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재연입니다.

마지막 2주가 찾아왔습니다. 매번 칼럼 때마다 시간이 뭉텅이로 잘려나가는 기분이네요.

아마 2-3월까지 칼럼을 작성해야 하는 걸로 알지만,

24년도 수능을 준비하는 여러분과는 이번을 farewell로 삼겠습니다.

제가 수험생활을 하며 받았던 칼럼으로부터의 위로, 장학생에 선발되어 처음으로 멘토의 위치에 섰다는 뿌듯함, 어느샌가 길을 앞서간 선배가 아닌 여러분을 위로하는 또래로서 글을 쓰게 된 기억들까지,

이 글에 모두 담아 가을 하늘 위로 띄워 보냅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도 지나가버린 탓에 제가 공부했던 내용들은 그다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맘때의 초조함은 기억이 나네요.

정확히는 등굣길 가을 냄새를 맡을 때마다 매번 상기되는 기억인 듯합니다.

오늘은 수능 전에 업로드 하는 마지막 칼럼을 적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해드릴 말들을 적어야 할 때입니다.

# 수능 이전

'준비' 하셔야 합니다.

공부하며 생각해두었던 준비사항들을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평가원에서 업로드한 요강들도 한 번쯤 다시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혹시 놓치고 있던 유의사항이 있어선 안 되겠죠?

뒤이어 수능 직전날에 예비소집이 있을 텐데요. 시험을 치르는 고사장을 그날이 되어서야 알 수 있습니다.

예비소집 때 수험표를 받고 나면 시험을 보는 학교의 위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가깝다면 걸어가겠지만 멀다면 대부분 부모님이 데려다 주실 텐데, 초행길이라 헤매는 일이 있어선 안 되니까요.

저는 집앞 학교에서 치르게 된 덕에, 그 학교까지 걸어가는 길을 전날 미리 걸어 보았습니다. 학교가 어떻게 생겼는지 탐방해야 다음날 떨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전날 공부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익히겠다 욕심부리지 마시고, 까먹지 않을 정도로만 환기한 다음 수능 당일의 분단위 행동강령을 확립해두는 편을 추천드립니다.

쌓아온 모든 것을 단 하루에 모두 발휘해야 하는 시험이니까요.

# 수능 당일

가장 중요한 하루입니다.

의자와 책상 상태, 주변에 앉은 학생들이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는 않는지, 화장실 상태나 교실 조명에는 문제가 없는지... 생소한 환경에 일초라도 빨리 적응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입실시간보다 큰 여유를 두고 고사장에 도착해서 필요한 것들을 미리 정돈하는 편이 좋습니다.

아무도 없는 고사장에 먼저 발을 들인다면 예열지문을 조용히 풀 기회가 되기도 하겠죠.

시험을 치르는 동안에는, 채점하지 못했기 때문에 느껴지는 찝찝한 감정도 달래야 합니다.

가채점표를 쓰기로 했다면 시간 운영도 계속 신경써야 할 것이고,

저도 그랬지만 국어와 수학 시험을 치른 후 혹여 시험을 망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점심시간을 할애해서 호흡 가다듬어야 합니다.

이후의 시험을 잘 보는 것만이 목표일 뿐 지나간 시험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시험은 기세입니다. 제 풀에 꺾여 기세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악바리가 되었든 담대함이 되었든 당당하게 가슴을 피세요. 생각보다 1년 간의 노력은 그 깊이가 깊습니다. 스스로를 믿어주세요.

# 수능 이후

수능 마치고 할 일들도 분명 많습니다. 저는 가채점 결과가 좋았던 만큼 겪어보진 않았지만,

수시 면접과 논술고사, 진학사 사이트에서의 모의지원, 지원하려는 학과와 학교에 관한 고민 등이 있겠네요.

이와 관련한 내용은 12월에 다루겠습니다. 다른 멘토분들의 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할 테구요.

전날, 당일, 이후, 이상의 항목들에 신경을 기울이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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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프로젝트의 끝자락에 선 여러분께 뭐라도 괜찮은 말들을 전해드려야겠거니 싶어 생각해보았습니다.

쉽게 얻은 건 쉽게 잃는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우연히 친척분들께서 주신 용돈 30만원이 있다고 해서 대단한 투자나 저축을 하긴 커녕 술값으로 탕진하는 것처럼요.

반대로 노력으로 거머쥔 것은 잘 사라지지 않습니다. 노력해서 건강하게 뺀 살은 잘 찌지 않습니다.

수험생활을 지난 여러분은 어떤 것을 성취하셨나요.

제 일화 하나를 적습니다.

이번 대학 2학기 중간고사 기간에 친한 고교 선배와 카페에서 같이 공부를 한 날이었습니다.

통계학 공부를 절반쯤 하고 나니 시간이 두 시간 반쯤 훌쩍 지나있더군요.

고교 시절 2시간의 저녁 자습시간마다 30분 지나면 시계를 확인할 정도로 집중력이 참 약했다 싶은 기억이 나는데, 어느샌가 뇌가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크기라거나 끈기 같은 것들이 자리 잡혀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나이를 좀 더 먹었으니 생긴 변화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대체로 학습과 관한 역량은 재수할 때 길러진 것 같습니다.

이건 제 이야기입니다. 여러분께도 다양한 일화가 있겠죠.

힘듦을 대하는 각자의 방식, 장기 프로젝트를 끝마쳤다는 달성, 그 끝에서 얻을 결과물, 언젠가 미화될 추억까지.

무엇이 되었든 이번에 얻은 것들을 흘러내리지 않게 양손 가득 거머쥐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투자한 노력은 오래도록 빛바래지 않을 자산이 될 겁니다.

분명히요.

다시 한 번, 11월 초일에 이른 인사를 드립니다.

간지러운 기분을 내고 싶다면 16일이 지나고 다시 읽어보셔도 좋겠네요.

수능을 잘 마칠 지인들 생각에 저는 한껏 들떠 있습니다.

만날 사람들이 많네요.

흉내냈음에도 저는 현우진 선생님 같은 대스타는 못 되는 사람이지만,

farewell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