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캠페인

변하지 않는 것

이름 : 정다원  스크랩
등록일 :
2023-11-20 00:55:07
|
조회 :
18,741
2024 수능이 끝났습니다. 
수험생 모두 수고많으셨습니다.

주변에 수능을 보는 친구들, 후배들이 있었지만 수능과 가까워지니 차마 연락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수능이 시작되고 나서 수능이 끝나고 혹시나 볼까봐 끝까지 해줘서 고맙고 수고했다는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제가 수능 전에 수능 날 덜 긴장하는 법과 벼락치기 방법에 대한 칼럼을 작성하지 못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섣부른 응원과 조언이 여러분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수능이 끝난 후에 너무 수고했다고 전하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작년 수능 때 그 다음날 가채점을 했는데 복기를 잘못 하는 바람에 국어를 10점 가까이 실제보다 낮게 채점을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최저를 못 맞추게 될까봐 매우 걱정하고 불안해 했습니다. 그렇지만 며칠 뒤에는 이미 끝난 일이니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나머지 면접을 잘 준비해야겠다고 마음을 다 잡았던 기억이 납니다. 

1지망이었던 대학교를 최저를 못 맞춰서 떨어졌습니다. 다른 대학교들보다 압도적으로 3년동안 꿈꿔왔던 학교라서 수능을 보고 상심이 컸습니다. 부모님도 많이 실망하셨고 저는 그것에 또 상처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2과목 중에 한 문제를 더 맞췄다면 저는 이화여자대학교에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입학하고 보니 6개의 선택지 중에서 '최선'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다니는 학교에 올 줄 꿈에도 몰랐고 1지망에 대한 열망이 컸기에 순위에도 배제되어있던 학교였습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서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지금은 다른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그 못 맞춘 한 문제는 만약 하늘에서 나를 움직이는 힘이 있다면 일부러 나를 현재로 이끌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그래서 진심으로 그 실패에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다소 감성적인가요? ㅎㅎ 

저의 요지는 여러분이 실패를 하라던가, 무조건 괜찮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내신 시험을 망하거나 수능을 못 보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대학교에 와보니 모두가 크고작은 실패들을 했고 상처도 많이 받았습니다. 오로지 이 과를 위해 2년을 재수한 동기, 수시 6장을 다 떨어졌지만 정시 추합으로 온 동기, 반수 후 재수를 해서 온 동기, 불합격을 받았지만 나중에는 추합을 한 동기 등등... 이런 얘기들을 들으면 모두가 '실패'에 안타까워하기보다는 그럼에도 여기에 와서 너무 대단하다, 수고했다, 고맙다, 앞으로 행복하자는 말을 합니다. 저는 여러분의 아픔을 모두 다 공감하지는 못합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로 저를 공감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말은 어떤 것도 여러분의 가치를 변하게 하지는 못하고 마지막까지 걸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수시 원서를 접수할 때 평소 친하던 선생님께서 입시 관련해서 제 생기부와 성적을 보고 컨설팅을 짧게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에게 6장 중에 '하나 빼고 다 어려울 것 같은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하나 빼고 다 붙었고 그 선생님께 당당히 가서 붙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정합니다. 저는 저 말을 듣고 너무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붙어서 보여줘야겠다는 열정이 불붙었습니다. 입시가 끝날 때까지, 그리고 끝나고 나서도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그들은 여러분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자신이 자신을 믿지 않으면 누가 믿어줄까요.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온 분도, 아쉽지만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절망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내일이 온다는 것이고 여러분은 너무 소중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속도와 기준은 모두 다르지만 모두가 같은 것은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나아가는 방향이 어디를 향하든 여러분의 마지막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저도 항상 그렇게 나아갈 것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너무 수고 많으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공부한 만큼 모두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각자 노력한 만큼 꼭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글에 상처를 받으셨다면 이 글을 무시해주세요. 저도 '여러분을 잘 모르는 사람들' 중 하나이니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능을 끝낸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날이 남았다는 것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의 칼럼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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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정다원 멘토

  • ○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23학번
  • ○ 인문계열 / 수시전형
  • ○ 제19기 목표달성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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