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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평 전날 폐 터진 썰

이름 : 강민우  스크랩
등록일 :
2020-04-12 13:37:40
|
조회 :
17,659
안녕하세요, 목표달성 장학생 16기 서울대 인류학과 강민우입니다.
‘온라인 개학’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지금, 이것과 연결될 수 있는 제 이야기를 하나 해 보려고 합니다.

때는 9평을 3일 정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9평은 수시를 준비하는 저에게도 꽤나 중요한 시험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평가원 실전 모의고사였던데다가, 최저등급 충족을 위해 중요한 확인의 척도였기 때문이죠.

그날엔 7시쯤에 기상을 했는데, 왠지 모르게 숨이 끝까지 잘 안 쉬어지더군요. 숨을 끝까지 들이켜보려고 해도 뭔가 폐가 다 차지 않는 답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날 하루의 일상생활에는 그닥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냥 가끔 담이 결리는 것처럼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죠. 혹시 몰라 동네 병원을 가 보았는데, 큰 병원을 한 번 가 보는 게 좋겠지만 지금 봤을 때는 목에 걸린 가래 때문에 호흡이 조금 힘들어진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갔습니다.

다음날이 밝았습니다. 뭔가 이상했습니다. 전날보다 숨이 더 잘 안 쉬어지고, 조금만 뛰어도 금세 힘들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무모하게도 전 여전히 이것을 가래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습니다. 병원을 가더라도 9평 다음날쯤에 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며 또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9평 하루 전날이 되었습니다. 이제 진짜 제 몸 상태는 조금 이상한 정도를 넘어 심각한 상태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계단을 올라가는데, 4층 계단을 다 올라가고 나니 정말 죽을 정도로 힘들고 구역질이 나더군요. 단순히 가래 때문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학교가 끝나고 조퇴를 해 먼 병원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충격적이게도 검사 결과는 ‘기흉’이었습니다. 폐의 흉벽이 손상되면서 폐가 짜부러지는 병이라고 하더군요. 엑스레이 결과를 보니 정말 오른쪽 폐가 평소의 5% 정도까지 쭈그러들어 있었습니다. 만약 오른쪽 폐가 끝까지 줄어들고 왼쪽 폐까지 영향을 미쳤다면, 그야말로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었다고 했습니다. 병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 제가 “그러면 내일 9평은 치를 수 있는 건가요?”라고 의사님께 묻자, 의사님은 “시험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조치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에요”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상상도 하기 싫지만, 만약 제가 저 상태로 9평까지 버텼다면 시험을 치르던 도중 구급차에 실려갈 수도 있었다는 거죠.

결국 전 9평 전날 저녁, 병원에 입원해 오른쪽 흉부를 관으로 뚫는 ‘흉관삽입술’을 받았습니다. 너무나도 아프고 힘들어서 시험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상태가 되었고, 9평 당일날 점심에는 전신마취 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수술을 마치고 나서도 3일 동안은 입원해 있어야 했기에, 당시 선생님과 함께 한창 수정하던 자소서도 병원에서 고치게 됐죠. 그렇게 전 고 3 기간의 5일, 그것도 정시와 수시 모두에 있어서 무척이나 중요했던 5일을 병원에서 보내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보고 나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이 겪고 있는 일과 상당히 비슷하지 않나요? 물론 제 경우 5일이라는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여러분이 통제할 수 없는 어떤 요소 때문에 입시 준비에 어려움을 겪은 거죠. 바이러스 때문에 생겨난 이런 수많은 상황들은, 여러분들이 어쩔 수 없는 거대한 제약으로 다가올 겁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여러분이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걸 하고, 지금 여러분들이 바꿀 수 있는 걸 바꿔나가는’ 겁니다. 병상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입 준비는 자소서를 고치고 생기부를 면밀하게 관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중간중간 검사를 받거나 진료를 받아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그걸 했습니다. 수시와 최저등급 준비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저등급을 위한 공부는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에 수시 준비에 그 시간을 쏟은 거죠. 즉 제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시간을 쓴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해 주고 싶은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상황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 분명 있을 겁니다. 가령 친구들과 만나 면접 준비를 하거나, 학원에 가거나, 독서실에 가는 것 등등이죠. 이런 ‘어차피 여러분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제외하고, 남는 걸 떠올려 보세요.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기존에 공부했던 교재를 복습하거나, 집에서 모의고사 문제를 출력해 풀어 보는 것 등등이 있겠죠. 바로 그겁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세요. 여러분들이 지금 할 수 없는 건, 다른 친구들도 똑같이 할 수 없는 것인데다가 여러분의 통제 범위 내에 있지도 않습니다. 단지 여러분들에게 지금 주어져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걸 해 나가고, 언젠가 이 상황이 종식되었을 때는 또다시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걸 한다면, 여러분의 입시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겁니다. 자신을 다독여 주며 앞으로 나아가세요. 합격 수기에서 말씀드렸죠? 한 발짝 한 발짝 묵묵히 나아가다 보면, 끝은 나옵니다. 그때까지 조금만 버텨봅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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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강민우 멘토

  • ○ 서울대 인류학과 20학번
  • ○ 인문계열 / 수시전형
  • ○ 메가스터디 목표달성 장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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