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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능 이야기

이름 : 이갑승  스크랩
등록일 :
2023-11-02 20: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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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6,424
 안녕하세요! 중간고사 기간이어서 저도 최근에 바빴는데, 드디어 시험이 끝나서 여유가 생겼습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수능과 관련된 주제로 글을 몇 번 쓰려고 합니다. 소개해 드릴 만한 특별한 공부법 같은 것이 없었기에 제가 여러분께 실질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수능과 관련된 얘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능 전까지, 그리고 후에도 시간이 될 때마다 글을 써보려 합니다. 시작으로, 일단 수능 당일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수능을 두 번 봤기 때문에 오늘은 고3 때의 이야기, 다음 글에서는 재수 때의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전날은 국어 수특 및 수완 정리본을 읽어보다가 새벽 1시 정도에 잠들었습니다. 괜히 수면 시간을 바꾸면 역효과가 날까 봐 평소와 비슷하게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6시 정도에 일어나서 씻고 아침을 먹고 수능장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기숙사 학교에 다녀서 친구들과 같이 수능을 보러 갔기 때문에 교실 전체에서 두세 명을 제외하고는 다 친구들이었다는 특이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시험장 '빌런' 같은 것은 없었고 조용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시험을 봤습니다. 아무튼 수능장에 도착해서는 언매 개념을 훑어보다가 예열 문항을 풀었습니다. 김동욱 선생님의 수업을 수강했기에 선생님께서 올려주신 예열문항을 가져갔습니다.

 어느덧 8시 20분이 되었고 심호읍을 하면서 기다리다 보니 국어 시험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후 파본 검사를 하는데 헤겔을 보고 엥, 브레턴우즈 체제를 보고 헉, 자동차 카메라 지문을 보고 오 하고 생각했습니다. 40분이 되자 종이 울렸고 늘 풀던 대로 시험을 치르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언매-독서-문학의 순서로 풀었기에 언매를 풀고 독서로 넘어갔는데, 헤겔 지문이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브레턴우즈도 마찬가지여서 차라리 문학부터 푸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고 문학으로 넘어왔습니다. 푸는 순서를 시험장에서 처음 바꿔봄으로써, 이때부터 불안감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헤겔과 브레턴우즈 체제 지문을 풀었는데, 너무 어려워서, 소위 말하는 멘탈이 계속 흔들렸습니다. 카메라 지문은 짧아서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저는 제일 어렵더라고요... 독서를 정말 못 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름 잘한다고 생각한 과목이었는데 수능 날 너무 무너진 것 같아 마음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다 풀고 나니 10분인가 15분 정도가 남았었는데요, 제대로 푼 것 같지도 않고 글자가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서 OMR 마킹과 가채점표 작성만 하고 대충 검토를 시도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시험이 어려웠던 거겠지, 잘 봤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친구 하나가 쉬웠다고 좋아하더라고요... 수업 시간에 헤겔을 배웠다며 좋아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저는 '정립-반정립-종합'을 그날 처음 보고 충격받았는데 말이죠. 쉬웠다고 좋아한 친구는 원래 공부를 잘하는 친구였기는 하지만, 그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제 멘탈을 회복시키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수학 시간이 되었는데 정말 '망했다'는 생각만이 머리에서 맴돌았습니다. 집중도 잘되지 않았고 시간이 휭 하고 지나갔습니다. 제일 걱정했던 과목이 수학이었기에 목표했던 점수를 받으려면 가장 집중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딱히 기대도 되지 않았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었고 밥을 먹는데 거의 먹히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대충 정리를 하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이미 지난 일은 어쩔 수 없다. 잘 봤을 것 같진 않지만 포기하지 말고 일단 최선을 다해 보자.'

 그리고 영어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시간만 되면 항상 졸렸기 때문에 사탕을 먹으면서 시험을 치렀습니다. 별로 어렵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졸려서 힘들더라고요...
이어서 한국사, 세계지리, 경제, 스페인어를 모두 풀고 나니까 수능이 끝났습니다. 잘 봐야겠다는 강박감 대신, 마음을 놓고 보니까 편하게 풀 수 있었고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시험장을 나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1년간 열심히 공부했는데, 몇 시간 만에 모든 것이 결정되었으니 오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잘 보고 행복한 마음으로 나올 수 있기를 수험생활 내내 희망했었는데, 그렇지는 않아서 답답하고 힘들었습니다. 이후 채점을 해보니까 국어 90점, 수학 80점, 영어 98점, 한국사와 세계지리, 경제 및 스페인어는 모두 50점이었습니다.

 국어는 생각보다 훨씬 잘 봤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학 점수를 보니 너무 아쉬웠습니다. 국어를 빨리 떨쳐내고 집중해서 수학을 봤더라면, 몇 문제는 더 맞힐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국어는 물론 실력보다는 운이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이왕 운이 좋았는데, 정신을 붙잡고 남은 시간을 잘 활용했다면 조금이라도 더 맞출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여전했습니다.

 대략 써보았는데요, 수능이 어떤 느낌인지가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유의하셔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이미 본 시험은 생각하지 말자.
- 정말 중요합니다. 로또 당첨될 운이 수능 날 터질 수도 있잖아요? 아무리 못 봤다고 생각해도 채점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눈앞에 놓인 문제를 풀어내야 합니다.
2.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당혹감이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라도 침착해야 한다.
- 어떤 모의고사를 봐도 크게 떨리지 않았는데 역시 수능은 달랐습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라도 침착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3. 1교시 국어가 제일 긴장된다.
- 1교시가 시작되기 전과 초반이 제일 긴장되는데, 2교시부터는 신기하게도 괜찮아집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1교시만 잘 넘기면 됩니다.
4. 주변 의견은 듣지 말자. +친구랑 답 맞추지 말자
- 시험장에 가면 '쉬웠다, 어려웠다' 혹은 '몇 번에 답이 뭐다' 같은 얘기를 많이 듣게 되실 겁니다. 사실 아무도 모릅니다. 평소에 잘하던 친구도 시험장에서는 실수할 수 있는 거고, 모르는 사람의 의견을 여러분이 믿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냥 넘기시는 게 좋습니다.
5. 졸릴 때를 대비해서 먹을 것 등을 챙겨가자.
- 의외로 수능 날도 졸릴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 저는 그랬습니다...

 일단 제가 고3 때 수능을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당연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년 전의 저와는 다르게, 2주 후의 여러분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험장을 나설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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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갑승 멘토

  • ○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23학번
  • ○ 인문계열 / 정시전형
  • ○ 제19기 목표달성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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