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계신가요, 여러분. 20기 목표달성 장학생 이규현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저의 멘토님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21기 목표달성 장학생 선발 과정에 대해서 안내하려고 합니다. 다소 개인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으나 느끼시는 바가 여럿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칼럼을 올립니다.

- 2022년 여름, 의학과 선배님 두 분을 만나다.

저는 2022년 여름에 서울대학교 NICEM(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에서 진행하는 실험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프로그램의 조교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한 분이 의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본인을 소개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을 듣고 뭐라도 도움을 받고 싶어서 프로그램의 점심 시간에 의학과 조교님을 찾아갔습니다. 다짜고짜 찾아간 저를 보고 당황할 법도 하셨으나, 조교님께서는 시간을 내셔서 이것저것을 친절하게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강남 한복판에서 나고 자란 조교님은 제가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셨기에 저와 비슷하게 입시 불모지에서 의학과에 입학하신 동기 분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8학군 여고와 지방의 남고는 같은 고등학교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차이가 났던 탓입니다. 조교님의 배려로 저는 동기 분의 연락처를 받을 수 있었고, 나중에 기숙사로 돌아가서 동기 분께 따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조교님과의 대화에서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는데, 제가 실수로 조교님을 선배님이라고 부르자 조교님께서 “내가 왜 네 선배야?”라고 말씀하시며 웃으신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연락을 드렸을 때 조교님은 이를 기억하지 못하셨지만, 저는 이때 ‘선배님’이라는 호칭에 일종의 한이 맺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학에 합격한 이후에 비로소 조교님을 선배님이라고 편하게 불렀을 때 괜시리 뿌듯하곤 했습니다.

한편, 동기 분께서는 조교님보다 더욱 와닿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동기 분께서 저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처럼 느껴져서 선뜻 연락하기 어려웠지만, 막상 연락을 드리자 따뜻하고 진심어린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당시에는 동기 분께서 얼마나 소중한 시간을 내주셨는지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는데, 대학에서 본과생이 얼마나 바쁜지 어렴풋이 들을 때마다 다시금 감사함을 느끼곤 합니다.

- 2022년 겨울, 인상깊게 읽은 책의 역자와 메일을 주고받다.

2022년에 제가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은 단연 ‘서양의학사’였습니다. 이 책은 서양 의학의 발전 과정을 상세하게 서술했는데, 서양 의학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서술 방식을 가집니다. 제가 당시 이 책을 읽고 적어둔 독후감에는, “젊어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것이 없되, 돌아오지 않을 젊음의 호시절(好時節)을 의술(醫術)에 헌신하고픈 필연적인 이끌림을 느꼈다. 이제야 알게 되매 하늘은 정녕 의술에 전념(專念)하도록 나를 내신 것인가?”라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논어에 심취했을 무렵에 작성한 독후감이라 다소 오글거리지만, 제가 이 책에 많은 영향을 받았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서양의학사’를 읽으면서 감탄했던 부분들 중 하나는 역자님의 주석과 후기였습니다. 저자가 범한 오류마저 날카롭게 지적하여 바로잡는 주석과, 오늘날의 의학을 주조한 틀로서의 역사를 언급하는 후기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책을 다 읽자마자 역자님에 대한 호기심이 피어올랐고, 곧장 역자님의 이메일로 의학을 조망하는 전반적인 관점을 질문했습니다. 이미 다른 분들께는 수 차례 메일을 무시당한 경험이 있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놀랍게도 메일을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역자님으로부터 장문의 답변이 왔습니다. 답변에는 역자님께서 작성하신 논문인 ‘선진 기술을 향한 열망과 적정성의 역전: 1960-80년대 한국의 복강경-미니랩 기술 경쟁’을 비롯하여 여러 학술 자료가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저는 의학을 바라보는 기초적인 관점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메일함을 지금 다시 살펴보니 열 차례가 넘도록 서로 메일을 주고받은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돌이켜보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2022년의 끝자락인 12월 31일에도 역자님과 새해 인사를 나눈 메일이 남아 있고, 역자님께서 고3이 되는 저에게 건네신 덕담도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나중에 전해 들은 이야기지만, 역자님께서는 박사 학위를 받으시고 교수 임용을 준비하시는 과정에서 저에게 시간을 내주셨다고 합니다. 무척 바쁘셨을 텐데도 일개 고등학생의 메일에 정성스레 답해주신 역자님의 인품에 다시금 놀랍니다.

시간은 어느새 현재에 이르러 역자님께서는 교수가 되셨고 저는 입시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2022년의 추운 겨울날에 메일로 새해 인사를 주고받던 두 사람은 각자의 성취를 이뤄냈고, 2024년의 따뜻한 봄날에 캠퍼스에서 활짝 웃으며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역자님께서는 연구실에서 교수로서 첫걸음을 떼고 계셨고, 저는 낯선 서울에서 성인으로서 첫걸음을 떼고 있었습니다. 조심스레 방문한 역자님의 연구실은 흥미로운 책으로 가득했고, ‘과학학이란 무엇인가’, ‘민주주의의 모델들’ 등의 책을 싸인까지 하셔서 선물로 주셨을 때는 정말로 기뻤습니다.

