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목표달성 장학생 제 19기 최수교입니다. 어느덧 7월도 지나가고 8월의 시작을 앞두고 있네요. 줄어든 디데이 숫자에 위축되지 마시고, 늘 하던 것처럼 차분하고 꿋꿋하게 본인만의 공부를 해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제 두 번의 수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번 글은 어떠한 정보를 전달하거나 지식을 공유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하는 것이니 공부를 하다 잠시 쉴 때 읽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아래부터는 평어체로 작성되었습니다.)

 아직도 나의 첫 번째 수능 날이 생생하다. 2021년 11월 18일 오전 7시. 수능 당일마저 알람을 듣지 못한 나는 엄마의 목소리에 겨우 잠에서 깨어났다.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씻고 가방을 챙긴 뒤 집을 나섰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동생까지 온 가족이 함께 차를 타고 수능장으로 향했다. 배정받은 고등학교의 정문에 서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눴다. 새벽부터 일어나 엄마가 정성껏 만드신 도시락, 아빠가 챙겨주신 외투. 그리고 정리해놓은 요약본도 없어 굴러다니던 책 여러 권을 넣는 바람에 잔뜩 무거워진 책가방까지. 어깨와 양손 가득히 짐을 들고, ‘잘 할 수 있어. 파이팅!’하는 가족들의 응원을 듣는데, 코끝이 찡하며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아직도 그때의 눈물이 지난날에 대한 후회인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인지, 가족들에게 느꼈던 미안함인지는 알 수 없다.

 교실에 들어선 후, 나의 자리를 찾아 짐을 풀고 의자에 앉았다. 책 한 권을 꺼내 펼치고는 시험 시작 전까지 열심히 읽어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읽어보려고 노력했다. 책에 적힌 단 한 글자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척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첫 번째 교시는 국어였다.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긴장되었다. 문제집을 받은 후 시험이 시작되었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문제를 풀어나갔다. 정신없이 문제를 풀다보니 시험은 어느새 끝나있었다. 국어 시험을 치던 그 1시간 20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시간이 빨리 갔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국어 시험이 끝난 후 나의 상태는 ‘멘탈 붕괴.’ 요즘 말로 ‘멘붕’ 그 자체였다. 믿는 도끼였던 국어를 망치자 나는 온전한 정신상태를 유지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는 ‘망했다’라는 단어 외에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평정심을 완전히 잃은 채로 수학 시험을 쳤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엄마가 싸주신 도시락은 보온병에 담겨 있어 여전히 따뜻했으나, 나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한 숟가락을 먹을 때마다 목이 턱턱 막혔고, 반쯤 먹었을 때는 눈물이 났던 것도 같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남은 시험을 친 후,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교실을 빠져나왔다. 학교에서 나와 보았던, 해가 지고 있던 붉은 하늘을 잊을 수 없다.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거대하고 붉은 해 앞에 선 내가 너무도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었다. 한참을 멍하니 서서 지는 해를 바라보다, 정문에서 애타게 나를 기다리던 가족들을 만났다. 가족들을 보자마자 하루종일 꾹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엄마의 품에 안겨 엉엉 울다 내가 뱉은 첫마디는 ‘나 재수해야 할 것 같아’였다. 수능이 끝난 날부터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나는 재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런 목표도 의지도 없이 시작하는 재수는 시간 낭비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수능 성적에 맞춰 생각지도 못했던 대학, 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 들어간 후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고등학생 때처럼 별 의지나 생각 없이 텅 빈 눈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반수를 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내가 수능을 다시 치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열심히 살아봐야겠다는 것도, 간절히 바라는 꿈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중간고사 공부가 하기 싫어서’였다. 그렇게 일종의 도피로 택한 반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6개월이었지만, 나를 가장 빛나게 만든 6개월이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다짐한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후회하지 않을 만큼 공부하는 것’이었다. 눈앞의 것을 외면하고 싶어 했던 선택이지만, 먼 훗날의 내가 부끄러워 하지 않을 선택이자 시간이길 바랐기 때문이다. 성적이나 대학이 아닌, 하나의 마음가짐이었던 나의 다짐이자 목표는 수험 생활에 큰 힘이 되었다. 수능을 준비하며, 끝이 없는 것 같은 기분에 막막할 때도 있었고,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 다 포기해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미래의 내가 후회할 만한 행동을 하지 말자고 되뇌었다. 이는 공부할 때 가장 위험한 ‘오늘만 쉬고 내일부터 열심히 해야지’를 할 수 없도록 만들었고, 포기하고 싶을 때 나를 다시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렇게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고 간절했던 6개월을 보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독서실로 향했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오로지 공부만 했다. 어떤 날에는 밥을 먹는 시간조차 아까워, 영어 단어를 외우며 음식을 욱여넣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했던 평소보다 따뜻하고 평화로웠던 11월의 목요일. 2023 수능을 치렀던 2022년 11월 17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내 두 번째 수능은 첫 번째 수능과 시작부터 달랐다. 나의 잠을 깨운 건 엄마의 목소리도, 1년 전 나를 깨우지 못했던 알람 소리도 아니었다. 6개월간 쌓아온 나의 습관이자 수능을 향한 열정이었다. 기분 좋게 일어나 씻은 후 평소처럼 밥을 먹고 집을 나섰다. 이번에는 엄마와 단둘이 고사장으로 향했다. 나의 가방은 어깨가 빠질 만큼 무거웠던 이전 수능과 달리 매우 가벼웠다. 내 가방에는 필통, 도시락, 여태껏 해온 공부들이 담긴 종이 한 장이 전부였다. 가방의 무게만큼이나 가벼운 마음으로 고사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가벼웠던 내 마음과 달리, 엄마는 그렇지 않으셨던 것 같다. 차에서 내려 함께 걸어가는데, 엄마의 왼쪽 발에는 외출용 운동화가, 오른쪽 발에는 운전용 슬리퍼가 신겨져 있었다. 나보다 더 긴장한 엄마의 모습을 보며, 오늘은 반드시 엄마께 기쁜 선물을 드리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번 고사장도 지난 수능을 쳤던 고등학교였다. 같은 계절, 같은 장소였지만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는 달랐다. 더 이상 영혼을 잃은 듯한 텅 빈 눈을 갖고 있지 않았다. 내게는 희망과 열정, 그리고 기대로 가득 찬 반짝반짝 빛나는 눈이 있었다. 정문에 서서 엄마와 인사를 나눌 때는 저번 수능과 마찬가지로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러나 이때의 눈물은, 죄책감이나 후회로부터 나오는 눈물이 아닌, 당당한 마음과 자신감을 갖고 고사장에 서 있도록 만들어준 지난날의 나에 대한 감사함으로부터 나오는 눈물이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눈 후, 긴장 반 기대 반으로 교실로 향했고, 6개월간 연습했던 대로 시험을 치렀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을 때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비록 이번 수능에서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지난날에 대한 조금의 후회도 없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이런 내가 자랑스럽다. 6개월 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성숙해졌으며 더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었던 시간이다.’

