '길'이 떠오르지 않으면 막막해지는 시험이에요. 아무튼 아주 잘 준비하고 오신 소수의 선생님들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부족한 과목이 어디인지 파악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3년 동안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공부해 나가야 하는지, 자신의 위치는 그 시험부터 알 수 있게 되지요. 또, 전국에서 자신의 위치가 얼마만큼인지도 알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서 주의하셔야 할 점은, 자신이 부족한 과목을 더 공부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자신이 잘하는 과목을 줄여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이건 제 경험을 비추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3월 학력평가에서 수학이 '약점'이라고 파악한 저는 당연히 수학을 더 공부했죠. 그러나 제가 실수했던 것은, 수학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그럼 다른 과목에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됩니다. 그 과목을 더 공부하더라도, 다른 과목을 너무 놓고 계시면 안 돼요. 이건 10월의 멘탈 칼럼에 자세히 다루어 놓았으니 그 칼럼을 참조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1.2. 신선함이 사라질 때를 대비하여

1.2.1. 가지 않은 길

 1학년 때에는 내신과 수능, 그 어느 하나를 '선택해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들이 아실 수도 있는 영시를 한 번 인용해 보고자 합니다. 프로스트가 쓴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에요.

 '그러나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 내가 돌아오기나 할 수 있을지 의심했습니다.'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14-5)

 이것이 고등학교 1학년 선생님들이 언젠가 마주하실 갈림길의 성격입니다. 대학에 갈 수 있는 방법엔 두 다른 방법이 있으니까요. 내신과 수능. 보통은 천천히 성적을 보고 결정하지요. 내신이 떨어지면 정시파이터를 고민하게 되고, 기대만큼 모의고사가 안 나오면 수시를 고민하게 됩니다.  아무튼 어느 순간, 결정하셔야 하는 순간이 오실 것입니다. 다만 1학년 때는 어느 한 길을 선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위에 인용한 것처럼 길이 어쩌면 만날 수도 없는 다른 길로 이어지기 때문에, 점점 우리는 갈림길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어느 순간, 그 거리는 눈에 보이지 않을만큼 멀어지지요. 수시에만 너무 치중하여 모의고사 성적을 고민하지 않는 것은 언제나 위험 부담을 내포하고 있고, 정시파이터라면서 내신을 너무 소홀히 하면 수행평가 등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요.

 책임이 막중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차라리 나에게 주어져 있는 길이 있었으면...' 하고 바란 게 한두번이 아니거든요. 저는 3학년 때까지 제 표현으로 말하자면, '투 트랙'을 달렸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길을 하나로 정하고, 다른 길로 너무 들어가서 돌아갈 길도 없게 만드는 것이 두려웠거든요. 그래서 갈림길을 계속 밀면서 나아갔던 것 같아요. 최저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수능은 12년을 평가받는 자리니까요. 가끔 1학년 성적을 보고 절망하여 정시 혹은 수시로 길을 결정해 버리시는 선생님들이 있으실 수 있는데, 모의고사나 시험 때마다 고민하는 것보다는 그냥, 나아가세요. 아직은 우직하게 나아가도 될 시기입니다. 제가 가끔 농담으로 하는 말이지만, 고등학교 1학년은 하버드 대학교도 갈 수 있는 시기랍니다.

