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예비 고1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니, 이번에는 예비 고2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뭔가 예비 고1에 대한 이야기, 예비 고3에 대한 이야기는 참 많은데 예비 고2를 위한 조언이나 컨텐츠는 많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참 애매한 시기입니다.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능이 당장 닥친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 많은 학생들이 풀어지는 시기이기도 하죠. 이러한 고등학교 2학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를 저의 경험에 기반해서 말씀드려보도록 할게요. 제가 일반고를 나온 관계로 내용이 일반고 중심적일 수 있다는 점은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수시를 준비하고 계시다면, 여러분에게 올 한 해는 고등학교 3학년 때보다 더 중요한 시기일 수 있습니다. 1학년 때의 모습을 바탕으로 그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생활기록부에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야 대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평가 요소인 발전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때 발전가능성은 학업적 측면에서의 발전가능성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진로 측면에서의 발전가능성도 보여주셔야 합니다. 여러분은 이 점을 주목하셔야 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여러분이 1학년 때 진로와 관련해서 진행했던 탐구 활동이나 공부했던 내용과 연결되면서 조금 더 깊이가 있는 활동들을 준비하시면 좋다는 것입니다. ‘내가 1학년 때 진로와 관련해서 이런 것들을 탐구해봤는데 탐구해보니 새로운 호기심이 생기거나/더 자세히 알고 싶어져서 2학년 때 이런 활동을 했다’라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좋다는 것이죠. 물론 학생마다 지망하는 학과가 다르고 학교가 다 다르기 때문에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댓글 남겨주시면 여러분과 함께 조금 더 자세히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당장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제가 무엇을 해라라고 말씀드리는 것의 기준은 ‘시간이 오래 걸려서 비교과 활동과 병행하기에는 버거울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첫 번째는 무조건 수학이죠. 이거는 고등학교 3년 내내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지난달 예비 고1 대상 칼럼에서도 말씀드렸듯 수학 선행의 목적은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문제풀이보다는 시발점 같은 개념 수업을 최대한 열심히 들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특히나 수학 1의 삼각함수 단원은 개념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문제를 아무리 많이 풀어봐야 무용지물이거든요.

두 번째로는 여러분이 선택하신 탐구 과목들이 있으실텐데 그중 1과목(여유가 있다면 2과목)의 개념 강의를 수강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왕이면 여러분이 수능을 응시할 과목이나 여러분의 진로와 연관된 과목이 좋겠죠? 탐구 과목의 내신은 암기의 비중이 다소 높은 편인데, 암기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해당 내용을 여러 번 보면서 익숙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미리 이런 내용이 있구나 하는 것을 익혀두고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한다면 보다 수월한 내신 대비가 가능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고2 때부터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에 올인하겠다는 학생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하고, 이를 위해서 자퇴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러분께 수시를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 번째로 대다수의 고등학생들에게는 수시가 정시보다 훨씬 유리할 거에요. 왜냐하면 점점 재수생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고, 수능 난이도도 계속 올라가고 있거든요. 한 마디로 고일대로 고여야 잘 칠 수 있는 시험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에요. 반대로 수시는 여러분들이 준비하기 쉽도록 점점 간소화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카드 수도 수시가 더 많죠.

두 번째로 정시에 올인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정시에 올인한다고 하더라도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한 여러분의 실제 공부량은 많이 늘지 않을거에요. 선생님께 허락을 받는 것부터가 문제인 학교도 있을 수 있고, 허락을 받는다 한들 독서실에서처럼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죠.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여러분에게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여러분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심리가 그래요. 여러분 중에 공부를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테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하루하루를 쓰다보면 결국 수시만 포기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죠. 너무 비관적인 거 아니냐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직 고2 때 정시에 올인한다고 선언하고 진짜 올인한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이유로는 입시를 다 떠나서, 여러분의 고등학교 시기를 그렇게 보내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 그래요. 저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생기부를 채우기 위해 학생회 활동도 하고, 동아리도 열심히 하고 다른 학교 활동들도 열심히 참여했는데, 돌이켜보면 정말 고등학생 때만 경험할 수 있는 재밌는 추억이었던 것 같거든요. 그렇게 활동하면서 소중한 친구들도 많이 생겼구요. 이런 것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대학이 모든 것을 결정해주는 시대도 아닌데, 정시에 올인해서 고등학교 3년 동안 혼자 수능 준비한 기억이 대부분이 되어버리면 너무 허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고등학교를 다니는 3년이라는 시간은 여러분의 꿈을 위해서 노력해야하는 시간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은 행복하자고 사는 것 아니겠어요? 이 말이 공부를 대충하고 놀라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여러분이 다 아실 것이라고 믿으면서 이번 칼럼 마무리해보겠습니다. 날씨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구요,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여러분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