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메가장학생 우승현입니다.

4월도 지나가고, 200일도 깨지고. 곧 5월 학평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 분들께 이맘 때 제 경험을 공유해 드리고 싶어요. 곧 정말 힘들어서 때려치고 싶은 순간들이 찾아올 거예요. 다들 한 번쯤은 고비가 오죠. 저도 그러한 시기가 있었는데요, 제 경험을 공유해 드릴게요.

작년 4월 말이었을 거예요. 유격훈련을 갔다 오고, 웬 감기가 하나 걸려서 몸 컨디션이 박살났었죠. 설상가상으로 군대에선 당직을 서는데, 소대 선임들이 부사수 없이 우르르 말년휴가를 나가기 시작해서 당직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작년 4~5월엔 한달에 7-8번 당직을 서서 밤을 샜습니다. 힘든 몸으로 군생활 버티는 것도 괴로운데 공부까지 하면서 매일 연등하니 스트레스는 심해져 갔습니다. 게다가 4월말에 친 4월 더프는 완전히 망해서(국수 둘다 70점대) 수능 공부에 대한 회의감도 쎄게 왔었죠. 힘든 하루하루 버텨내는 와중, 제 멘탈을 와장창 박살내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과는 3명이서 같이 근무를 섰는데, 제 선임 1명은 휴가를 나가서 없었고. 제 후임 1명은 전날 당직을 서서 근취인 상태였어요. 혼자서 과에 출근을 했는데, 때마침 그 날 소규모 훈련이 있던 날이었어요. 몸이 쓰이진 않지만, 중간서 훈련 상황을 체크하고 계속 보고해야 해서 정신없었어요. 갈라진 목소리로 그래도 꾸역꾸역 오전 훈련 마치고 점심 먹으러 갔었는데, 그때 사건이 있었어요.

부대에는 군기순찰대라는 게 있었습니다. 길 다니면서 군기문란 행위(탈모, 제식, 복장, 대열, 군가 미제창 등) 를 잡고 해당 병 지휘관한테 보고하는 역할이예요. 힘든 군생활, 망한 더프, 터무니없이 높은 목표 등 막막한 상태로 땅 걸면서 터덜터덜 혼자서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는데 군기순찰대에 걸렸습니다. 멀리서 크게 소리치더군요. '야 제식 똑바로 해라!' 그때 정말 억울하더군요. 혼자 터덜터덜 걷는 것 갖고 뭐라 하니 정말... 목 아팠지만 '죄송합니다!' 하고 팔다리 딱딱 피면서 다시 걸었습니다.

여기까지 하고 끝나면 모르겠는데, 가까이 가니 그 분이 이것저것 검사를 했어요. 군번줄 패용 여부부터 해갖고. 혼자 다니는 이유도 물어보고.(군대에선 원래 식사할 때 함께 다녀야 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보직 특성상 혼자 밥을 먹으러 가야 합니다) 군번줄도 보여주고 이것저것 대답을 했어요. 다만 아까 일도 있고 해서 표정이 좋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 표정을 보시더니 갑자기 '간부한테 그런 태도로 대답하는 게 맞아?'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이후에 뭐 군생활을 똑바로 하냐느니 제 지휘관이랑 행보관님 물어보시면서 보고하겠다는 소리까지..  정말 억울했습니다. 근데 또 힘들어서 머리는 안 돌아가고. 무엇보다 제가 군생활을 잘 하고 있다는 이미지가 간부들한테 깨지면 수능 준비에 제동이 걸릴 것 같아서 그것도 걱정됐어요. 

아무 말도 못하고 몇 분간 한 소리를 들었어요. 수많은 감정이 올라왔지만 억누르고 어떻게 대답을 했습니다.

 '간부님, 아까 지적하신 제식은 앞으로 똑바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간부님께서 제 태도에 대해서 하신 말씀도 맞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제가 표정이 안 좋고 그런 건 화가 나서가 아니라, 감기도 걸려서 몸도 아프고 개인적인 일들이 겹쳐서 군생활이 너무 힘들어서입니다. 오해를 풀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걸 듣더니 그분은 일단 알겠다고 하시고, 힘들면 행보관님과 군생활 상담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고 저를 보내주셨습니다. 점심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저는 생활관에 들어와서 침대에 누웠습니다.

침대에서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군대에서 수능 공부를 하는 게 맞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러지? 성적도 어차피 잘 안 나오고. 이게 간부들한테 안 좋게 전달되어서 공부를 아예 못 하게 되면 어쩌지? 내가 뭐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니고 터덜터덜 걷고 무표정으로 대답한 것 뿐인데 뭘 그렇게 잘못했지? 하...... 군생활이고 수험생활이고 x같다.' 

불 꺼진 생활관에서, 콜록거리는 몸을 들고 속으로 많이 감정을 삭혀냈습니다. 

얼마 안 되어서 오후 훈련까지 했는데, 뭔 정신으로 오후 훈련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저녁까지 먹고 공부하러 싸지방에 갔는데, 내가 공부하는 게 정말 뭔 의미인가 싶어서 펜이 손에 안 잡혔어요. 밖으로 나가 재수 경험이 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대화라기보단 일종의 징징거림이었어요.

'ㅇㅇ아. 군문제와 수능까지 둘 다 잡으려고 하는 게 욕심인가 봐. 진짜 오늘 너무 억울했던 일이 있었는데 너무 힘들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닌 것 같으면서도, 내가 힘들었던 상황이 수능 공부 때문에 초래된 것 같아서 또 모르겠어. 수능 공부를 안 하고 온전히 군 생활에만 집중했으면 몸은 좀 괜찮았을 거고, 그러면 오늘같은 일도 일어나지 않지 않았을까? 내가 군생활 힘들다고 그 간부 앞에서 말한 게 사실 군생활 아니고 수능 때문이면, 내가 잘못한 게 맞지 않나? 그냥 수능 공부 때려칠까?' 

말을 두서없이 하면서 좀 울먹거렸지만, 감정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나니 한결 낫더라고요. 공부를 그만두기엔 그동안 제가 노력했던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어요. 지금 제가 갖고 있는 생각들이 너무 감정적인 것도 느껴졌고요. 뜨거웠던 머리가 차가워지면서 감정은 감정이고, 공부는 또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사지방으로 올라가서 하루 남은 시간 동안 집중하면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그 일에 대해 되게 걱정이 많이 됐는데, 다행히 별 일 없이 넘어갔습니다. 그 간부님도 제가 답하고 나서 좀 미안한 표정을 짓긴 했던 것 같아요. 배려를 해 주셨는지 큰 일처럼 보고가 되진 않고, 제가 군생활 좀 힘들어한다는 식으로 보고가 들어가서 행보관님과 상담 좀 하고 끝났습니다. 

무언가로 괴로울 때마다 작년에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정말 힘이 됩니다. 뭘 가져다 놔도 작년 이맘 때보단 낫거든요. 

 여러분들도 곧 그런 순간들을 겪게 될 겁니다. 힘들 때 그걸 주변한테 털어놓는 것은 정말....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내 아픔을 나 혼자만 갖고 있지 않는다는 느낌이 정말 큰 위안이 되어 줘요. 반대로 주변 친구들이 힘든 걸 털어놓으면 가만히 들으면서 위로해 주세요.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이전 글에도 말씀드렸지만 힘든 시기를 잘 버텨내고 나면, 그건 진짜 무엇과도 못 바꿀 자산이 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공적인 수험 생활이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