- 2024년 여름, 서울에서의 멘토와 함께 목표를 다시 찾다.

2024년 4월 중순부터 저는 학원에서 강사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시범 강의를 하러 갈 때까지도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학원에서는 주말부터 바로 나와달라고 해서 제법 놀랐습니다. 학원으로 처음 출근하기 전까지는 강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가보니 함께 일하는 분들이 모두 나이가 있으셔서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를 도와주시는 원장님과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그럭저럭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원장님께서는 강의가 늦게 마칠 때마다 저를 집까지 태워주셨습니다. 원장님의 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원장님께서 제가 쓰는 칼럼을 알고 계신다고 말씀하셔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알고 보니 칼럼을 올릴 때마다 댓글과 메일로 조잘조잘 자기 이야기를 하던 학생이 원장님의 따님이셨고, 따님께서 제 답장을 하도 자랑하신 나머지 원장님도 칼럼을 읽게 되신 것입니다. 이후에도 원장님께서는 종종 칼럼을 언급하시면서 K랑은 잘 되었는지, Y랑은 어떤 관계인지 장난스레 물어보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 번은 충주에 있는 원장님의 본가에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따님께서 편지와 전시회 티켓을 선물로 주셔서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편, 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저의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재능 있는 학생들이 눈을 반짝이며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는 모습은 저를 자극시켰고, 정갈한 판서와 치밀한 구성으로 더욱 뛰어난 강의를 선보이고자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 질문을 받아주면 항상 감사하다고 인사하던 학생이나, 쉬는 시간에 저에게 와서 칼럼을 잘 읽고 있다고 말해줬던 학생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나 강사로 차츰 자리를 잡던 저는 학생들의 중간고사가 끝나고부터 회의감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의 제 모습은 칼럼 ‘다시 찾는 목표’에 잘 드러나 있는데, 아무래도 강사는 제 삶의 목표가 아닌 것 같아 방황에 빠지고 만 것입니다. 물론 강사로서도 보람과 흥미를 느낄 수는 있었으나 가슴 속에 피어오르는 의학에 대한 열망을 외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고민을 거듭하던 저는 원장님을 뵐 때마다 여러 이야기를 하며 조언을 구했고, 원장님은 제가 본가에 다녀올 수 있도록 몇 주의 휴가를 내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본가에 다녀오자마자, 강사 일을 조금 줄이고 대학에서 연구 보조 활동을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혹시 궁금하실까봐 간략하게만 말씀드리면, 저는 지금 ubiquitin-proteasome system(UPS)과 autophagy-lysosomal pathway(ALP)의 조절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는 특정 질환의 치료법을 모색하고자 deubiquitinating enzymes(DUB)를 활용하는 연구를 보조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실험실 분들과 서먹해서 사진을 찍어오거나 연구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연구 보조 활동에 대해서도 칼럼을 작성해 보겠습니다.

연구 보조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고등학교 졸업식에 멈춰있던 제 인생의 시계바늘이 움직이는 것만 같았습니다. 대학에서 수업을 듣거나 신입생 생활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서울에 와서도 저는 몇 개월째 고등학교 시절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태어나려는 존재가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하듯이, 저는 7월이 되어서야 고등학교에서의 세계를 깨부수고 성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원장님과 저를 아낌없이 응원해준 학생들에게 새삼 감사함을 느낍니다.

- 마치며

저는 고등학교 시절을 넘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러 멘토님의 도움을 받은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받은 도움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왔습니다. 그리고 메가스터디가 저를 장학생으로 선발해 주어서 생각만 해오던 일을 행동에 옮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삼백 명이 조금 안 되는 분들이 megabiz0708@gmail.com으로 메일을 보내주셨고, 수백 명의 분들이 칼럼에서 댓글과 추천을 남겨 주셨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여러분이 입시를 잘 마무리하실 수 있도록 성의껏 돕겠습니다. 언제나 부족한 칼럼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Appendix.

21기 목표달성 장학생 선발의 첫 단계인 ‘목표 설정’이 9월 15일까지입니다. 혹여라도 뜻이 있으시다면 9평이나 수시 원서 접수 등으로 정신없는 시기가 오기 전에 망설이지 말고 지원해보시기를 바랍니다. PC를 활용해 메가스터디 홈페이지에 접속하신 뒤 상단의 ‘메가켐페인’을 클릭하시고 ‘제21기 장학생 도전 중’ 항목에 들어가셔서 목표 대학과 학과를 설정하시면 됩니다.

개인적인 조언도 하나만 덧붙이면, 멘토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뿐 아니라 장학금을 통해 첫 학기만큼은 금전적인 걱정 없이 대학 생활(술자리, 연애, 여행 등)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21기 목표달성 장학생으로 들어오실 여러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