1.2.2. 껌과 주식 사이에서

 공부만 새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니까요. 새로운 사람과 부딪힌다는 것은 강하든 약하든 하나의 '갈등'을 유발합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동시에 나 자신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지요. 그 사람들은 나를 잘 몰라요. 지금까지 나에 대한 평가 기준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편견으로 작용하든 아니든, 저를 '지금부터' 평가하게 됩니다. 그런데 나 자신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지금부터의' 평가에 '과거'를 계속 주입할 수 있어요. 여기에서 비극이 발생합니다. 나는 너무도 당연했던 '과거의 집합인 지금부터'가 다른 사람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이지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새로운 사람들과 너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지 마세요. 그러면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검열하게 되고, 내가 주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염두에 놓고 행동하게 됩니다. 이기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씀은 아니에요. 제가 얼마 전에 고등학교에 선생님들을 뵈러 갔을 때, 한 선생님께서 후배님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셨어요. 그때 한 후배님이 저에게 여쭤보셨습니다. 3년 동안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혹시 후회되는 점이 있냐고 여쭤보시더군요. 저는 당연한 것을 굉장히 힘들게 대답했습니다. '모든 사람과 친해지려고 하지 마세요.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하실 필요도 없고요.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고등학교부터는 학생들이 약간의 이해 관계를 따지게 됩니다. 나를 단물만 취하고 버릴 '껌'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고, 나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투자'해야 하는 '주식'으로 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요. 입시 제도가 만든 관념이기도 하고, 좋은 관념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을 잠재적 경쟁자로 보는 상황이 많아질 테니까요. (상대평가라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럴 때는, 그 사람에 맞게 대응해 주시면 되어요. 나를 '껌'으로 보는 사람에게 나를 '주식'으로 바라보아 달라고 말해줄 수도 없는 일이죠. 내가 '주식'이든 아니든, 그 사람은 나를 '껌'으로 볼 테니까요. 굳이 내가 껌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 사람에게 납득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보아주세요. 그리고 '근거없는 우월감'을 가지셔도 됩니다. 선생님들은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꿰뚫었잖아요. 결국 인간 관계는 정말 나를 소중하게 보아준 사람 몇 명만 남습니다. 고등학교 때 인연이 소중하다고 하는 것은 나를 '주식'으로 보아주는 사람들이지, '껌'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했던 사람은 아니니까요.

 2. Junior: 아직은 어린 선생님들

 2.1. 현실과의 타협과 현실에의 도취, 그 사이 혼돈의 시기

 예비 고2 선생님들은 애매하실 시기이지요. 고2야말로 학교의 중추가 되는 학년이라고 생각합니다. 고3은 여러 활동에서 빠지고 사실상 고2가 모든 활동의 주역이지 않은가요. 동아리 부장도, 심지어는 전교 학생회장도 고2가 하니까요. 이제 어느 정도 현실이나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한 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고3 선배들에게는 아직도 '부족한' 후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고1 후배들에게는 '모범적인' 선배가 되고 싶으실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미래를 그려나가실 시기이지요. 1년까지의 현실을 바라보며 그것과 타협하는 과정입니다. 또 동시에 1년까지의 현실에 도취되어서도 안 되는 시기라는 것 역시 말씀드리고 싶네요.

 아마 1년이 지나셨기에 고등학교 생활에는 많이 적응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농담 섞어 '별 보고 출근해서 별 보고 퇴근하는' 삶에 몸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리라 생각되고요. 그러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1년을 돌아보시겠지요. 시험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셔서 모의고사에 대한 나름대로의 행동 강령도 세우셨을 것입니다. 거창할 것 없이, 어떤 것을 먼저 풀고 나중에 풀어볼지 정도의 큰 뼈대 정도는 잡으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적어도 지키지는 않더라도 시간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도 고민해 놓으셨을 것입니다. 또, 강점인 과목과 약점인 과목도 선택하셨을 것이고요. 1학년 동안 했던 활동들 중에서도 더 심화해야 하는 것도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실 것입니다. 동아리에서도 주도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지, 또 무엇을 자율 활동이나 진로 활동에 쓸 것인지도 고민해 놓으셨을 것이고요. 알게 모르게 선생님들은 많이 성장해 계실 것입니다. 얼마 전에 컴퓨터를 정리하다가 제가 1학년 때 쓴 보고서를 우연하게 보았는데, 지금은 민망할 정도로 미성숙하더군요. 그러던 저도 2학년 초기에는 12페이지의 소논문을 쓸 정도로 성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해야 고등학교를 잘 살아나갈 수 있을지, 선생님들만의 '슬기로운 고등 생활'을 만들어 나가고 계시겠지요.

