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19기 메가스터디 목표달성 장학생 이우주입니다.

제가 칼럼을 쓰지 않은 한 달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저에게도, 여러분에게도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수험생인 만큼, 여러분에게 가장 큰 이벤트로 느껴졌던 것은

6월 모의평가가 아닐까 싶은데요,

저도 시험지를 받아 직접 풀어본 입장으로써

전체적으로 문항들의 형식도, 난이도도 익숙하지 않게 느껴져

당황스러움을 느낀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

여러모로 가장 혼동이 컸던 모의평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이번 칼럼의 제목에서의 표현은

넷플릭스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작품의 마지막 에피소드 이름이자,

가장 좋아하는 문학적인 표현 중에 하나인데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럽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폭풍이 정신없이 지나간 후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잔잔하고 평화로운 맑음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때문에 폭풍을 견딜 때 일었던 폭발적인 긴장감과 완전히 대조되는, 완벽한 무력함 때문에

폭풍을 겪은 후의 우울증 발생률이 굉장히 높다고 합니다.

다사다난했던 이번 시험 역시 여러분을 지치게 하며 휩쓸고 간 하나의 작은 폭풍과 같다고 생각하기에,

시험의 끝이 주는 해방감이 '목표의식이 결여'로 변질되어 여러분의 의지가 꺾이거나,

예상치 못했던 시험의 결과로 인한 방황과 불안감에 휩싸이기 쉽습니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하나의 시험이 끝난 후 지칠 대로 지친 여러분이

또다른 폭풍에 대비하기 위해 정서적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자그마한 노력들에 대해

제 경험과 관련지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1. 적당히 쉬고 놀기

많은 수험생들이 흔히 말하는 '슬럼프'의 덫에 걸려 힘들어하곤 합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을 먼저 살펴보면,

'열심히 해야 한다'는 다짐과 의무감이 분명하게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시험을 본 이후 긴장이 풀리면서 발생하는 무력감이 내면에서 싸움을 걸면서

해야 할 일에 대해 나태해지면서도 자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걷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기에 더욱 고통스러워지는 것이죠.

따라서 이러한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력감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물론 매우 비활동적이고 정적인 '공부'가 거의 유일한 '할 일'인 수험생의 상황을 고려하면

무력감을 없애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뿐더러 없던 무력감도 생길 것만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시간에도 공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할 정도로

공부'만' 하는 것이 수험생으로서의 의무라는 주변의 말에 과하게 '세뇌'되어서

무력감을 쫓아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부하는 것이 미치도록 지겹고, 

샤프를 잡기만 해도 한숨이 턱턱 나오면서 자꾸 턱을 괴고 딴생각을 하고 싶어지는 그런 순간은

여러분이 무력해졌다는 사실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까지 꿋꿋하게 앉아 공부하는 것은

그 신호를 거부하고 무기력한 일을 하여 더 무기력해지겠다는 것입니다.

순간적인 무력함을 인정하고, 적당한 휴식을 취하거나 활동적인 일을 하면 이러한 무기력함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 '휴식'과 '활동적인 일은 제각각 다를 것입니다.

누군가(꽤 다수의 분들)에게는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날리고 열심히 살고 있음을 느끼는 일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어울리며, 노는 것 자체가 삶을 생기 있게 만들어주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저는 반수 당시에 다녔던 재수학원(사실상 독재)에서 중식과 석식을 빠르게 먹은 후,

남은 40분가량의 점심시간, 저녁시간을 항상 산책 시간으로 삼아 남은 시간 동안 지치지 않기 위해 활기를 충전했고,

자율자습이 진행되는 요일인 일요일은 항상 공부를 쉬며 휴식을 취해 무력함을 덜었습니다.

또한 중요한 시험이 끝나 긴장이 풀려 더 이상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거나,

심지어는 어떠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공부에 '유난히' 싫증이 나는 날이 올 때마다

한 치의 고민도 하지 않고 책가방을 싸고, 빠르게 공부 공간을 떠나버린 후

제 취미 활동인 볼링을 치러 가거나, 친구들을 모아 수다를 떨거나 술자리를 가졌고,

토요일에는 공부가 끝난 후 다음날이 쉬는 날이라는 사실에 여유를 가지며

가보고 싶었던 카페나 음악회, 술집 등 여러 놀거리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이렇게 쉼과 놂을 향한 욕구를 과도하게 절제하지 않은 결과 저에게는 공부의

'반드시 해야 함, '하면 할수록 좋음'이라는 강압적인 측면은 서서히 사라지고,

'어떤 상황에서도 해야 하는 것은 아님'이라는 자유로운 측면이 더욱 부각되어

공부를 하면서도 '너무 힘들고 지치면 좀 쉬면 되니까'라는 마음가짐으로

오히려 힘들어하거나 지치지 않고 훨씬 길게, 안정적으로 공부 시간을 유지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현역 때 그렇게 자주 찾아와서 나를 옭아매고 일년 내내 나를 힘들게 했던 슬럼프는

반수를 할 때에는 이상하게도 전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수험생은 휴식과 여가를 누릴 수 없는, 누리면 안 되는 신분이 결코 아닙니다.

