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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을 위한 간절함

이름 : 서가은  스크랩
등록일 :
2023-11-13 00:19:26
|
조회 :
17,760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작년 이맘때쯤 수능을 앞두고 이 생각밖에 안 들었던 것 같아요. 그 무렵 저희 학교 기숙사는 코로나로 예민해져 있던 시기라 외출이나 외박을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열적합형 면접을 봐야했던 저는 부득이하게 외박을 하게 되었고, 수능 당일까지 학교에 들어가지 못한 채 가까운 친척 집에서 마지막 준비를 하게 되었어요. 날은 춥고, 면접 하나는 이미 봤고, 수능날은 곧 다가오는데 쉽게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수능 공부는 오래 꾸준히 해야 한다던데 지금 해서 바뀌는 게 있을까' 

부끄럽지만 잠시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다시 집중하기 위해 되뇌이던 가사가 있었어요.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

혁오 TOMBOY 에 나오는 가사죠. 

3년, 혹은 그 이상의 긴 시간동안 수능을 준비하는 일이 저는 꼭 나이테를 만드는 과정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너무나도 긴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마지막이 가까워지면 누구나 지치고 힘듭니다. 내가 지금 공부하면 내 미래가 얼마나 바뀔 수 있을지, 그걸 떠나서 수능날 한 문제는 더 맞을 수 있을지. 모든 게 불확실한 바람에 자꾸 회의적인 생각만 들기 쉬운 것 같아요. 

그때 제가 저 가사를 보며 생각했던 것은
'나이테는 만드는 지금 이 순간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였어요. 

나무 한 그루가 자라는 동안은 나이테의 모양을 결코 알 수 없지만 어느새 해가 바뀌어 보면 멋진 나이테가 만들어져 있고 나무도 한 뼘 더 자라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의 노력이 분명 과거 내 모습과의 차이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믿음이 끝까지 마음을 굳게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아요. 

지금 밤을 새거나 몸을 무리하면서 벼락치기 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공부할 때는 최대한 머리에 잘 들어가게, 밥을 먹을 때는 체하지 않도록, 잠을 잘 때는 피로가 다 풀리도록 모든 일에 정성과 진심을 다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간절한 마음으로 해 봅시다. 

지금 시점에서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만들어 놓고 시뮬레이션을 하며 각 상황에 대한 행동강령을 마련해 놓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국어 실모를 풀 때 특정 파트( 선택, 문학, 독서) 의 난이도가 예상보다 어렵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를 가정하고 순서를 유동적으로 바꿔볼 수 있습니다. 또한 시간이 부족해 머릿속이 갑자기 하얘지거나 문제가 안 풀리는 등의 긴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번 기억하시고 비슷한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려 노력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 간절함이 우리에게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지금 이 순간에는 결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수능이 끝나는 날 멋지게 만들어진 나이테를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요. 

4월부터 지금까지 제 칼럼을 읽어 주시면서 매번 간절함을 보여주신 많은 분들을 기억합니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수능 한 번으로 모든 노력이 좌절될까봐 힘들어하시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동안 걸어오신 길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능이 끝난 뒤 후회가 남지 않도록,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봐요.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미리 마지막 인사를 전합니다, 응원합니다.

사랑하는 홍*영, 전*형, 양*민, 최*우, 남**서, 최*원, 김*원, 김*원, 김*겸, 조*서, 전*주, 최*연 그리고 다른 모든 친구들, 수능 파이팅!

  • 서가은
멘토

연세대

서가은 멘토

  • ○ 연세대 경영학과 23학번
  • ○ 인문계열 / 수시전형
  • ○ 제19기 목표달성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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