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6기 목표달성 장학생 서울대 인류학과 강민우입니다.

이번엔 개인적으로 후배들이 많이 물어보기도 하고, 이전 칼럼 댓글에서도 친구들이 물어본 바 있는 '수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아무래도 수험생활 중에는 제대로 된 잠을 자기가 어렵다 보니 많이들 수면을 어떻게 관리했나 물어보는 듯 한데요. 저도 잠이 정말 많은 편에 속했기 때문에 충분히 그 고충이 이해가 갑니다. 그럼 수험생활 도중 수면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몇 가지 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졸지' 말자.

첫째는 '졸지' 말 것입니다. 조는 것과 자는 건 엄연히 다른데요. 조는 건 수업 시간이나 공부 중에 꿈과 현실을 왔다 갔다 하는 걸 말하고, 자는 건 그냥 엎드리거나 누워서 자는 거죠. 후자는 해도 괜찮고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이롭지만 전자는 어떤 면에서 봐도 유익하지가 못합니다. 수업 시간에 조는 건 내신을 준비하는 친구들 입장에서는 치명적일 뿐 아니라(학원 현강에서 조는 거라면 정시 친구들에게도 해롭겠죠), 공부 중에 조는 건 공부 효율이 사실상 자는 것과 똑같은데다가 잠이 깨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어느 모로 보나 비효율적입니다.

특히 공부 시간을 플래너에 체크하는 친구들, 혹시 존 시간까지 공부 시간에 포함시킨 적은 없나요? 졸면서 하는 공부는 공부라고 보기 힘듭니다. '졸린 게 해결되지 않은 채 지나간 시간'이라고 보는 게 맞겠죠. 그렇기에 만약 공부를 하다가 자신이 조는 것 같다면, 그 즉시 시간을 정해 두고 주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렇게라도 하면 일단 어느 정도 피곤이 해소되기도 하고, 깨어났을 때는 상쾌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거든요. 저 역시도 뭔가 졸 것 같거나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로 나른할 때는 바로 잤답니다.

=> 한 줄 요약: '졸 바에야 자라.'

2. '밤샘' 하지 말자.

전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공부하느라 밤을 샌 적이 없습니다. 물론, 시험 전날까지도 시험 범위를 다 훑지 못한 적은 한두 번 정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적어도 3시에는 잤고, 모자란 부분은 그 다음날 아침에 봤습니다.

이유는 간단한데요. 밤을 새면서 시험범위를 비몽사몽 간에 조금 더 보는 것과, 잠을 제대로 자고 멀쩡한 정신상태에서 시험을 보는 것 중 어느 쪽이 이득일까요? 당연히 후자입니다. 아예 한 번도 공부하지 않은 시험범위가 너무 많아서 밤을 새는 거면 몰라도, 굳이 시험 전날 범위를 한 번 다 보겠다는 목표에 매몰되어 밤을 새는 건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서 그런 식으로 밤을 샜다가 멀쩡히 아는 서술형을 까먹고 백지로 내거나, 머리를 써야 하는 과학 과목을 망치는 친구들을 많이 봤거든요.

정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의 경우 당연히 수능 전날에 밤을 새지는 않겠지만, 가끔 하루 공부량을 채우지 못했다고 밤을 새는 친구들은 있더군요. 그러지 않으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날 하루 공부량을 채우겠다고 다음날의 정신을 포기하지 말길 바라요.

=> 한 줄 요약: '밤 새고 얻는 공부량보다, 밤 안 새고 얻는 멀쩡한 정신상태가 더 이득이다'

3. 일정한 수면시간을 확보하자.

