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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로 불태울 장작

이름 : 김재연  스크랩
등록일 :
2023-04-10 13:34:23
|
조회 :
25,405
안녕하세요! 4월 두 번째 칼럼으로 찾아뵙습니다.

지난 칼럼에 많은 관심과 사랑 보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댓글이 달려서, 밀리거나 힘들긴 했지만 앞으로도 가능한 한 성의껏 답변하겠습니다:)

저도 이제 중간고사 기간에 접어들어, 4월 말이 되어서야 시험이 끝나더라구요. 더 바빠지기 전에 칼럼을 작성해둬야겠다 싶어 돌아왔습니다.

이번 칼럼의 주제는 '정진(精進)'입니다. 힘써 나아가다, 라는 뜻을 가진 한자어에요.
지난 칼럼에서는 출발하기 전,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에는 '힘 써서' '나아감'에 집중해보겠습니다.

#  What if...

지난 칼럼 이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제가 선택한 방식이 옳은지 잘 모르겠어요.' 와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직접적으로 한탄하는 글이 아니더라도, 공부 방식에 확신이 없어 누차 조언과 해법을 구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괜찮습니다! 정상입니다.

계획과 방향성을 세우는 건 어색하긴 하지만 누구나 시간만 투자하면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향을 따라 걸어가는 일은 두렵기 짝이 없지요.
자신의 계획이 옳은지 아닌지 그 누구도 보장해줄 수 없고, 결과적으로 옳은 길이었더라도 수능 날 미끄러질 수도 있고.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찾아오는 불안은 해소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도 재수 생활 중 그런 감정과 싸워왔구요.
딱히 제가 강조해온 '방향성만 세우면 공부하긴 어렵지 않습니다!'가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않습니다.

합격한 제 경험에서 말씀드리자면, '안 되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은 대입 합격증을 받는 날까지 버릴 수 없는 요소입니다.

# 뒤는 없다.

그 두려움과 막막함, 잘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정확히는 나아갈 방향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지요. 해야 하는 일을 외면하고 있진 않다는 뜻입니다.

이 시점에서 여러분들이 명심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도망칠 곳은 없어요. 1년 수능을 늦게 치루겠다고 결정하신다면 드릴 말씀은 없지만, 대학을 진학하는 것이 인생계획 내에 있다면, 이 망설임은 언젠가는 마주해야 하는 역경입니다.

인정하긴 어딘가 껄끄럽지만 도망칠 길이 딱히 보이진 않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같은 문구들은 뇌리에 스치지만 마음에 와닿진 않죠?

이쯤에서 여러분들도 마음 속 깊이 인정하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피할 수 없는데, 즐길 순 없고. 그렇다면 견뎌야지 별 수 있겠습니까.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는 밈이 괜히 등장한 게 아닐 겁니다.
그런데 견디면 부러질 것만 같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해낼 수 있을까요.

# 용기

하기 싫고 무서운 것을 넘어서서, 그 행위를 해내는 것을 보고 우리는 '용기 있다'는 표현을 씁니다.

그런데 용기는 명확한 감정이라기보다는 행위의 성질에 가까워서,
어떤 루틴, 어떤 마인드셋, 어떤 계기들로부터 발아하곤 합니다.

제가 두려움을 용기로 승화시키기 위해 태웠던 장작은 승부욕이었습니다.
재수 종합학원에서 매달 모의고사를 봤고 그 모의고사 빌보드가 학원 벽에 붙곤 했습니다. 인문계 1등을 따지 못하면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아서, 힘들더라도 이름을 제일 위에 걸어두고 싶어 공부했습니다.
제가 풀지 못한 어려운 문제를 남이 풀었다면 자존심 상해 했고, 24시간 동안의 계획이 지켜지지 않으면 분해했습니다.
평소에 무던하고 평화롭고 낙관적인 사람으로 살아왔는데, 이 단기간 동안은 스스로를 승부욕에 잠식당한 광인으로 여기곤 했습니다.

제 경우가 전부는 아니겠지요.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 질투, 패배감을 계기 삼아, 그러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하여 하루를 불태우는 이들도 있습니다. 저는 성정상 타인에게는 눈길이 잘 가질 않아서 스스로에게 집중한 것일 뿐, 그 어떤 방법이든 두려움을 '불태울' 수 있다면 좋습니다.

감정에 삼켜지는 날들도 있겠지만요. 반대로 감정이 아주 잘 타는 장작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과열 주의

그런데 감정을 연료 삼아 삶을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감정에 짓눌리는 날들도 있을 테고, 태우고 자시고 할 여유가 없어졌다면...
휴식 시간을 가지십시오!
번아웃은 뿌듯함을 주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효율적입니다.
중요한 것은 '태움'이 아니라 '나아감'입니다. 운동선수도 부상 당하면 쉬는데 여러분에게도 회복기는 당연히 필요해요.
휴식에서 죄의식을 느끼지 말아요.

# 마침

다들 공부의 첫 발걸음을 떼는 4월, 다소 정신론적인 주제들을 다루게 되었네요.
방향성을 정립하고, 막막함을 뚫고 나아가고. 이렇게 11월까지의 레이스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에 공감해주시는 독자분들이 있는가 하면 뜬구름 잡는 소리라며 지나치는 분들도 있겠거니 싶습니다.
반팔 반바지를 꺼내 입고 땀을 흘리는 5월이 되어서는, 수능 공부에 있어 도구적인 것들을 한 번 소개해보겠습니다.

화이팅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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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간간이 제가 재수할 때 힘이 되었던 노래나 영화들을 하나씩 소개해볼까 합니다. 한 번씩 감상해보세요:)

오늘의 노래는 전람회-기억의 습작 입니다.
원곡도 좋아하지만, 저는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규현의 커버 영상을 더 좋아해요.

위로 받는 5분이 되길 바랍니다!
  • 김재연
  • 재수
  • 용기
멘토

서울대

김재연 멘토

  • ○ 서울대 경영대학 23학번
  • ○ 인문계열 / 정시전형
  • ○ 제19기 목표달성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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