 점심을 먹은 후 남은 시험도 편안한 마음으로 치르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이번 수능에서는 제2외국어까지 쳤던 탓에 저번 수능에서 보았던 노을은 볼 수 없었다. 깜깜한 하늘 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학교를 가로질러 가족들에게 달려갔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2023 수능의 마지막 장면이다.

 나의 반수 생활에서의 7월과 8월은, 가장 힘들었고 방황했던 두 달이었다. 다가올 내일이 두려워 잠에 들기가 싫었던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매일 하는 공부가 지겹고 싫을 때마다 나는 수능을 치고 난 후의 나를 상상해보았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이번 수능을 친 후의 나는 작년의 나와 다르기를 바랐고, 다른 감정을 느끼길 바랐고, 다른 눈물을 흘리길 바랐다. 수능 당일의 내가 오늘의 나를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갔던 것 같다. 

 작년의 오늘, 그러니까 2022년 7월 31일 일기의 마지막 부분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매일 같은 일상이 지겹더라도, 그 똑같은 하루조차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기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들이기에 아껴줘야겠다.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를 부끄러워 하지 않게, 늘 나에게 가장 떳떳한 시간을 보내야겠다. 오늘 하루가 지나면 조금 더 단단해진 내가 되길 바라며, 맺음.'

 ps. 여러분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미래에 불안하고 두려울 때마다, 수능 당일의 나를 떠올려보시기를 바라요. 그날의 내가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는지, 어떤 기분이었으면 하는지 생각해보면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8월에는 '슬럼프'에 관한 글과 함께 찾아 오겠습니다. 언제든 궁금한 점이나 기타 의견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늘 진심으로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