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메가스터디 목표달성 장학생 서울대학교 의예과 성수진입니다.

내일이면 수능까지 불과 20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메가스터디 멘토로 선정되어서 첫 글을 썼을 때, 

댓글들이 올라오는 걸 보며 떨리기도 하고 조마조마했는데 이젠 벌써 10월 칼럼을 쓰고 있네요.

4월부터 지금까지 칼럼을 매달 써 오면서

수험생 분들의 몇 안 되는 탈출구가 이 게시판이라는 마음에 

일부러 밝고 즐거운 말투로 글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여러 사람이 읽는 글을 쓸 때 웬만하면 진중하고 차분한 말투로 글쓰는 것을 지향하는데, 

멘토로 활동하면서는 게시판의 대상 독자를 생각하면 일부러라도 재미있게 써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하지만 수능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억지로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해, 

이번 칼럼만큼은 제가 다른 데에서 글을 쓰듯 진지하게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

오늘 할 얘기는 ‘최선’에 관한 것입니다.

수능이 20일 남은 이 상황에서 유별나게 새로운 걸 시도하는 건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능까지 막바지 스퍼트를 내기 위해 지금 해야 할 건

이전까지 해왔던 걸 묵묵히, 최선을 다해 해나가는 것뿐입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제가 고등학교 재학 당시 교지에 학생회장 인사말을 실을 때 썼었던 글을 가져와 봤습니다.

목표달성 성공기에도 제가 간략히 언급한 말이라, 

몇몇 분들은 낯익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1, 2학년 후배님들을 대상으로 썼던 글이라서 

전문 그대로 가져오지는 않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약간 생략했습니다!

==========================================================================

교지에 실릴 인사말을 부탁받은 이후로 어떤 말을 해야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면서도 기억에 남을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몇 번이고 퇴고를 거친 끝에 거창한 말보다는 제가 진솔한 마음으로 가장 잘 들려드릴 수 있는 말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시작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있는 건지 고민이 남습니다만 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니 진실성만큼은 모두에게 잘 전해졌으면 합니다.

 여러분에게 제가 가장 좋아하고 마음 깊이 새겨두는 말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아마 제 친한 친구들은 또 이 얘기냐면서 싫증낼지도 모를 정도로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말이어서 주변에 자주 소개하기도 하고, 제 신조로 삼아 의지하곤 하는 문장이랍니다.

 The best moments usually occur when a person's body or mind is stretched to its limits in a voluntary effort to accomplish something difficult and worthwhile.

- Mihaly Csikszentmihalyi

 최고의 순간은 대개, 어렵고 가치 있는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몸이나 마음이 한계치까지 도달할 때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말을 ‘최고의 순간을 얻기 위한 대가는 한계치까지 노력하는 것이다.’, 즉 최고의 순간을 누리려면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받아들입니다.

 여러분에게 최고의 순간이란 어떤 때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순간’이란 오랫동안 갈망해 왔던 것을 이루어내며 장기적인 기쁨으로 남는 순간, 고군분투했던 경험을 추후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순간, 일시적인 게 아니라 오래 기억되어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뜻깊은 순간, 이 모든 순간을 종합적으로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가령, 시험기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끝까지 책상 앞에 앉아 목표했던 바를 다 해내고,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끼며 잠시나마 눈을 붙일 때,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보낸 나날들이 모여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을 때의 엄청난 보람과 기쁨이 아닐까요?

 여러분에게 성취감을 와닿을 수 있도록 설명하고 싶어 시험을 예시로 들었지만, 사실 이는 우리에게 유의미한 모든 분야에 해당합니다. 우리가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은 각자 다를 테지만 생애 동안에 그 최고의 순간을 누리고픈 마음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싶다면 그만큼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 마땅합니다. 아무런 공도 들이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만을 바라는 것이야말로 비합리적인 기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 매 순간에 성심성의껏 임하는 것이 우리가 각자의 위치에서 보일 수 있는 내 삶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일 것입니다.

 실은, 저는 운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운이 좋아서, 혹은 운이 나빠서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그 결과는 천차만별일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가장 고민거리로 안고 있을 입시에서는 특히나 더, 운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최선을 다하는 것의 가치를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운이 따라 주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이는 전혀 쓸모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며,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우리에게 언젠가는 찾아올 행운을 받아들일 준비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에 의연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애썼지만 운이 안 좋았구나, 하고요. 그러나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의 대가로서 겪게 되는 실패와 좌절은 운의 탓으로도 돌릴 수 없습니다. 온전히 나의 책임이니까요. 저 또한 실패한 경험이 수도 없이 많고, 그럴 때마다 실패의 탓을 외부 요인으로 돌리곤 했지만 속으로는 제가 순간순간에 충실히 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결과를 낳았다는 것을 너무나도 똑똑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때 스스로 느끼는 실망감과 자책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이 자책감이 두려워서라도 노력하게 됩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 자신도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느냐는 질문에는 선뜻 그러하다고 답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공부하다가 지친 어느 날이나, 시험기간 중에 피곤하고 힘든 날이면 저는 앞서 소개했던 저 문장을 스터디플래너에 적으며 마음을 다잡곤 했습니다. 저 말이 수십 번이나 적혀 있는 제 플래너이지만 저도 그 ‘최고의 순간’을 느낀 적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단순해 보이는 메시지와는 대조적으로, 우리의 한계치까지 자발적으로 노력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 글을 통해 여러분이 노력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 있다고 여겨 조심스레 말을 꺼내봅니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