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19기 메가스터디 목표달성 장학생 이우주입니다. 

마지막입니다.

아직도 제가 목표달성 장학생에 선정되었다는 문자를 본 작년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저는 제가 일하던 연구실에 있었고, 퇴근과 동시에 

그 문자를 받고 기쁜 마음으로 동기들과 술 한 잔을 적셨죠.

앞으로 1년 동안 칼럼을 작성하게 된다는 공지에

무엇을 담아내야 할지를 생각하니

일 년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방대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끝에 다다른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일 년이라는 시간은 

제가 기대한 만큼 여러분에게 도움을 드리기에는 턱없이 짧았습니다.

매달 칼럼을 작성할 때면 어떤 주제를 궁금해 할까, 무슨 방향으로 글을 써야 할까,

이러한 고민들로 어려워하며 참 기나긴 활동 기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비록 스물 두 살이라는 어린 나이지만

제가 살아오며 겪었던 모든 경험은 묘하게 이러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그때는 길고 힘들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너무나도 짧고 아쉽습니다.

몇 년 더 어렸을 적 거쳐왔던 입시의 경우 더더욱 그렇습니다.

When the sweet words and fevers all leave us right here in the cold, along with the hard feelings  …

제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된 후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때,

가장 좋아했던 노래인 < Lorde - Hard Feelings > 에서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가사입니다.

그 당시 공부를 하느라 너무 지쳐 있던 저에게는 이 가사가

지금의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분명 작년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지만

모든 사람의 모든 감정과 색깔이 싸늘하게 식은 채로

세상이 황량하고 우울한 공간으로 변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분명 제 고3 생활은 당시에는 너무나도 험하고 끝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기나긴 가시밭길이었는데,

지금은 눈을 두어번 감았다 뜨니 지나간, 잔잔히 흩어진 향수로 느껴집니다.

고3이라는 같은 시간, 같은 경험에 대한 당시의 감정과 지금의 기억을 나란히 비교해보면,

그 색채의 극단적인 차이로 멍해지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버거운 일을 마주했을 때, '미로 탈출'을 떠올리며 임합니다.

미로 안에 들어가 탈출구를 찾는 과정에서는

눈앞이 캄캄하고, 끝은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분명 미로의 끝을 목표로 하지만, 그 끝이 다가올지조차 확신하지 못한 채로 나아갑니다.

모든 선택의 기로는 생사의 갈림길처럼

한 번 잘못된 방향을 골랐을 때 모든 게 무너질 것처럼 느껴져 긴장되기만 합니다.

하지만 미로를 탈출한 후, 기념 사진을 찍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길을 다릅니다.

분명 같은 공간, 같은 상황에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탈출할 때의 미로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공간으로 느껴지고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발걸음을 내딛었던 모든 갈림길은,

사실 잘못 선택했어도 별 문제 없이 웃으며 돌아설 수 있는 작은 장난이었습니다.

입시를 처음 시작한 여러분에게, 지금의 상황은

암담하고, 공포스러우며 살떨리는 인생 최고난도의 미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지, 언제쯤 쉬고 언제쯤 눈을 감을지,

심지어는 어떤 친구와 어떻게 지낼지와 같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갈림길처럼 보여

우울하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이상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미로의 끝은 생각보다 더 빨리, 더 밝은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옵니다.

여러분을 둘러싸고 가로막고 있는 높고 견고한 벽은

사실 위에서 보았을 때 너무나도 초라하고 낮은 가벽일 수 있습니다.

분명 힘겨운 과정의 힘겨운 시작이겠지만,

언제가는 기념 사진을 보며 멋쩍은 표정으로 너털웃음을 칠

내년의 여러분의 모습을 떠올리며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일 년간 여러분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어 기뻤으며,

여러분의 시작을 저의 마지막으로써 응원하게 되어 아쉽습니다.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