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먼지같은 존재감을 보인(ㅎㅎ..)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성큼 다가왔네요.

사실, 이번 한 달 동안은 저 스스로 감정을 추스리기 바빠

글을 쓸 생각을 못 했습니다. 원래도 많은 생각을 품고 다니는 편이지만, 이번 달은 유독 심했던 것 같습니다.

아 진짜 이상하더라고요..ㅋㅋㅋㅋㅋ 9개월 간 나름 열심히 바쁘게 살아왔는데, 갑자기 저의 자아가 돌변해 버린 느낌이었어요.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달까.. 번아웃인가 싶다가도 그냥 나의 의지 부족을 번아웃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에..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휘몰아치는 감정에 지쳐 지낸 한 달이지만, 그래도 덕분에, 제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저는 뭐 이렇게 지냈습니다 ㅎㅎ

오늘을 기준으로 수능이 약 2주 남았습니다.

지금 시기에는, 말 한마디를 하는 것 마저 조심스럽게 느껴집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느끼고 있을 책임감과 불안감, 두려움이 얼마나 중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약 1년 간 사회에 나와서 느낀 점 중 이것만은 확언할 수 있겠다 싶은 내용만을 정제하여 전달드리고자 합니다.

1.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습니다.

입시를 갓끝낸 백수의 세상은, 실도 겨우 들어갈 만큼 작은 바늘구멍 정도의 크기일 거예요. 

국어, 수학, 영어 백분위. 대학 네임밸류가 한 사람의 가치를 대변하는 세상이죠. 점수가 높을수록 ‘더 나은 가치를 가진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는 게 자연스러운 세계입니다.

그러나, 이제껏 우리가 경험한 세상은 진정한 세상이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가 활동할 무대는, 대학으로 가치가 매겨지는 세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대학 네임벨류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면, 일단 대한민국만큼은 당신에게 적소가 아닐지도..

대학이 중요하지 않다기보다는, 

성공요인이 수만가지가 있다면 대학은 그 중 하나일 뿐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내가 원했던 대학을 잡지 못했더라도, 이 무지하게 넓은 세상에는 대학 외에도 수많은 성공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입시 실패=인생 실패의 식은 절대 성립하지 않습니다.

저는 특히 사업의 영역에 눈을 뜨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가 정의하는 ‘정석 루트’를 타지 않은 중졸 개발자/디자이너, 대학 미진학 개발자/기획자 분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새롭게 느낀 점은,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의 크기는 어쩌면 우리가 우리 자신을 세상에 허용하는 만큼일지도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학 입시라는 바운더리 내에 나를 묵혀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이 다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수능이 끝난 이후에는 내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길 바랍니다.

2.여러분은 분명히 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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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 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 센 비가 아니었으면

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

담을 넘는다는 게

가지에게는 그리 신명 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

담밖을 가둬 두는

저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

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 넘어

담을 열 수 있다는 걸

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은

무명에 획을 긋는

도박이자 도반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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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 시인의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제목의 시입니다.

작년 수능특강 문학에 수록된 작품으로, 공부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시예요. 마지막 문장까지 정독하자마자! 제 마음속 판사가 최애 시로 땅땅 임명해 주었답니다 ~.~

담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가지는 성장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저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어쩌면, 1년간 수양 가지의 삶을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나에 대한 불신으로 사무치는 외로움과 고독을 직면해왔지만, 이런 시련이 있었기 때문에 결국 성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담이 없었다면 우리는 성장의 ㅅ도 볼 수 없었을 거니까요!!

이뿐만 아닙니다. 우리가 공부하면서 조금조금씩 쌓은 습관은, 우리의 평생 자산이 되어 줄거예요.

여러 유혹을 꾹 참고 공부했던 경험, 고정된 체계 속에서 내가 계획한 바를 성실히 이행해 봤던 경험,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를 보완하려 노력했던 경험, 뭐 하나라도 더 배워가려고 아등바등 해 봤던 경험,,

모든 경험이 다~~~ 정말 다!!!!! 그렇습니다. 사실 수능이 끝나고 남는 건, 수학 문제 풀이가 아닌 ‘끈기', '인내'잖아요 ㅎㅎ

그래서 수능장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올 한 해 겪었던 일과 감정을 돌아봤으면 합니다.

“나는 딱히 성장 안 한 것 같은데..” 하실 수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작년과 다르게 조금은 더 단단해진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의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1)진짜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넓다.

2)우리는 분명히 성장했다

는 내용을 구구절절 써봤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두 가지만큼은 여러분들께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는 대학 너머의 세상을 볼 시간!” 정도로 귀결이 되겠네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문구가 하나 있습니다!

“You are bigger than you think!”

우리는 나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수능날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나를 가장 믿어주세요!

여러분들의 미래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