기본이라고 볼 수 있죠. 수면 시간은 대체로 일정해야 합니다. 제 경우를 설명드리자면(평일 기준) 우선 2시~7시를 기본 취침 시간으로 잡았고, 등교한 후 아침 시간 8시~9시, 점심 후 자습 시간 중 필요할 때 0~1시간, 또 저녁 후 자습시간 중 필요할 때 0~1시간 이렇게 수면 시간을 계획했습니다. 우선 기본 취침시간인 5시간은 주말을 제외하고는 거의 항상 유지했습니다.(주말엔 좀 자도 됩니다. 안 그러면 번아웃 되기 십상이니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요) 또 전 수시가 메인이었기에 너무나도 졸린 평일 8시~9시를 또다른 1시간의 기본 취침시간으로 삼았고, 나머지 점심/저녁 후 자습시간이라는 2시간의 선택적 취침시간은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동아리활동이나 방과후학교 등이 있는 유독 피곤한 하루가 있거든요. 그럴 때 선택적 취침시간을 활용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전 평일에는 최소 6시간~최대 8시간의 수면 시간을 하루 동안 확보한 셈이죠. 잠이 많던 저도 이 정도면 수험생활을 영위하는 데 무리가 없더군요. 부족한 잠은 주말에 보충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수면시간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그때그때 들쑥날쑥하다면, 몸이 제대로 버티지 못하거나 일정한 공부량이 확보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잠의 최소 시간과 최대 시간을 어느 정도 정해 두지 않으면, 어떤 날은 너무 피곤하고, 어떤 날은 너무 공부 시간이 부족할 겁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지금부터라도 수면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노력해 보는 걸 추천드려요.

=> 한 줄 요약: '기본 취침시간과 선택적 취침시간을 정하고, 수면시간의 하한선과 상한선을 세우자'

4. 한국사 치고 나서 자지 말자.

이건 정말 실전적인 팁인데요. 모의고사를 칠 때 천재가 아닌 이상 국어나 수학, 영어를 다 풀고 자는 친구는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저희 학교만 해도, 수능의 모든 영역 중 가장 쉬운 한국사 영역에서는 많은 친구들이 마킹까지 끝내고 남은 시간 동안 자더군요.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워낙 쉬워서 검토를 할 것도 별로 없고,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자는 것 외에 딱히 할 것이 생각나지 않더군요.

그러나 이때 자는 것은, 탐구 영역에서의 정신상태를 상당 부분 흩트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완전히 잠들었다가 일어났을 때' 더욱 그렇습니다. 한 모의고사에서 제 사례를 말씀드리면, 한국사를 마킹까지 끝내 놓고도 20분이 남아 그 시간 동안 잤는데, 자고 일어나 탐구 시간이 되니 정신이 어지럽더군요. 그 길로 한국지리 과목을 망쳤습니다. 결국 한국사가 끝나고 자는 건, 한국사 검토를 못해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이후 탐구 영역에서 여러분의 정신을 망가뜨리기에' 문제가 됩니다. 자고 일어나면 누구나 정신이 헤롱헤롱하니까요. 그러니까 한국사가 끝나고 주무시지 마시고, 다음 시간에 칠 탐구 영역의 개념을 한국사 시험지에 적어 보거나, 자지 않고 머리를 식히는 등 그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유익한 행동을 생각해 두기 바랍니다.

=> 한 줄 요약: '한국사 치고 남은 시간 동안 뭐 할지 생각해 두자'

5. 자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말자.

상기한 사항들을 모두 마음속에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이유도 없이 너무나 졸려 잠에 빠진 적이 분명 있을 겁니다. 저도 지금은 멘토라는 거창한 위치에 있지만, 수험 생활 때는 여러분과 똑같은 피곤한 학생이었고,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무리 수면의 법칙을 머릿속에 각인시켜 둬도, 몸은 그걸 따라 주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전 그렇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지진 않을 것을 권장합니다. 제 12000자 칼럼에도 쓰여 있지만, 수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존감'입니다. 바꿔 말하면 '멘탈'이죠. 계획에 없던 잠 등 여러분의 예상 범위 밖에서 줄어드는 공부 시간 하나하나에 너무 많은 신경을 쏟고 죄책감을 갖다 보면, 여러분의 신체와 멘탈은 더욱 피폐해질 겁니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예상치 않은 잠을 자고 일어났다고 해도, '난 쓰레기야'라며 여러분 스스로를 자책하지 마세요. 그건 여러분이 쓰레기라서가 아니라, 여러분이 겪고 있는 수험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거니까요.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다독이고 적당한, 아주 가끔은 조금 많고 적은 수면을 취해 가며 수험생활을 해나간다면, 끝내 성공한 여러분 자신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존버는 승리하니까요!

=> 한 줄 요약: '자도 괜찮다'

오늘 칼럼은 여기까지입니다. 댓글은 3일 이내로 달린 것에 한해서만 답변드리며, 전 수시를 준비했기 때문에 정시 인강이나 사설모의고사, 기숙학원 등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가급적이면 내신이나 최저, 혹은 전반적 멘탈관리나 공부 습관 등에 대한 부분을 질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럼 9평까지 파이팅하세요!