열심히 하는 것과 고통스러운 것은 항상 같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며

최고의 결과를 내겠다는 이유로 '최선을 다하는 삶'이 아닌 '불행한 삶'을 자신에게 강제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물론, 자신이 선택하는 휴식과 여가가 공부를 더 잘 하기 위한 전략인지,

공부를 피하기 위한 핑계인지는 스스로가 솔직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 0

2.기다려지는 일 찾기

살면서 제가 직접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연예인 '덕질'을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아하는 연에인이 하는 모든 것이 설레고 기다려지면서 삶이 행복해진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작년 딱 이맘때쯤 넷플릭스 내의 어떤 작품에 완전히 빠져버리면서

밤에 집에 들어와 모든 할일을 끝마치고 침대에 누워

자기 전 30분 동안 미친 듯한 집중력으로 매일매일 딱 한 편씩만 보면서

울고 웃고 아쉬워하고 소리지르면서 그냥 혼자 미쳐 날뛴 기억이 있네요.

이 시기는 제 기억 속에 아직까지도 '작년 모든 시간 중 가장 행복했던 때'로 남아 있을 정도로 특별했습니다.

여느 때와 똑같이 매일매일 열두 시간씩을 앉아서 공부를 하고,

매일매일 머리를 쓰느라 힘들어하고 어려운 문제에서 막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도,

내가 너무나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공부하는 것이 힘들거나 무력하다고 생각되지 않고,

마냥 설레고 기다려지는 일의 일부분으로 여겨졌던 것 같아요. : )

누구에게나,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그것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조금 더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여러분은 '기다려지지 않는' 공부를 일 년의 가장 큰 축으로 삼고 달려나가는 수험생인 만큼,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공부를 끝낸 후 나에게 보상이 될 수 있는

'기다려지는 일'을 찾아 삶의 질을 높이길 바라겠습니다 ㅎㅎ

물론, 이러한 기대감도 하나의 집착으로 변질되어 공부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되지 않게끔 철저한 절제가 그 기본 조건입니다 :)

3. 버킷리스트 만들기(강추)

저에게 수험생활에서 정신적으로 가장 버티기 어려웠던 점은,

'이 짓을 내가 n일 동안 계속해야 한다고?'이라는 문장으로 정리되는,

너무 긴 기간 동안 내가 해야 할 고생에 대한 막막함과 암울함이었습니다.

사실 대학생활이 시작되면 막막한 수험생활보다 훨씬 행복한 장면이 펼쳐질 것이 분명한데도,

현재의 내가 수험생이기 때문에 힘든 수험생의 미래만이 자꾸만 마음속에서 나타나는 것이죠.

이러한 어두운 장면을 걷어내고 내가 꿈꾸는 입시가 끝난 후의 밝은 장면들,

즉 '낭만'을 하나하나 떠올려보고 글로 직접 적어보는 것이

미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식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꿈꾸어지는 낭만은 생각나는 대로 적어버리세요. 어디서 생겨난 낭만인지, 얼마나 원대한 낭만인지 등은 상관 없습니다.

책을 읽다가 어떤 장면이 나도 모르게 아름답게 연상되고 펼쳐져 생겨난 하나의 낭만도,

영화에서 가슴을 울리는 울컥한 장면을 보고 나도 미래에 저런 장면에 서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행복한 상상도,

SNS에서 본 누군가의 일상 속 재미있어 보이는 경험도

모두 그 구체적인 시점(시기), 장소, 함께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장면에 대한 자유롭고 세밀한 묘사와 함께

한 페이지씩 적어서 모은 후 공부가 지치고 암담함이 몰려올 때마다 한 번씩 꺼내 읽으면서 그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저는 반수 당시 시중에서 100개의 항목들을 각각의 페이지에 적을 수 있는

100페이지짜리 공책 형태의 버킷리스트를 구매하여 상시로 가지고 다니면서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떠오를 때마다 일 년 동안 모조리 적었고,

이 책은 수능이 끝난 후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를 

제시해주는 크고 작은 인생 목표의 모음집이 되었습니다.

부끄럽지만 몇몇 항목들을 있는 그대로 예시로 적어보겠습니다.

#43 전역 후, 사람이 많지 않은 해외 휴양지의 해변가에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에서,

A, B, C, D, E(친구 이름)와 함께, 노을이 질 때쯤 간이 네트를 설치하고 비치발리볼을 하고,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면서 생맥주 마시고 수다떨기

(탑건메버릭 본 날 적었습니다 :0 )

#50 1학년 여름 방학, 내가 운전하는 SUV(렌트)에 대학 동기들을 태우고 캐리비안베이 가기

#80 입대 직전, 양양에서 혼자 한 달간 서핑 배우고 전역 후 하와이에서 혼자 (개)멋있게 서핑하기

이렇게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또 만들어진 버킷리스트를 다시 읽어보는 과정에서

지긋지긋한 입시가 끝난 후에 아름다운 곳, 멋진 곳, 재미있는 곳에 서있는 여러 모습의 나를 상상하면서

내가 공부하는 이유를 비로소 느끼게 되고, 지금의 힘겨움에 대해 스스로 따뜻한 위로를 받으며

공부할 맛이 확확 나더라구요 ㅎㅎ

또한, 수험생으로서의 가시밭길과 같은 미래보다

대학생, 그리고 어른으로서의 나의 창창한 미래에 점점 집중하게 되어

남은 시간에 대한 암담함은 자연스레 사라지고

그 이후의 시간에 대한 기대감으로 삶이 행복해지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

마무리하며

글을 쓰면서 더 적고 싶은 내용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바람에 글이 좀 많이 길어졌네요..ㅎ

오늘 칼럼은 6평이 완전히 종료된(성적표 통지) 후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하시는 분들이나,

그 외에 학교 내신시험 등 여러 시험 전후로 스트레스를 받으시는 분들이 마음 편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기를 바라며 작성했습니다 :)

비록 수험생이지만, 수험생대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