 또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먼저, 현실이 나의 1학년 때 꿈에 맞지 않았다며 현실과 타협하는 과정이 있으실 것입니다. 저는 2학년 때즈음 하나의 꿈을 놓았습니다. 새로운 꿈으로 가기 위해서였지요. 경찰대학이라는 목표는 저에게, 특히 체력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부는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몇몇 과목은 어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했죠. 현실과 타협하는 것은 최소로 해야 합니다. 하나를 타협해서, 이것도, 저것도... 하다보면 결국 타협만으로 점철된 삶이 되지요. 저는 3년 내내 '투 트랙'으로 대학을 준비했기 때문에 모의고사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내신이 기분이 좋지 않게 나와도 모두를 아우를 수 있게 공부했습니다. 수능 수학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내신 수학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을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요. 두 번째는 현실에 도취되는 시기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1학년 때 만족스러운 성적을 얻었다면 소홀해지실 수도 있어요. 특히 핑계가 될 만한 것이 있다면 '내일'을 생각하게 되지요. 그러나 도취 역시 경계해야 합니다. 2학년이 되었을 시점은 아직 고등학교가 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입니다. 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올라가는 스퍼트를 내실 수 있다면, 같은 맥락으로 내려가는 스퍼트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2학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2학년이 시작할 때는 반도 지나지 않은 고등학교가 2학년이 끝날 때는 반이 남지도 않은 상황이 됩니다. 그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1년을 지내는 방식은 2학년의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아닐지요. 아직은 어리다는 것은, 아직 다 쓰이지 않았다는 것이고, 나머지 백지에는 어떤 것이든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제 칼럼의 다음 부분의 모든 문장이 이 문장을 쓰는 순간에는 다 완성되지 않은 것처럼요.

 2.2. 선택과목에 대하여

 2학년에 들어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아마 선택과목을 고르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칼럼을 읽고 계시는 선생님들께서는 2학년 선택과목은 다 정하셨겠군요. 그럼 선택과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함께 고민해 봅시다. 저의 고등학교 2학년 사회 과목 선택과목은 '정치와 법', 그리고 '세계사'였습니다. 정말 이 과목에 애착이 있지 않은 이상, 성적을 위해서는 선뜻 고르기 힘든 과목들이기도 하지요. 실제로 힘든 1년이었습니다. 선택한 사람이 없는 선택과목은 성적을 얻기가 힘이 듭니다. 제가 2학년 2학기에 들은 '세계사' 과목은 전교에서 20명 남짓되는 학생들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작은 점수 차이로도 등급이 나뉘게 되고, 심지어 2명 이상이 같은 점수로 최고점을 받으면 둘 모두가 2등급이 되는 '블랭크'가 뜨게 됩니다. 특히 저는 학교에서 '정치' 공부로 유명한 친구도 있었고, '역사' 공부로 유명한 학생도 있었을 때, 그 친구들과 각각 같은 수업을 수강하기도 했답니다. 그래도 저는 자기가 선택한 과목에 대해서는 정말 애착을 가지고 공부하셨으면 해요. 각각의 과목에서 저는 '잘하는' 친구들이 신경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치와 법' 과목에서 헌법 만들기 수행평가에서 정말 제가 원하는 나라를 생각하며 헌법을 만들기도 했고, 세계사 과목에서는 제가 정말 관심있었던 사건과 인물을 누구의 시선에도 신경쓰지 않고 발표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자신이 선택한 과목이 아닐지라도, 최대한 흥미를 찾아보세요. 한 학기 동안 선생님들이 그 수업을 들으셔야 하는데, 흥미마저 없으면 너무 괴롭잖아요. 

 아마 흥미와 점수 사이에서 고민이 많이 되실 텐데, 저는 우선 자신이 재미있어 보이는 과목을 선택하셨으면 합니다. 만일 자신의 선택으로 온전히 선택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흥미를 찾는 게 우선이라고 보고요. 점수는 그 이후의 일이라고 봅니다. 저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ㆍ문화'를 일찍 선택했더라면 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을지는 모릅니다. 그 대신 세계사 과목은 듣지 못했겠죠. 잘하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지만, 그 과목을 공부하고 싶다면 선택해서 공부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것이 수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선택이겠지요.

 3. Senior: 이제는 노익장, 코앞으로 다가온 '입시'

 제가 고3을 느낀 순간이 언제인지 아시나요? 저는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일에 제가 이제 고3임을 느꼈습니다. 입시 전선에 뛰어든다는 생각도 그때쯤 했고요. 멀게만 보이던 '고3'이라는 상황이 정말 제 앞에 놓여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아마 지금 고3 선생님들은 많은 걱정을 하고 있으시리라고 봅니다. 학교에서도 이제 뭔가 배려해주는 분위기고,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이 지배하게 되는 시기이지요. 교복 입은 사람들 중에는 가장 나이가 많은, 정말 'senior'가 된 느낌입니다.

