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영제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 것 같은데, 다들 잘 지내셨나요?

저는 이번 2월을 조금 바쁘게 보냈습니다.

학과 내에서 새내기 환영 행사의 담당자를 맡게 되어서,
2월 내내 24학번 분들과 함께하는 신입생 환영회나 숙박형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숙박형 행사에서는 새벽까지 다양한 새내기 친구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었는데요.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누던 중,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대학에 온 친구들의 고등학교 시절 얘기를 들으며
문득 저도 대입을 준비하던 때의 기억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고3 이맘때의 제 기억을 되짚어보면 불확실에서 비롯되는 불안감과 걱정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방학 기간 동안 나름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내가 진짜 성장한 것인지 의문이 들고,

나보다 잘하는 애들도 나만큼 열심히 한 것 같아서 결국 나는 계속 제자리에 머무는 것만 같고,

이렇게 가다간 올겨울에 웃고 있지 못할 것 같아서 불안감이 들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들이 저를 힘들게 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자연스레 현실을 외면했었던 것 같습니다.

모의고사 채점을 하면 진짜 실력과 직면하게 되기에 모의고사 풀어보기를 싫어했고,

취약 과목을 공부하기보단 잘하는 과목 또는 특정 단원에 대해서만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뭐 .. 그러다 보니 3월 모의고사에서는 당연하게도 좋은 성적을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우울했습니다.

선생님들께선 3모 성적이 곧 수능 성적이라고 입이 닳도록 말씀하셨는데,

당장의 3모 성적이 수능 성적이 되면 제 목표를 이룰 수가 없게 되기에... 절망적이었습니다.

3모에서 실패를 겪은 저는 외부에서 패착 요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인강이 문제인 것 같아서 인강 선생님을 바꿔보고, 문제집이 별로인 것 같아서 풀고 있던 문제집을 바꿔봤습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큰 효과는 없었습니다.

모든 외부 요인을 살펴봤던 저는, 끝끝내 내부에서 패착 요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계속해서 내면에 숨기고 있던 현실을 들춰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더 이상 외면하기보단, 직면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는 시험지에 눈보다는 비가 내리더라도 모의고사를 도전적으로 풀어봤고,

가장 싫어하는 수학도 하루에 몇 시간이고 붙잡고 있었습니다.
남들은 킬러 문제를 풀 때, 어려운 3점과 쉬운 4점짜리 문제를 공들여 풀고 있는 제가 부끄러웠지만

제 진짜 실력을 받아들이고 개선해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더니 정말 신기하게도, 교육청의 3모보다 평가원의 6모에서 훨씬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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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저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외면보단 직면해야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부끄럽고, 슬프고, 화나고, ...

여러 이유로 오랜 시간 동안 현실을 외면하며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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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현실을 외면하고 있진 않으신가요?

지난 칼럼에서 Q&A를 진행했었는데, 이런 질문들이 상당히 주를 이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각성해서 열심히 공부하면 저보다 잘하는 친구들 이길 수 있나요?’

‘지금 내신 성적이 하락 곡선인데 대입에서 많이 불리한가요?’

‘지금 제 실력에 비해 염치 없이 높은 대학을 원하고 있는데,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갈 수 있을까요?’

등등.

사실 모두가 답을 알고 계실 겁니다.

지금부터라도 각성하면 누구든 이길 수 있고,

내신 성적이 하락 곡선이면 당연히 대입에서 불리하겠으나
그것을 다시 상승 곡선으로 만든다면 충분히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으며,

지금부터라도 노력한다면 목표하는 대학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물론 목표에 상응하는 뼈를 깎는 노력 또한 수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조차 알고 계실 겁니다. 

이상의 질문을 받을 땐 공감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보내주신 질문,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고민들은 학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남겨주시는 분들의 마음을 200% 이해하고 항상 격려해드리고 싶습니다.

저 또한 똑같은 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입시라는 불확실한 과정 속에서, 

레이스의 끝에 도달했을 때 본인이 환하게 웃고 있을 거라 확신하는 사람은 몇 없을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불안과 걱정이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 시간을 경험해온 사람으로써,

또 여러분들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으로써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제는 현실을 직면하셨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가능할까요?’

라는 생각과 함께 본인을 의심하기보다는

‘가능합니다’

라고 확신하며 본인을 다독일 때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기적 같은 가능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 '현재'를 살아갈 때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수학 내신이 3등급-4등급-4등급-3등급이었던 제가,

지방 일반고에서 전체 내신을 합산해도 거의 2점대였던 제가,

서울대학교에 합격할 거라고 확신하는 주변인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근자감’을 가지고 현재에 집중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근거는 없어도, 공부는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고 또 믿었습니다.

그 결과 고3 때 수학 내신에서 처음으로 1등급을 받고, 

전체적인 성적 상승 곡선을 그리며 기적처럼 꿈꾸던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본인의 미래를 남에게 맡기거나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또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으면서 현실을 직면해봅시다.

걱정과 불안에 대한 해답은 결국 여러분들 스스로에게 있다는 점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질문을 남겨주실 때도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보다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응원을 부탁해주시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진심을 다해 응원해드리겠습니다 ㅎㅎ

이 글을 보고 계신 모든 분들이 현재에 집중하며 행복한 3월을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