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메가스터디 목표달성 장학생 서울대학교 의예과 24학번 성수진입니다.

벌써 2024년의 마지막 칼럼이네요.

주위에서는 합격 소식이 들려오고, 크리스마스가 어느새 지나버린 걸 보면 2024년도 마무리가 되어가는 듯합니다.

대학에 합격하시고 이 게시판을 떠나신 분들은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시지 않겠죠?

이 칼럼을 읽고 계실 예비 고3, 고2, 고1, 혹은 더 어리거나 나이 많은 분들께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칼럼을 어떤 내용으로 써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의미 있는 2024년 마무리를 위해, 제가 요즘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글 몇 조각을 써 볼까 합니다.

제가 최근 가장 많이 떠올리는 말은 ‘사람은 한때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말입니다.

다음은 제 ‘한때의 기억들’입니다.
 

#1  최근에 블로그를 쓸 겸 갤러리를 정리하다가, 아주 옛날 사진을 하나 찾았습니다.

2020년이면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중학교 3년간 내신이 끝나고 고등학교 입학에 대비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 저를 보고 

너는 꼭 서울대를 갈 거다, 하며 말하는 친구에게 저는 서울대학교는 절대 못 간다고 웃으면서 말했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몹시도 가고 싶지만, 서울대학교에 가는 건 너무 어려워 보이고,

의대가 목표이기 때문에 대학교 상관없이 의대만 가면 그것도 충분하다고 장난식으로 말했었죠.

근데 친구가 정말로 강한 어조로 너는 무조건 갈 거 같다, 본인이 보장할 수 있다며 말하는 바람에 장난식으로 쓰게 된 서약서가 아래 사진입니다.

말은 못 간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10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을 줄 수도 있으니, 서울대학교 의대에 갈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도 종종 내가 안될 거라고 생각했던 일을 이룰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나중에 이 친구한테 10만원을 보내줄 수 있다면 너무나도 행복하겠다, 하는 달콤한 상상을 하며 공부할 마음을 다잡곤 했습니다.

그 염원을 이룬 지금 이 사진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사실 서영이라는 이 친구는 중학교 졸업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받거나 자주 만날 정도로 친한 친구는 아니었습니다.

연락처도 없고 지금은 소식이 끊긴 친구인데, 어쩌다 이 칼럼을 통해서라도 보면 제게 연락 주길 바랍니다. 😊

 

 #2 마찬가지로 갤러리를 정리하다가 본 사진입니다.

 
날짜를 보니 2021년 5월 8일 저녁 11시 48분에 찍은 사진이더라고요.

이때가 주말이어서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놀러가서 가족들 다같이 하루 자고 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5월이면 아마 고등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가 끝났던 것 같은데,

내신 시험이 끝났으니 이젠 수능 공부를 위해 다시 또 열심히 달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가족들 모두 잠에 들어있을 때 몰래 빈방에 가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저를 문틈으로 보신 건지,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할머니께서 공부하면서 먹으라고 과일을 깎아 갖다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주무시고 계셨을 텐데 본의 아니게 소리를 내어 할머니를 깨운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신경써 주신 게 감사해서 이 마음을 절대 잊지 않으려고 찍었던 사진입니다.

이 사진에는 손녀의 꿈을 응원하는 할머니의 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
 

 #3

이제 다시 최근으로 돌아와서, 이 사진은 제가 올해 8월 본가에서 지낼 때 찍었던 사진입니다.

제가 예비 고1일 때, 즉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인 1월과 2월에 집 근처의 도서관에 가서 하루종일 공부를 하곤 했었습니다.

귀가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추위를 뚫고 오전 8시에 가장 먼저 독서실에 도착하면

텅 빈 자리들 중 원하는 자리에 앉아 그날의 공부 계획을 짜고, 공부하기 싫은 마음을 억누르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수학 문제를 풀기 시작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루치 공부량을 다 채우고 날이 어느새 어두워질 때면 집에 가기 위해 짐을 쌌고,

‘오늘도 내가 마지막으로 나가네.’하는 생각을 하며 뿌듯한 기분으로 문을 닫고 나가곤 했습니다.

저 문은 제가 그렇게 작은 열정을 품고 하루종일 공부를 하던 정독실 문입니다.

나태해질 때마다 과거의 저를 떠올리며 가치 있는 순간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 도서관을 오랜만에 방문한 김에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대학생이 된 지금, 나는 과연 그때만큼의 열정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기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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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제 옷에서 발견한 종이 뭉치 하나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이 종이 뭉치는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몇 주 전 날씨가 부쩍 추워져서 겨울옷도 가져갈 겸 본가에 들러서 롱패딩을 꺼냈는데

롱패딩 주머니 속에 영어 단어를 적어 놓은 종이 뭉치가 있더군요.

이동 시간에 영어 단어를 외우려고 그날 암기한 단어들 중 헷갈리는 단어들만 따로 종이에 적어 두고 주머니에 넣어 다니며 틈날 때마다 꺼내 보고 외웠었는데,

그 옷을 한동안 입지 않다가 이번에 보니 그 종이들이 그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대학 합격이라는 염원하던 목표를 이루었다고 지금 내가 나태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마음에 한참 동안 그 종이 뭉치를 들고 서 있었습니다.

과연 나는 이때의 열정과 간절함, 소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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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인간은 한때의 기억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 한때의 기억과 순간이 즐겁고 신나는 시간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남긴 여러 사진과 추억들을 보는 과정에서 얻은 결론은,

그 한때의 기억이 ‘최선을 다하는 본인’에게서 비롯된 기억일 때 비로소 그 기억이 값지며 평생 간직될 추억이 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즐거운 여행, 맛있는 음식 사진으로 가득한 갤러리에서 제가 굳이 저 사진들을 보면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처럼요.

지금 이 순간들, 2024년의 마지막 날까지도 여러분이 평생을 살아갈 원동력이 될 ‘한때의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연말이라며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공부하다가 잠시 머리라도 식힐 겸 이 게시판에 들어와서 칼럼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순간이 앞으로 평생 기억될 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랬었거든요. :)

미리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따뜻한 연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