 고3에 대한 유명한 미신이 있습니다. 일명 '3월 모의고사 성적이 수능 성적'이라는 것이 그것이지요.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3월 모의고사 성적을 보고 충격을 받고 자신이 할 일을 점검해 나가면 '같은' 성적을 받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닙니다. 올라간다고 해도 3월 모의고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적을 받게 되지요. (이건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의 경험을 기준으로 말씀드리기에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 말들을 아주 믿지는 말되, 어느 정도 마음에 기억하면서 1년을 살아가세요. 그리고 할 수 있다면 1년 안에 모든 것을 끝낸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하시면 좋겠습니다. 수능 전까지는 저도 어쩔 수 없다면 수능을 한 번 더 보겠다는 생각을 쉽게 했었는데, 막상 한 번 보니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하루더군요.

 고3 선생님들에 관해서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멘탈을 관리해야 할지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제가 지금까지 써 왔던 다른 공부법 칼럼과 많이 겹칠 것 같군요. 제 이전 칼럼들을 한 번씩 보아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도 몇 번이고 강조드리고 싶은 말이 하나 있어서 다시 말씀드리려고요. 제가 고3 생활을 하면서 가장 후회스러웠던 부분이라서 그렇습니다. 우리는 '인간'입니다. '상품'이 아니지요. 가끔 숫자로 표현되고 있는 우리들을 보고 있자면 나 자신을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성적에 우리를 가두고, 그것이 우리를 정의하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간은, 자신을 규정하는 틀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한계 너머를 상상하고 끊임없이 틀을 깨부수는 인간입니다. 고3 선생님들은 'senior'입니다. 'senior'라는 것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고, 그만큼 성숙했다는 것이지요. 'freshman'이 아직 풋풋하기에 가지지 못하는 중후함, 'junior'가 꿈으로만 꾸는 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장성급 장교들이 바로 고3 선생님들입니다. 우리에게는 틀이 있습니다. 그것을 부정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정량적인 성적은 우리를 규정하고 줄세우려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거기에만 나갈 필요는 없잖아요. 가끔씩 노을을 보고, 가끔씩 미래를 공상하기도 하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자신을 '상품'이라고 생각하면서 나아가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하던 18세의 어린 소년 이강도 저녁에는 노을을 보면서 <데미안>의 구절을 읊조리곤 했으니까요.

 이번 1월 칼럼은 새해를 맞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선생님들께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을 한 번 써 보았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3년을 지나오면서 후회스러웠던 것들, 미리 알았더라면 좋을 것들이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작성한 것 같네요. 

세 줄 요약

1. Freshman들께. 새로운 것이 많을 것이다. 새로움에 적응하되, 무뎌지지는 말고, 모두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말자.
2. Junior들께. 마음이 해이해지기 쉬운 시기다. 포기하지도 말고, 자만하지도 말자.
3. Senior들께. 이제 진짜 '입시'다. 노익장답게, 품위 있게, 자신이 인간임을 기억하면서 1년을 살아가자.

마치기 전에 제가 작년 세모 인사에 썼던 내용을 선생님들께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작년 초에 제가 제일 존경하는 선생님께 보낸 편지에서 '별'이 되기보다 '촛불'을 밝히며 살 것이라고, 같이 각자의 그 자리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자고 제안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해 상심하는 저에게, 선생님께서는 어느 책에서 읽었다며 '0'과 '1'의 비유를 들어주셨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0'이지만 무엇이라도, 부족하게라도 하면, 돌아갈 수 없는 '1'이 되는 것이라고. 그래서 저는 2022년의 마지막 날, SNS에 올리는 세모 인사의 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바라며 이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인생의 새로운 발길을 내딛을 'freshman'들과 나와 함께 지혜가 더 생길 'sophomore'들, 아직 앞길이 많이 남아있는 'junior'들, 그리고 많은 지식을 얻게 된 'senior'들 모두. '0'에서 머무르지 않고 '1'로 나아갈 수 있는 삶이 2023년에는 펼쳐졌으면.'

 다음 달에도 즐거운, 유익한 내용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열 번째 즐거운 편지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1월 25일,
진심을 담아,
이강 올림.
  • 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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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서울대

이강 멘토

  • ○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22학번
  • ○ 인문계열 / 수시전형
  • ○ 메가스터디 18기 목표달성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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